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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때문에 망할 기업은?

블록체인 때문에 망할 기업은?

치폴레·이베이·우버·에어비앤비처럼 분권형의 암호화된 P2P 네트워크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면 낙오자될 수 있다
치폴레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식품공급을 추적하기 시작한다면 안전기록을 개선할 수 있다 / 사진:GENE J. PUSKAR-AP-NEWSIS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바탕을 이루는 기술인 블록체인은 IT 업계가 선호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음료·의료장비 제조업체를 포함한 중소기업까지 회사 이름에 ‘블록체인’을 끼워 넣어 순진한 투자자를 끌어들인다.

대기업들은 핵심사업과 거의 관계 없는 가상 펫 도입 등 언론에서 화제가 될 만한 실험을 벌였다. 그러나 그런 잡음을 모두 걷어내면 블록체인이 중요한 기술적 전환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블록체인이 뭐길래
블록체인은 중앙서버 대신 ‘노드’로 불리는 다양한 네트워크 포인트 전반에 걸쳐 분포된 분권형 데이터 원장이다. 이들 데이터는 암호화된 ‘블록’에 저장되며 개인간(P2P)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하게 된다.

암호화폐 거래는 이 P2P 네트워크 전반에 기록된다. 이용자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서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 개발자는 채굴자에게 의존한다. 채굴자는 성능 좋은 컴퓨터를 이용해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의 거래를 기록하고 검증한다. 채굴자는 그런 서비스의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는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분권형의 암호화된 P2P 네트워크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산업들이다. 치폴레·이베이·우버·에어비앤비처럼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그런 변화로 낙오자가 될 수 있다.
 치폴레의 식품안전 문제 해결
치폴레는 지난 10년 동안 식품안전 문제로 골치를 썩여 왔다. A형 간염, 노로바이러스, 캠필로박테리아증, 대장균, 살모넬라 등으로 식당 손님들이 병원 신세를 졌다. 치폴레가 ‘자연사육된’ 육류와 ‘현지조달된’ 비(非)유전자조작 재료의 사용만 고집하기 때문에 분산된 공급망 전반에 걸쳐 식품안전 문제를 제대로 추적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치폴레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식품공급을 추적하기 시작한다면 안전기록을 개선할 수 있다. 지난해 월마트의 프랭크 야나스 식품안전 팀장은 IBM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해 모든 식품의 상태와 원산지를 2.2초 이내에 추적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기존 방법으로는 한 주 가까이 걸렸을 절차였다.

음식점들이 월마트를 본받는다면 식품안전 문제를 치폴레에 비해 크게 줄일 수 있다. 치폴레가 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식품안전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이베이의 분권화
고객간(C2C)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이베이는 판매자와 고객 간의 중개자 역할을 맡아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OB1·리스티아·비트부스트 등 여러 신흥 스타트업이 분권형 블록체인 기반의 C2C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해 이베이 같은 큰손을 배제한다.

OB1의 오픈바자는 고객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분권형 마켓플레이스다. 리스티아의 잉크 프로토콜은 자체 XNK 암호화폐를 결제에 이용하는 반면 비트부스트의 ‘더 블록’은 이더리움을 이용한다.

이들 마켓플레이스는 모두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수준이 높고 검열이 없으며 수수료가 적다. 리스티아의 지 황 CEO는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서 “P2P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기업에 집중된 권한을 빼앗아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P2P 시장을 분권화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 틈새 마켓플레이스가 이베이를 밀어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더 작고 분권화된 P2P 마켓플레이스의 부상이 장기적으로 볼 때 그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베이가 자사 플랫폼에 비트코인 결제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조만간 전체 플랫폼을 분권화할지는 의문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몰락
에어비앤비는 블록체인 기반 렌탈 플랫폼에서는 직거래가 가능하다. / 사진:AP-NEWSIS
우버는 누구든지 운전 영업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에어비앤비는 누구든지 빈방을 임대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각각 택시 업계와 호텔업계를 판갈이했다. 이베이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이런 거래의 중개자 역할을 맡아 수익을 창출한다. 그러나 성장기업이라는 지위로 인해 정부 규제에 취약하다.

한편 블록체인 기반 차량호출 시스템에선 중개자를 배제하고 운전자가 직접 승객과 연결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렌탈 플랫폼에서도 집주인과 임대자가 직접 연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프라이버시와 보안 수준이 높아 이들 플랫폼에 대한 정부 규제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런 스타트업이 이미 출현하고 있다. 아케이드 시티는 “분권형의 블록체인 기반 우버 킬러”를 자처하는 한편 렌트베리(Rentberry)와 스테이어와일(Stayawhile)은 블록체인 기반 렌탈 플랫폼으로 에어비앤비에 도전한다. 따라서 이들 와해성 혁신기업이 판갈이의 표적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 레오 선 모틀리 풀 기자



※ [이 기사는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 풀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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