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바뀌는 과학문화산업] 배우는 과학에서 즐기는 과학으로
[패러다임 바뀌는 과학문화산업] 배우는 과학에서 즐기는 과학으로
도서·교재·완구부터 관광·엔터테인먼트까지 망라 …과기부 “관련 일자리 1만개 창출”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이 달라지고 있다. 전문가 위주의 지식이나 기술창출 활동의 차원을 넘어 국민들이 폭넓게 향유하고 즐기는 문화활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식 습득만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해 과학을 활용하려는 현대인이 늘면서다. 배우는 과학에서 즐기는 과학으로의 변화다. 학생들의 교과목으로만 여겨졌던 ‘과학’이 놀이에서부터 미래 산업까지 일상으로 파고든다. 과학자만 과학기술을 배우고 가르치는 시대도 지났다. 누구나 쉽게 과학을 접하고 하나의 문화로 즐기기 시작하면서 관련 산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도 이에 발 맞춰 지원을 늘리고 있다.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은 놀이에 있고, 인간은 놀이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네덜란드의 역사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1938년에 펴낸 [호모 루덴스]에서 역설한 내용이다.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으로, 인간은 놀고 즐기는 존재라는 것이다. 80여년이 지나 유희적 인간은 이제 새로운 인류와 새로운 산업의 방향을 좌우하는 화두가 됐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산업의 성장에서 보듯 산업도 놀이에서 성장의 동력을 얻고 있어서다. 놀이는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21세기의 미다스의 손이 되어 노동과 자본의 투여 방향까지도 좌우하고 있다.
최근 국내 과학계도 이런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과학의 패러다임이 ‘배우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 위주의 지식이나 기술창출 활동의 수준을 넘어 향유하고 즐기는 문화 활동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과학문화산업’이다. 과학문화산업은 과학기술의 재미와 가치를 여가문화로 향유하는 것과 관련된 산업을 일컫는다. 과학적 원리와 지식을 전달하는 정보·도서·영상·교재·완구뿐 아니라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관광·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을 포함한다. 국내에서 과학문화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과학이 전문 지식이나 기술 개발을 위한 도구로만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과학문화산업 역시 1970~1980년대는 전문가가 지역을 순회하며 과학 지식을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연 정도에 그쳤다. 1990년대 들어서도 과학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에 주력했다. 지식전달 위주의 일방향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해지는 민간의 수요 충족과 소비 창출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학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여전히 저조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기술 국민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한국 성인, 청소년 관심도는 2016년 기준 각각 37.6%, 45.6%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과학문화가 정착한 미국(2014년 기준 65점)과 차이가 크다. 한국의 연간 과학박물관 방문율은 11%로, 캐나다(30%)·미국(27%)·독일(20%)에 못 미친다. 성인의 과학기술 관심도는 2006년 48.3%에서 2016년 37.6%로 하락했다.
관련 산업 규모도 아직 작다. 국내 과학문화 관련 콘텐트 시장은 약 5740억원, 관련 종사자 수는 약 3500명으로 추정된다. 국내 전체 콘텐트산업의 연간 매출 규모는 약 110조원, 종사자는 67만 명 수준이다. 이 중 과학문화 콘텐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52%에 불과하다. 국내 전체 전시문화 업체 가운데 과학기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는 5.9%, 종사자는 6.5%에 그친다. 약 580억원 규모의 과학교구 및 완구 시장에서는 관련 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코딩 등 최신 과학기술이 접목된 이른바 ‘스마트 토이’가 뜨고 있지만, 약 50억원 수준의 이 분야 국내 시장 마저 레고·마인드스톰·디즈니·인피니티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식 습득만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해 과학을 활용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얼리힐링족, 위너소비자, 키덜트 트렌드 등을 토대로 과학기술을 활용한 여행·놀이상품 등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최연구 한국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은 “(과학을)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만 봤다면, 이제는 과학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여가로 활용하려는 대중의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수동적으로 지식만 전달 받았던 기존과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뉴미디어를 통해 개인이 직접 과학기술을 활용해 창작물을 제작하고 과학기술로 여러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즐기는 과학문화가 국내에 확산되면 관련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문화산업은 단순히 하나의 산업군의 발전으로 그치지 않는다. 기존에 형성된 교육 시장은 물론 성인들의 취미를 기반으로 한 과학상품, 메이커 용품, 도구 상품 시장의 성장이 예상된다. 과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공연 시장의 성장, 이를 기반으로 한 고용 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도 과학 탐사·체험과 강연을 동반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화석탐사, 과학테마여행, 과학 캠프, 명사 과학강연이 있는 크루즈여행 등이다. 다양한 과학 강연이나 공연도 증가 추세다. 유튜브·아프리카TV 같은 뉴미디어에서도 과학에 놀이 요소를 가미해 풀어나가는 콘텐트가 인기다. 지역의 축제도 과학문화의 주요 상품이다. 현재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을 비롯해 대전·부산 등 12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과학축제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같은 신종 직업도 눈길을 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말 그대로 과학으로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이다. 해마다 경연대회가 열리며 10여 명이 선정된다. 올해로 5년째를 맞았으며 현재 50여 명의 과학커뮤니케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일반 시민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이언스 버스킹’을 열고 중·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과학 토크쇼, 연극 등 공연도 펼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대기업 연구원부터 제약회사 종사자, 대학원생, 창업가까지 다양하다.
