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정책 어디로] 경기 침체 우려에도 1년 만에 인상
[한은 금리정책 어디로] 경기 침체 우려에도 1년 만에 인상
급증한 가계부채, 자본 유출 우려 작용...미국 움직임에 금리 향방 좌우될 전망 한국은행이 경기보다는 금융 안정을 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30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의 인상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한은은 1500조원을 돌파한 가계 빚과 부동산 과열에 따른 금융 불균형 해소에 무게를 뒀다.
금리 인상은 등 떠밀려 이뤄진 모양새다. 지난 7~8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그에 따른 가계 빚이 늘어나자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 압력이 커졌다. 그렇지만 한은은 인상 시점을 잡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에 따른 대외 불안과 고용 쇼크가 번번히 발목을 잡았다. 10월에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탓에 금리 인상으로 엇박자를 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금통위원 2명의 금리 인상 소수의견 등장에도 한 박자 쉬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9·13 부동산 대책을 비롯한 강력한 부동산·대출 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가계 빚 증가세도 둔화하기 시작했다. 9~10월 주식과 채권 시장을 흔들었던 외국인 자본 이탈세도 진정됐다. 최근에는 이들이 오히려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금리 인상 실기(失期)론’이 빚어진 이유다.
그럼에도 막판에 몰린 듯한 한은이 금리 인상을 밀어붙인 명분은 있다. 가계부채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514조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가계 빚 증가율(6.7%)이 월평균 소득 증가율(4.6%)를 앞지르는 등 금융 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2.0%로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2.0%)에 도달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2월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들어 네 번째로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이 이번에 인상에 나서면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2.25~2.5%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금리 차는 다시 0.75%포인트로 벌어진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더 높은 상황에서 불거진 통화정책 무용론과 실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주열 총재가 1년 만에 칼은 뽑아들었지만 ‘청개구리 금리 인상’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경기 둔화 혹은 하강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중앙은행의 선택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세에 따른 물가상승 부담이나 자산가격 거품(버블)이 뚜렷해야 함에도 각종 경제지표나 최근 자산시장의 흐름은 이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 우려는 짙어지고 있다. 11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한은도 지난 10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2.8%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5%, 내년 성장률은 2.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견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금통위 내부에서도 이주열 총재 포함 전체 7명 중 2명이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부채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더라도 소득이 그 충격을 받춰져야 버틸 수 있는데 현재 경제 상황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급감이 불가피하다”며 “악화하는 내수 상황만으로 따지면 지금은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에 대비한 정책 여력 확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둬야 한다는 논리에도 “지금은 아닌 듯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앞으로 한은 통화정책의 방향은 미국의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추가 인상은 어렵지만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며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1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에 있다”고 발언하며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왔지만 연준이 내년에 최소 2회의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한·미 금리 역전폭이 1.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양국 금리 역전폭이 1%포인트를 넘어서면 외국인의 자금 유출을 자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는다는 것이 시장의 인식”이라며 “이렇게 되면 경기 둔화 우려 등에도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조절 하는 비둘기파(통화완화적)적 발언을 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월 28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의 연설에서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과 관련해 “중립금리의 바로 밑(just below)”이라고 밝혔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말한다. 그는 또 “미리 정해진(preset) 정책은 없다”면서 “우리는 금융·경제 데이터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에 매우 긴밀하게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한달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상당한 기조가 바뀐 것이다. 파월 의장은 10월 3일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가 주최한 PBS 대담에 출연해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서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반언으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신호에 뉴욕증시는 모처럼 급등세를 연출했고, 채권값도 강세(금리 하락)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차례 더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중 절반 이상은 내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3~4회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연 2.00~2.25% 수준인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말에는 3.00~3.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의 과도한 긴축 우려를 덜어내면서 다소 완화적 스탠스를 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12월 FOMC에서는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에는 경제·금융 여건을 지켜보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연준 당국자들이 중립금리가 2.75% 또는 3% 부근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섣부른 예측도 경계했다. ‘긴축 종료’를 바라는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을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정작 파월 의장은 성장 둔화 또는 인플레이션 약화에 대해서 어떤 전망도 하지 않았다”면서 “파월 의장이 시장의 생각만큼 완화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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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은 등 떠밀려 이뤄진 모양새다. 지난 7~8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그에 따른 가계 빚이 늘어나자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 압력이 커졌다. 그렇지만 한은은 인상 시점을 잡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에 따른 대외 불안과 고용 쇼크가 번번히 발목을 잡았다. 10월에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탓에 금리 인상으로 엇박자를 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금통위원 2명의 금리 인상 소수의견 등장에도 한 박자 쉬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9·13 부동산 대책을 비롯한 강력한 부동산·대출 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가계 빚 증가세도 둔화하기 시작했다. 9~10월 주식과 채권 시장을 흔들었던 외국인 자본 이탈세도 진정됐다. 최근에는 이들이 오히려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금리 인상 실기(失期)론’이 빚어진 이유다.
그럼에도 막판에 몰린 듯한 한은이 금리 인상을 밀어붙인 명분은 있다. 가계부채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514조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가계 빚 증가율(6.7%)이 월평균 소득 증가율(4.6%)를 앞지르는 등 금융 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2.0%로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2.0%)에 도달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2월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들어 네 번째로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이 이번에 인상에 나서면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2.25~2.5%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금리 차는 다시 0.75%포인트로 벌어진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더 높은 상황에서 불거진 통화정책 무용론과 실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주열 총재가 1년 만에 칼은 뽑아들었지만 ‘청개구리 금리 인상’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경기 둔화 혹은 하강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중앙은행의 선택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세에 따른 물가상승 부담이나 자산가격 거품(버블)이 뚜렷해야 함에도 각종 경제지표나 최근 자산시장의 흐름은 이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 우려는 짙어지고 있다. 11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한은도 지난 10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2.8%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5%, 내년 성장률은 2.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급감 불가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부채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더라도 소득이 그 충격을 받춰져야 버틸 수 있는데 현재 경제 상황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급감이 불가피하다”며 “악화하는 내수 상황만으로 따지면 지금은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에 대비한 정책 여력 확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둬야 한다는 논리에도 “지금은 아닌 듯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앞으로 한은 통화정책의 방향은 미국의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추가 인상은 어렵지만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며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1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에 있다”고 발언하며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왔지만 연준이 내년에 최소 2회의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한·미 금리 역전폭이 1.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양국 금리 역전폭이 1%포인트를 넘어서면 외국인의 자금 유출을 자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는다는 것이 시장의 인식”이라며 “이렇게 되면 경기 둔화 우려 등에도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美 금리 인상 속도 늦추나 - 파월 의장 “중립금리 바로 밑” 발언에 기대감
그의 발언은 한달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상당한 기조가 바뀐 것이다. 파월 의장은 10월 3일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가 주최한 PBS 대담에 출연해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서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반언으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신호에 뉴욕증시는 모처럼 급등세를 연출했고, 채권값도 강세(금리 하락)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차례 더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중 절반 이상은 내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3~4회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연 2.00~2.25% 수준인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말에는 3.00~3.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의 과도한 긴축 우려를 덜어내면서 다소 완화적 스탠스를 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12월 FOMC에서는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에는 경제·금융 여건을 지켜보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연준 당국자들이 중립금리가 2.75% 또는 3% 부근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섣부른 예측도 경계했다. ‘긴축 종료’를 바라는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을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정작 파월 의장은 성장 둔화 또는 인플레이션 약화에 대해서 어떤 전망도 하지 않았다”면서 “파월 의장이 시장의 생각만큼 완화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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