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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블록체인’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블록체인’

기술혁신 잠재력은 많이 알려졌지만 확장성 입증되지 않아 실생활에 뿌리 내리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할 듯
현명한 투자자는 사이드라인 밖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성숙되기를 기다리며 발 담글 기회를 노릴 것이다. / 사진:AP-NEWSIS
지난해 암호화폐는 거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 기관차였다. 그해 마지막 날 시계가 자정을 알렸을 때 모든 암호화폐의 총 가치는 6000억 달러 가까이, 다시 말해 3300% 이상 불어났다. 필시 모든 자산을 통틀어 우리가 그동안 목격했던 단연 최대의 연간 성장률이었다.

미국 달러 약세, 암호화폐 거래활동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 등 이 같은 상승의 배경에는 다수의 촉매제가 있었지만 뭐니뭐니해도 디지털 통화 상승의 원동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블록체인 기술의 부상이다.

블록체인은 공식적으로는 은행 같은 금융 중개자 필요 없이 거래를 처리하는 대다수 가상화폐의 바탕을 이루는 디지털 원장이다.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고 분산됐다는 특징을 지닌다. 쉽게 말해 전통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고 거래를 처리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다. 투명하면서도 변경할 수 없도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보관하는 방법이다. 이는 상당 부분 블록체인이 통화뿐 아니라 그 밖의 분야에서도 응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블록체인에는 4가지 주요 이점이 있다. 첫째, 앞서 언급한대로 분권형 플랫폼이다. 정보를 중심이 되는 센터 한곳이 아닌 지구 각지의 컴퓨터에 거래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하면 기업이나 사이버 범죄자 등 어느 한 개체가 네트워크를 장악할 수 없게 된다.

둘째, 블록체인을 이용해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 네트워크 운영자는 블록체인 데이터를 투명하게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게 하거나 또는 접근을 제한해 예컨대 한정된 일부 회사 직원만 볼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데이터를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수정할 수 없다. 만에 하나 변경됐더라도 네트워크의 투명성으로 인해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고 해킹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보안의 커다란 도약으로 간주된다.

셋째, 블록체인은 전통적인 뱅킹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기능해 제3자 서비스로서 은행의 역할이 없어진다. 거래를 처리할 때 은행은 자신들의 네트워크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허용함으로써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이 개입하지 않으면 거래 수수료가 사실상 줄어들 수 있다. 끝으로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블록체인의 거래 처리 속도가 오늘날의 뱅킹 네트워크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네트워크는 해외 송금이 검증될 때까지 최대 5영업일이 걸릴 수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몇 초 이내에 정확히 거래가 검증되고 정산될 수 있다.

이런 이점을 뒷받침하는 파트너십이 적지 않았다. IBM은 블록체인 도입 움직임을 이끄는 선두기업이다. IBM이 남태평양의 10여 개 대형 은행에서 선구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독점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거래 정산의 신속한 처리를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스텔라의 루멘스 코인을 중개 통화로 이용해 해외 자금흐름에서 정산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IBM과 글로벌 해운 대기업 머스크는 올해 초 합작 벤처를 발표했다. 블록체인 기반 해운 솔루션 개발을 전담하는 독립회사를 설립하려는 목적이다. 해운 업무에서 서류를 없애면 해운업계의 공급망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표면상 블록체인은 차세대 대형 기술혁명의 특징을 갖고 있다. 기업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자금을 효과적으로 이동할 뿐 아니라 공급망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된다. 기업 경영자가 상상하는 만큼 가능성이 무한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을 직시한다면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뿌리내리기까지 필시 몇 년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블록체인이 직면한 첫째 그리고 필시 최대의 현안은 개념증명(proof-of-concept)의 딜레마다. 수많은 시범 테스트와 소규모 프로젝트에서 블록체인은 보란 듯이 기대에 부합하거나 뛰어넘었다. 문제는 현실세계의 환경이 테스트 조건과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아직 블록체인에서 보조바퀴를 떼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제는 블록체인의 확장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려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업이 블록체인에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확장성을 입증할 길이 없다.

블록체인에 기업계의 신뢰를 얻을 기회가 생기기까지 필시 여러 해가 걸릴 듯하다. 3D 프린팅, 인간 유전체 해독, 심지어 인터넷까지 다른 모든 게임체인저 기술을 돌이켜보면 나오자마자 히트한 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이런 트렌드와 관련된 주식은 모두 처음에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지만 오래 가지 않아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투자자와 기업은 그런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어느 산업에서나 블록체인 통합 과정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금융 업계에선 처리와 검증 시간의 단축으로 곧바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다른 산업에서 블록체인을 통합하려면 기존 인프라를 완전히 들어내야 할 것이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끝으로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블록체인이 반드시 모든 산업과 궁합이 맞지는 않는다. 블록체인이 특정 산업에 어떤 부가가치를 부여하더라도 그것을 시스템에 통합하려고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 기술이 현실세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상황에선 특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이 판을 뒤엎는 혁신적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유명 기업과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파트너십이 아무리 많이 체결된다 해도 그런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 현명한 투자자는 사이드라인 밖에서 이 기술이 성숙되기를 기다리며 발 담글 기회를 노릴 것이다.

- 숀 윌리엄스 모틀리 풀기자



※ [이 기사는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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