과학을 소재로 한 파생 콘텐트도 주목을 받는다. 2014년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인터스텔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인터스텔라는 ‘웜홀’ 이론 연구자인 킵 손 박사팀과 영화 제작팀 간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만들었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영화의 내용이 더욱 밀도 있고 탄탄하게 구성됐다는 평가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면 과학계는 그에 따른 피드백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1998년 미국에서 [아마겟돈] 등의 영화가 흥행하면서 나사에서 소행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예산도 책정됐다. 과학이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월 30일 국립어린이과학관에서 이진규 과기정통부 제1차관 주재로 과학문화사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 국민이 다양한 고급 과학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학문화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내놨다. 과학문화산업 혁신성장 전략은 ‘과학문화의 다양화·고도화·전문화’를 비전으로 ▶한 차원 높은 과학소통 ▶산업으로서의 역량 확충 ▶새로운 문화소비 욕구 충족 등 4대 부문, 11대 과제로 구성됐다.
과기정통부의 혁신안에는 과학을 놀이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산업과 새로운 과학문화산업을 창출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국민이 일상에서 과학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도록 기존 대규모 과학 행사를 도심형 과학축제로 개최하고 과학기술 상징성이 있는 지역을 과학문화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과학탐방 여행상품과 아동·청소년·청장년·노인 등 생애 주기별 맞춤형 과학놀이 콘텐트도 개발한다. 테마형 국립과학관 5곳을 추가 건립해 과학문화에 대한 수요도 맞춰 나가기로 했다.
과학기술 기반의 다양한 융합 콘텐트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개발 비용 및 위험도는 낮지만 활용 범위 및 파급력이 큰 소스 콘텐트 개발을 지원한다. 원천 소재 콘텐트를 기반으로 영화·드라마·게임 등 다양한 응용 콘텐트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과학 전문 커뮤니케이터, 저술가, 기자, 시나리오 작가, 융합예술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미국·유럽 등에서는 직업으로 정착한 과학문화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과학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유튜브·팟캐스트·SNS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트와 유통채널도 발굴한다. 과학문화 관련 기업의 지원·육성안도 포함됐다. 과학문화 우수상품 품질 인증제도를 도입해 인증 받은 상품은 공공기관의 구매 확대를 지원한다. 유망한 과학 콘텐트는 해외 진출도 적극 도울 계획이다. 이른바 ‘사이테인먼트(과학+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으로 아이템 발굴, 마케팅, 크라우드 펀딩 등 민간투자 유치, 엑셀러레이터 등 지원사업을 연계하고 과학문화산업에 특화된 유망 콘텐트, 기반기술 및 서비스 분야 연구개발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 규모도 키운다. 전국 국공립과학관과 학교 등 공공부문이 관련 콘텐트를 공동 구매한다. 민간기업 입찰제도도 개선한다. 소규모 전시기획 전문업체도 콘텐트 제작에 적극 참여하도록 프로젝트 단위 입찰이나 공동 기획 형태의 발주를 늘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과학문화바우처 사업도 추진한다. 4만6000명의 저소득층에게 3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해 과학문화 공연·강연·전시와 과학도서·교구, 온·오프라인 콘텐트·서비스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과기부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5년 간 1조4500억원을 투자한다. 