[이중고에 시달리는 현대차] 엘리엇 공세에 사정당국 전방위 압박
[이중고에 시달리는 현대차] 엘리엇 공세에 사정당국 전방위 압박
검찰·국세청·공정위 압수수사·세무조사 등 벌여...지배구조 개편 작업 표류할 수도 검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사정당국이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투기자본으로 여겨지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린 현대차로서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7월 5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인사팀을 압수수색해 채용 관련 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공정위 간부들이 공직자윤리법을 어기고 현대차에 불법 재취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 간의 갈등이 이번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 현대차로서는 사정당국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재계 입장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도 6월 21일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에 조사관 100여 명을 파견해 회계장부를 확보하는 등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4국은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의 혐의에 주로 투입된다.
시기적으로 6월 엘리엇의 반대로 현대차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연기됐고, 6·13 지방선거 결과 청와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힘이 실리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탈피하려면 한 계열사가 가진 다른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하나의 고리만 끊으면 된다. 현재 현대차의 기아차 지분은 33.88%(약 4조원),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16.88%(약 3조5000억원),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은 20.78%(약 6조원). 경영권을 지키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오너 일가가 매각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오너 일가가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시켜 인수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16.4%로 양도세를 제외해도 1조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일부 팔고 현대제철·현대위아·이노션 등에서 받는 배당금을 더하면 순환출자를 끊는 데 필요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을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하는 안도 거론된다. 최근 남북 경제협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과거 대북 사업을 주도적으로 펼쳐온 현대건설이 잠잠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경협으로 현대건설 주가가 많이 오르면 정의선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합병법인의 지분이 줄어서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의 초점을 어디에 맞췄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조사4국이 기획조사를 전담하고, 자금 흐름 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됐을 때 움직이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을 활용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할 경우 기존 주주 가치 훼손 등 논란도 빚어질 수 있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의 현대차 세무조사는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조사1국은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사1·4국이 함께 특정 기업을 전방위 세무조사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오랜 기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고, 최근 경영권 승계 문제도 있어 정기 세무조사를 벌였다”며 “각 계열사에 대한 조사에 이어 마지막 단계로 현대차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2013년에도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선 바 있다. 9월에는 현대차를, 10월에는 현대글로비스를 뒤졌다. 당시 조사의 초점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세무조사에서 오너 일가의 탈세 등 비리·비위 혐의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드러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수사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등 수사 권한 문제로 공정위와 검찰이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으며,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라며 “사정기관은 물론 노조·시민단체의 고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현대차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6월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발생했다. 대기업이 부동산 관리회사나 물류·시스템 통합(SI)·광고회사가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구체적인 업종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오토에버(SI)·현대글로비스(물류)·이노션(광고)· 서울PMC·서림개발(부동산) 등 김 위원장이 적시한 계열사를 모두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더딘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로서는 정부의 압력이 나날이 커지는 데다 정몽구 회장이 고령이라 순환출자 해소와 경영승계 작업을 서둘러 마쳐야 한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리더십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에 현대글로비스가 기아차·현대제철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인수해 그룹 지주사로 올라서는 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지분 매각에 따른 양도세 부담은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지게 된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현대글로비스에 현물출자해 지분율을 높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정의선-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단 뜻이다. 또 금산분리 규정으로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계열사 처리도 고민할 문제다.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알짜 사업부인 AS·모듈 부문을 떼어내 상장시켜 현대글로비스화 합치는 안도 거론된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은 당초 현대차가 주주들에게 제안했던 안이다. 그러나 현대모비스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한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아예 사업부를 따로 상장시켜 공정한 시장 평가를 받은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자는 것이다. 합병비율 논란을 피하고 명분을 쌓을 수 있는 안이다.
그러나 이 역시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엘리엇에 다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의 시각과 맞지 않는 일방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사정기관의 압박과 외국인 투자자의 공세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 마련은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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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7월 5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인사팀을 압수수색해 채용 관련 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공정위 간부들이 공직자윤리법을 어기고 현대차에 불법 재취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 간의 갈등이 이번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 현대차로서는 사정당국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검찰 vs 공정위 힘겨루기 희생양?
시기적으로 6월 엘리엇의 반대로 현대차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연기됐고, 6·13 지방선거 결과 청와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힘이 실리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탈피하려면 한 계열사가 가진 다른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하나의 고리만 끊으면 된다. 현재 현대차의 기아차 지분은 33.88%(약 4조원),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16.88%(약 3조5000억원),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은 20.78%(약 6조원). 경영권을 지키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오너 일가가 매각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오너 일가가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시켜 인수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16.4%로 양도세를 제외해도 1조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일부 팔고 현대제철·현대위아·이노션 등에서 받는 배당금을 더하면 순환출자를 끊는 데 필요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을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하는 안도 거론된다. 최근 남북 경제협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과거 대북 사업을 주도적으로 펼쳐온 현대건설이 잠잠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경협으로 현대건설 주가가 많이 오르면 정의선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합병법인의 지분이 줄어서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의 초점을 어디에 맞췄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조사4국이 기획조사를 전담하고, 자금 흐름 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됐을 때 움직이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을 활용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할 경우 기존 주주 가치 훼손 등 논란도 빚어질 수 있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의 현대차 세무조사는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조사1국은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사1·4국이 함께 특정 기업을 전방위 세무조사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오랜 기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고, 최근 경영권 승계 문제도 있어 정기 세무조사를 벌였다”며 “각 계열사에 대한 조사에 이어 마지막 단계로 현대차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2013년에도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선 바 있다. 9월에는 현대차를, 10월에는 현대글로비스를 뒤졌다. 당시 조사의 초점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세무조사에서 오너 일가의 탈세 등 비리·비위 혐의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드러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수사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등 수사 권한 문제로 공정위와 검찰이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으며,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라며 “사정기관은 물론 노조·시민단체의 고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현대차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6월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발생했다. 대기업이 부동산 관리회사나 물류·시스템 통합(SI)·광고회사가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구체적인 업종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오토에버(SI)·현대글로비스(물류)·이노션(광고)· 서울PMC·서림개발(부동산) 등 김 위원장이 적시한 계열사를 모두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더딘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로서는 정부의 압력이 나날이 커지는 데다 정몽구 회장이 고령이라 순환출자 해소와 경영승계 작업을 서둘러 마쳐야 한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리더십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에 현대글로비스가 기아차·현대제철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인수해 그룹 지주사로 올라서는 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지분 매각에 따른 양도세 부담은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지게 된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현대글로비스에 현물출자해 지분율을 높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정의선-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단 뜻이다. 또 금산분리 규정으로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계열사 처리도 고민할 문제다.
광고·물류·금융 등 비주력 계열사 처리도 고심
그러나 이 역시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엘리엇에 다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의 시각과 맞지 않는 일방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사정기관의 압박과 외국인 투자자의 공세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 마련은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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