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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함정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함정

극단적으로 줄이면 기대수명 최대 4년 단축될 수도 … 균형 맞춰 적정량 섭취하고 식물성 지방·단백질 늘려야
앳킨스 다이어트 같은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이 체중감량 효과 때문에 갈수록 인기를 얻으며 심지어 일부 질병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탄수화물을 대폭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을 늘리는 일명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기대수명 단축과 상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얼마 전 나왔다. 학술지 ‘랜싯 공중보건’ 저널에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탄수화물 섭취를 과도하게 제한한 경우 심지어 기대수명이 최대 4년까지 단축될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인 45~64세 남녀 1만5400여 명을 대상으로 영양과 사망률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식단의 약 절반이 탄수화물로 구성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에 반해 탄수화물이 과다하거나 너무 적은 식단은 사망 위험을 약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수화물이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일부 전문가에겐 이 결과가 전혀 놀랍지 않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영양 전문가 캐서린 콜린스는 과학매체 사이언스미디어센터(SMC)에 “건강 혜택에 관한 장기적인 증거는 고탄수화물 쪽을 확고히 가리키는 데도 소셜미디어에선 탄수화물이 좋은가 지방이 좋은가를 두고 논란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당연히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앳킨스 같은 다이어트는 라이프스타일의 취향에 기반을 둔 것이지 건강상의 혜택을 지지하는 증거가 거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의 보건 당국은 우리가 매일 필요한 에너지의 약 절반을 탄수화물에서 얻을 것을 권장한다. 그럴 경우 지방에서 얻는 열량은 전체 에너지의 약 3분의 1로 줄어들고, 단백질이 나머지 약 20%를 충당한다. 식물 기반의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단에 들어 있는 다양한 영양소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로선 도저히 얻을 수 없다.”

피험자는 연구를 시작할 때와 6년 후 두 차례에 걸쳐 어떤 음식과 음료를 먹고, 한 번에 얼마나 섭취하며, 또 얼마나 자주 먹는지 등 식단에 대한 전반적인 설문조사에 응했다. 연구팀은 피험자를 탄수화물 섭취가 적은 그룹(식단의 40% 미만), 많은 그룹(70% 이상), 적정한 그룹(50~55%)으로 나눠 평균 25년을 추적하면서 식단, 나이, 사망률 등의 요인을 확인했다. 추적조사 기간에 조사 대상자 중 628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 분석 결과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했거나 지나치게 적게 섭취한 그룹에서 사망률이 약간 높게 나타났다. 전체 에너지량의 40% 이하를 탄수화물에서 얻은 과소섭취 그룹과 70% 이상을 탄수화물로 충당한 과다섭취 그룹의 경우 전체 에너지량의 50~55%를 탄수화물로 섭취한 그룹보다 사망률이 약간 더 높게 나타나는 U자형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탄수화물 비율이 50~55%인 그룹에 속한 50세의 경우 평균 83세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탄수화물이 식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피험자는 절반 정도가 탄수화물인 식단을 채택한 피험자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약 1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탄수화물이 아주 적은 식단을 채택한 피험자의 경우 그 결과는 더 큰 차이를 보였다. 탄수화물이 30~40%로 구성된 식단을 채택한 피험자는 절반 정도가 탄수화물인 식단을 채택한 피험자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2.3년 더 짧았다. 탄수화물이 30% 이하인 식단을 채택한 피험자의 경우는 평균 기대수명이 4년이 더 짧은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저탄수화물 식단을 원한다면 식물이 많이 들어간 식단이 최선이다. 이 연구의 데이터 분석 결과 식물기반의 단백질·지방이 풍부한 저탄수화물 식단은 사망 위험을 약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고기·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의 동물성 지방·단백질을 빈도 높게 섭취한 그룹은 사망률 또한 높은 반면 채소·견과류·통곡물 등 식물성 지방·단백질을 자주 섭취한 그룹은 사망률도 낮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브리검 여성병원의 임상 연구원이자 이 논문의 저자인 세라 사이델만 박사는 “우리 데이터는 북미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기반 저탄수화물 식단이 일반적으로 수명을 약간 단축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런 식단을 채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저탄수화물 식단을 따르되 식물기반의 지방과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하면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연구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피험자가 자신이 섭취한 탄수화물량을 단지 기억에 의존해 직접 제시했기 때문에 완전한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아울러 관찰을 통한 연구로서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니타 포루히 교수는 이 연구의 ‘탄탄한’ 설계를 높이 사며 SMC에 이렇게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저탄수화물 식단이 아니라 전체 섭취 열량 중 탄수화물이 중간 정도인 50~55%를 차지하는 식단이 장수에 가장 좋다는 메시지다.”

포루히 교수는 영양소의 출처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탄수화물을 동물이 아니라 식물에서 얻는 지방과 단백질로 대체하는 것이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영양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그 출처가 동물이나 식물이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줄였을 때 그 감소분이 식물성 지방과 단백질이 포함된 식품으로 채워지면 이롭지만 육류 등 동물 출처의 식품이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영국 쿼드램 생명과학연구소의 영양 전문가인 이언 존슨 연구원은 SMC에 탄수화물 자체가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와 가공식품이 아니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기반 식품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탄수화물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극단적인 섭취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며 섭취 열량의 약 절반을 탄수화물로 충당하는 균형 잡힌 식단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점을 말해준다.”

- 캐서린 히그네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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