국립중앙과학관 등 과학관 사업 예산 6308억원, 출연연 등의 과학문화활동비 활용 예산 3400억원, 지자체 과학문화사업 예산 2845억원 등이다. 이를 통해 신규 과학문화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아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사이테인먼트가 일상화되고, 과학이 놀이의 개념으로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과학문화 산업은 오랜 과학적 뿌리에 근거하고 문화적 바탕이 뒷받침이 있어도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과기정통부의 이번 전략이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체 재정 투입 계획의 95% 이상이 기존 사업 예산을 한 데 모은 것에 불과하고 사업 내용에서도 혁신적 요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해당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소비력을 갖춘 성인 대상의 경쟁력 있는 콘텐트의 확대와 관련 업체들의 영세성 탈피 등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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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이 달라지고 있다. 전문가 위주의 지식이나 기술창출 활동의 차원을 넘어 국민들이 폭넓게 향유하고 즐기는 문화활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식 습득만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해 과학을 활용하려는 현대인이 늘면서다. 배우는 과학에서 즐기는 과학으로의 변화다. 학생들의 교과목으로만 여겨졌던 ‘과학’이 놀이에서부터 미래 산업까지 일상으로 파고든다. 과학자만 과학기술을 배우고 가르치는 시대도 지났다. 누구나 쉽게 과학을 접하고 하나의 문화로 즐기기 시작하면서 관련 산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도 이에 발 맞춰 지원을 늘리고 있다.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은 놀이에 있고, 인간은 놀이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네덜란드의 역사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1938년에 펴낸 [호모 루덴스]에서 역설한 내용이다.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으로, 인간은 놀고 즐기는 존재라는 것이다. 80여년이 지나 유희적 인간은 이제 새로운 인류와 새로운 산업의 방향을 좌우하는 화두가 됐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산업의 성장에서 보듯 산업도 놀이에서 성장의 동력을 얻고 있어서다. 놀이는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21세기의 미다스의 손이 되어 노동과 자본의 투여 방향까지도 좌우하고 있다.
최근 국내 과학계도 이런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과학의 패러다임이 ‘배우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 위주의 지식이나 기술창출 활동의 수준을 넘어 향유하고 즐기는 문화 활동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과학문화산업’이다. 과학문화산업은 과학기술의 재미와 가치를 여가문화로 향유하는 것과 관련된 산업을 일컫는다. 과학적 원리와 지식을 전달하는 정보·도서·영상·교재·완구뿐 아니라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관광·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을 포함한다.
국내 과학 관심·참여도 선진국에 크게 떨어져
실제로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학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여전히 저조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기술 국민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한국 성인, 청소년 관심도는 2016년 기준 각각 37.6%, 45.6%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과학문화가 정착한 미국(2014년 기준 65점)과 차이가 크다. 한국의 연간 과학박물관 방문율은 11%로, 캐나다(30%)·미국(27%)·독일(20%)에 못 미친다. 성인의 과학기술 관심도는 2006년 48.3%에서 2016년 37.6%로 하락했다.
