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즈니스 시대 막 오르나] 화성 리얼리티쇼에 한 발 더 다가서
[우주 비즈니스 시대 막 오르나] 화성 리얼리티쇼에 한 발 더 다가서
나사 우주선 인사이트호 화성 도착… 일론 머스크, 바스 란스도르프 등 우주여행 구체화 11월은 우주의 달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사건이 줄을 이었다. 미국 나사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호 착륙 성공,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의 발사 성공이 줄을 이었다.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 X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의 화성 유인탐사 발언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사실 우주 개발은 1957년 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면서 국가적 자존심과 체제 경쟁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촉발된 성격이 강하다. 우주 개발은 과학기술 개발을 통한 낙수효과는 있었다. 우주선 개발을 위해 들어가는 수많은 기술이 민간 부문으로 넘어오면서 인류의 삶이 풍요로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우주 개발은 ‘우주 사업’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로 확대되고 있다. 버진 애틀란틱스가 벌이고 있는 무중력 체험은 이젠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며칠에 걸친 우주여행이나 우주 정거장 체험은 물론 심지어 화성 식민지 개척까지 비즈니스의 하나로 거론될 정도다. 상상의 영역이던 우주 개발이 이젠 구체적인 비즈니스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앞에서 벌이지는 우주 비즈니스의 세계를 살펴보자.
11월 28일은 한국 우주 개발사에서 한 획을 긋는 날이다. 우리 기술로만 개발 중인 한국의 첫 독자 기술 우주발사체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전남 고흥의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됐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발사체(KSLV-2)인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는 이날 강한 화염을 내뿜으며 안정적으로 수직 상승했다. 엔진 시험발사체의 성능은 연소시간으로 평가한다. 누리호 1단 엔진은 목표 연소 시간인 140초를 넘어 151초 동안 추진돼 목표를 11초 초과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누리호는 엔진이 다 연소되는 시점에 고도 75㎞ 상공까지 상승했다. 그런 다음 관성 비행을 계속해 발사 319초쯤 최대 고도인 209㎞에 이르렀다. 그런 자음 포물선형을 그리며 낙하해 나로우주센터에서 429㎞ 떨어진 제주 남동쪽 공해상에 예정대로 낙하했다. 이날 발사된 엔진 시험발사체는 길이 25.8m, 최대 지름 2.6m에 무게는 52.1t의 크기다. 이번 발사는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에 쓰이는 75t급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날 발사는 2010년 3월 시작돼 2021년 3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인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의 일부다. 11년에 걸친 ‘긴 호흡’ 과학기술 프로젝트다. 우주 발사체 누리호는 이날 발사된 75t급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한 300t급 1단 엔진과 75t급의 2단 엔진, 그리고 7t급의 3단 엔진으로 이뤄진다. 길이 47.2m, 최대 지름 3.5m에 중량이 200t에 이르는 누리호를 이용해 고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에 중량 1.5t급의 실용위성을 올려놓는 게 최종 목표다. 2021년 2월과 2021년 10월에 두 차례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엔진 시첨발사체의 성공적인 발사는 한국이 이런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독자 기술로 우주로켓 엔진을 개발한 나라가 됐다. 이 기술을 가진 나라는 우주 개발의 선도국인 미국·러시아와 일본·인도·유럽·중국·우크라이나·이스라엘·이란, 북한 등이다. 3단 로켓 ‘나로호’를 2013년 1월 30일 발사한 지 5년 10개월 만에 한국의 독자 개발한 75급 우주 로켓이 땅을 박차고 솟아오른 셈이다. 당시 나로호는 2,3단은 우리 기술로 개발했지만 1단은 러시아가 제작한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나로호는 100kg 무게의 소형 위성을 300~1500km의 타원궤도에 진입 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1단 위성 제작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100kg급의 소형 위성을 타원궤도에 올리는 수준의 발사체로는 실용위성 발사 사업을 벌이기에는 부족했다. 따라서 이번 우주발사체에 쓰일 75t급 엔진 기술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이자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다.
