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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에서도 미-중-러 붙었다

중앙아시아에서도 미-중-러 붙었다

누가 주도권 잡느냐에 따라 글로벌 자본주의 성격 달라져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에 따라 많은 중앙·남아시아 국가가 중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카자흐스탄 코르고스 게이트웨이의 철로 끝에 중국기가 보인다. / 사진:NG HAN GUAN-AP-NEWSIS
미-중 무역전쟁 위협이 고조되면서 서로 얼마나 많은 관세를 때릴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양국이 전략적인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중앙아시아에서도 또 하나의 중요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가치 높은 천연자원의 접근과 통제, 유리한 무역조건과 효율적인 통상 루트 등 대국들에 다양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중국·러시아 모두 이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애쓰면서 국제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길을 모색한다. 중앙아시아 지역과 관련해선 이슬람 급진주의 같은 위험과 안보 이해를 더 쉽게 떠오를지 모르지만 경제 측면의 전략적인 전선 역할은 간과되는 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새로 전개하는 지역적 경제통합 이니셔티브의 한복판에 중앙아시아가 자리 잡고 있다. 양국의 경제통합은 미국의 오랜 경제 비전과 충돌한다.

러시아의 유라시안경제연합(EEU)은 2015년 결성됐다.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로 구성되며 유럽연합(EU)을 모델로 했다. 재화·자본·노동·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공동으로 경제·산업정책을 수립한다.

둘째,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는 2013년 발표됐으며 육상·해상 실크로드 같은 고대 통상로를 따라 아시아를 유럽·아프리카와 연결하는 통상·인프라 네트워크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 그 뒤로 많은 중앙·남아시아 국가가 중국과 에너지·운송 인프라에 투자하는 협력협정에 서명했다.

러시아의 EEU와 중국의 BRI는 자유시장 경제 사고방식에 기초한 지배적인 워싱턴 컨센서스 모델과 대조를 이룬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처럼 미국의 후원을 받는 국제 금융기관이 촉진한 모델이다.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신자유주의 개혁이 경제적 처방의 표준이었다.중앙아시아 경제의 미래를 그리는 이 3가지 방식은 대국들이 저마다 국내의 특정한 경제적 모순과 위기에 대처하려는 시도다. 미국은 1970년대 초반 자신들의 전후 경제모델이 붕괴되기 시작한 이후 다른 나라의 시장을 자신들의 무역·투자·금융에 개방하려 애써 왔다. 러시아의 전략은 1991년 이후 실시된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또는 ‘충격 요법’)으로 인한 경제·정치적인 충격의 대책으로 진화했다. 한편 중국은 방대한 양의 잉여자본을 다른 나라의 인프라와 생산적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상당부분 국내 고수익 투자기회의 감소에 따른 대책이었다.

중앙아시아는 가치 높은 천연자원의 접근과 통제, 유리한 무역조건과 효율적인 통상 루트 등 대국들에 다양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각 경제전략은 제각기 다른 결과를 추구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천연자원과 자본 등 가치 있는 자산의 소유와 통제를 통해 부를 창출하고자 한다. 러시아는 관세동맹 창설을 통해 다른 통상 파트너들에 비해 경쟁 우위를 차지하면서 비틀거리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를 희망한다. 중국은 배송 시간을 단축하면서 신흥시장에 접근하고자 한다. 각 대국이 거둔 경제적 성공 수준은 저마다 다르다. 한편 그들의 정치적 정당성은 지역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다양한 방식으로 약화돼 왔다.

예컨대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외국과 지배계급의 자산 획득, 약탈적 대출관행, 가계 부채를 둘러싸고 사회적 불만이 비등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은 EEU 가입 후 경제난을 겪으면서 러시아와 관계가 경색됐다. 타지키스탄에선 중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일부 프로젝트가 정치인 부정축재를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다.

갖가지 비경제적 요인 또한 작용한다. 러시아의 EEU 회원국들은 민족적·종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 역사를 공유하기 때문에 문화·언어·상징적으로 강한 연대감을 갖고 있다. 한편 중국은 BRI를 실크로드의 고대 통상루트 네트워크에 비유함으로써 중국·중앙아시아 간의 역사적인 연결고리를 재구성했다.

그러나 3가지 이유에서 러시아·중국보다 미국의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 첫째 미국은 경제·재정적으로 상당한 자원을 보유해 협력 사업이 중앙아시아 지배계급에 혜택을 준다. 최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재계 지도자들을 만나 미국 투자와 기술 이전 확대를 호소했다.

둘째 미국은 또한 라이벌들의 계획에 방해공작을 펼칠 만한 정치·군사력을 보유한다. 예컨대 러시아 위성국가들의 궤도에서 우크라이나를 빼내는 데 미국과 EU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가 빠지면 EEU는 상당히 약화된다. 아울러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중국의 통상루트에도 미국 해군이 위협을 제기한다.

셋째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금융기관 등 더 광범위한 경제 지배체제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경제적 모순과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인 덕분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없이 도를 넘는 군사·소비 지출을 지탱할 수 있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승리하는 대국이 미래 글로벌 자본주의의 성격 그리고 세계가 직면하게 될 경제·정치적 위기의 기틀을 형성할 것이다. 예컨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자본주의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줬으며 그 충격파가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 뒤로 러시아와 중국이 구축한 두 가지 대안적 경제 체제가 역사의 재현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앙아시아는 뜻하지 않게 라이벌 대국들이 그 지역과 세계에 자기 브랜드의 자본주의 도장을 찍으려 애쓰는 경제 전쟁터의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

- 발리하르 상게라, 엘미라 사티발디에바



※ [발리하르 상게라는 영국 켄트대학 사회학과 부교수, 엘미라 사티발디에바는 켄트대학 분쟁분석연구소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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