관련 산업 규모도 아직 작다. 국내 과학문화 관련 콘텐트 시장은 약 5740억원, 관련 종사자 수는 약 3500명으로 추정된다. 국내 전체 콘텐트산업의 연간 매출 규모는 약 110조원, 종사자는 67만 명 수준이다. 이 중 과학문화 콘텐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52%에 불과하다. 국내 전체 전시문화 업체 가운데 과학기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는 5.9%, 종사자는 6.5%에 그친다. 약 580억원 규모의 과학교구 및 완구 시장에서는 관련 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코딩 등 최신 과학기술이 접목된 이른바 ‘스마트 토이’가 뜨고 있지만, 약 50억원 수준의 이 분야 국내 시장 마저 레고·마인드스톰·디즈니·인피니티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식 습득만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해 과학을 활용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얼리힐링족, 위너소비자, 키덜트 트렌드 등을 토대로 과학기술을 활용한 여행·놀이상품 등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최연구 한국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은 “(과학을)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만 봤다면, 이제는 과학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여가로 활용하려는 대중의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수동적으로 지식만 전달 받았던 기존과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뉴미디어를 통해 개인이 직접 과학기술을 활용해 창작물을 제작하고 과학기술로 여러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즐기는 과학문화가 국내에 확산되면 관련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문화산업은 단순히 하나의 산업군의 발전으로 그치지 않는다. 기존에 형성된 교육 시장은 물론 성인들의 취미를 기반으로 한 과학상품, 메이커 용품, 도구 상품 시장의 성장이 예상된다. 과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공연 시장의 성장, 이를 기반으로 한 고용 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과학기술 활용한 여행·공연·놀이상품 수요 늘어
과학 커뮤니케이터 같은 신종 직업도 눈길을 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말 그대로 과학으로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이다. 해마다 경연대회가 열리며 10여 명이 선정된다. 올해로 5년째를 맞았으며 현재 50여 명의 과학커뮤니케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일반 시민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이언스 버스킹’을 열고 중·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과학 토크쇼, 연극 등 공연도 펼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대기업 연구원부터 제약회사 종사자, 대학원생, 창업가까지 다양하다.
과학을 소재로 한 파생 콘텐트도 주목을 받는다. 2014년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인터스텔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인터스텔라는 ‘웜홀’ 이론 연구자인 킵 손 박사팀과 영화 제작팀 간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만들었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영화의 내용이 더욱 밀도 있고 탄탄하게 구성됐다는 평가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면 과학계는 그에 따른 피드백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1998년 미국에서 [아마겟돈] 등의 영화가 흥행하면서 나사에서 소행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예산도 책정됐다. 과학이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월 30일 국립어린이과학관에서 이진규 과기정통부 제1차관 주재로 과학문화사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 국민이 다양한 고급 과학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학문화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내놨다. 과학문화산업 혁신성장 전략은 ‘과학문화의 다양화·고도화·전문화’를 비전으로 ▶한 차원 높은 과학소통 ▶산업으로서의 역량 확충 ▶새로운 문화소비 욕구 충족 등 4대 부문, 11대 과제로 구성됐다.
과기정통부의 혁신안에는 과학을 놀이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산업과 새로운 과학문화산업을 창출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국민이 일상에서 과학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도록 기존 대규모 과학 행사를 도심형 과학축제로 개최하고 과학기술 상징성이 있는 지역을 과학문화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과학탐방 여행상품과 아동·청소년·청장년·노인 등 생애 주기별 맞춤형 과학놀이 콘텐트도 개발한다. 테마형 국립과학관 5곳을 추가 건립해 과학문화에 대한 수요도 맞춰 나가기로 했다.
과학기술 기반의 다양한 융합 콘텐트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개발 비용 및 위험도는 낮지만 활용 범위 및 파급력이 큰 소스 콘텐트 개발을 지원한다. 원천 소재 콘텐트를 기반으로 영화·드라마·게임 등 다양한 응용 콘텐트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과학 전문 커뮤니케이터, 저술가, 기자, 시나리오 작가, 융합예술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미국·유럽 등에서는 직업으로 정착한 과학문화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과학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유튜브·팟캐스트·SNS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트와 유통채널도 발굴한다.
5년 간 1조4500억원 투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 규모도 키운다. 전국 국공립과학관과 학교 등 공공부문이 관련 콘텐트를 공동 구매한다. 민간기업 입찰제도도 개선한다. 소규모 전시기획 전문업체도 콘텐트 제작에 적극 참여하도록 프로젝트 단위 입찰이나 공동 기획 형태의 발주를 늘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과학문화바우처 사업도 추진한다. 4만6000명의 저소득층에게 3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해 과학문화 공연·강연·전시와 과학도서·교구, 온·오프라인 콘텐트·서비스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과기부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5년 간 1조4500억원을 투자한다. 국립중앙과학관 등 과학관 사업 예산 6308억원, 출연연 등의 과학문화활동비 활용 예산 3400억원, 지자체 과학문화사업 예산 2845억원 등이다. 이를 통해 신규 과학문화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아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사이테인먼트가 일상화되고, 과학이 놀이의 개념으로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인 대상의 콘텐트 확대 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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