한국은 이미 인공위성 제작 기술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릴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면 상업적 인공위성 발사사업에 참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소행성이나 혜성을 탐사하고 국제우주정거장을 오가는 프로젝트에도 동참할 수 있다. 장래 달이나 화성에 오가는 첨단 우주 개발 사업에도 손을 뻗을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 성공을 이틀 앞둔 11월 26일에는 인류의 화성 탐사길을 열어갈 새로운 도전이 성공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호가 이날 화성 표면에 착륙한 것이다. 화성 적도 부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내린 인사이트호는 착륙 후 태양광 패널을 펼치고 충전 작업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화성 지하세계에 대한 탐사를 본격화하게 된다. 우주선이 대기권 농도가 지구의 1% 수준인 화성에 착륙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초고속으로 우주 공간을 날아온 우주선이 화성 대기권에 들어온 다음에는 대기의 마찰력을 이용해 하강 속도를 줄여야 무사히 착륙할 수 있는데, 화성에선 마찰력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낙하산과 역추진 엔진 가동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낙하산조차 대기가 희박한 화성에선 효과가 크지 않다.
인사이트호의 경우 화성 표면에서 128㎞ 떨어진 상공에서 시속 1만9800㎞의 속도로 화성 대기권으로 진입했다. 그동안 발생할 고온의 마찰열로 인해 손상될 것을 우려해 인사이트호는 열 방패와 상부 덮개로 감싸인 채 대기권에 들어갔다. 그런 다음 낙하산을 펼치고 역추진 엔진을 최대한 가동해 하강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화성까지 가는 우주 비행에서 가장 위험한 시간인 6분30초에 걸친 감속 끝에 인사이트호는 속도를 거의 0까지 떨어뜨려 화성 표면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이로써 우주 개발 기술의 또다른 개가를 이뤘다.
화성까지의 거리는 4억8000만㎞에 이른다. 빛의 속도로도 8.1분이 걸린다. 화성에 도착한 인사이트호에서 발사한 전파가 우주 공간을 거쳐 지구에 있는 나사 본부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지난 5월 5일 발사된 인사이트호가 기나긴 우주 여행을 마치고 목적지에 다다르는 데는 206일이나 걸렸다.
인사이트호는 미국 나사와 독일, 프랑스의 공동 프로젝트다. 발사 비용도 공동 투자했다. 나사는 8억1400만 달러를,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억8000만 달러를 부담했다. 우주 로켓 발사국인 프랑스와 함께 아직 우주발사체를 보유하지 않은 독일의 공동 참가에 관심이 쏠린다. 우주 개발 투자는 강대국임을 나타내는 ‘신분증명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사이트호는 1976년 7월 인류 최초의 화성 착륙선인 바이킹 1호 이후 NASA가 발사한 9번째 화성 착륙선이다. 그동안 한 번의 실패 외에는 모두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화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나라는 지금까지 미국 밖에 없다. 미국은 화성 탐사에서 가장 앞선 나라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사이트호 착륙 하루 전인 11월 25일 ‘지구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가 ‘화성 유인 탐사’를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설립자이지만 우주발사체를 제작해 운용하는 민간 우주비행업체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는 미국 최초의 민간우주선 사업자로 NASA도 이용할 정도다. 머스크는 이날 다큐멘터리 뉴스인 ‘악시오스 온 HBO’에 등장해 “우주선을 타고 직접 화성에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 가능성은 약 70%”라고 말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머스크는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며 화성으로 가서 그곳에서 정착지를 건설하며 여생을 보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화성 여행 의사를 밝힌 적이 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화성 여행을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그는 앞으로 7년쯤 지나면 스페이스 X가 보유한 우주선을 타고 수십만 달러의 요금을 내고 화성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이에 대해 우주여행이 부자들의 여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날 머스크는 이를 의식한 듯 “화성 착륙에 성공하면 곧바로 기지 건설에 착수할 것”이라며 “쉴 틈이 거의 없을 것이고 기지 건설을 모두 완료해도 매우 가혹한 환경이긴 마찬가지여서 그곳에서 죽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래도 부자들의 탈출구 같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화성여행을 하고 화성에 기지를 건설해 정착하는 개척자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NASA에 따르면 화성까지 유인 우주여행에는 60억~500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머스크라도 부담하기가 쉽지 않은 액수다. 현실적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화성 유인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사실 인간이 우주의 행성을 탐험하는 것을 넘어 이주하는 프로젝트는 SF소설을 넘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우주벤처기업가 바스 란스도르프는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하고 있다.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란스도르프는 풍력발전소 사업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2011년 비영리 우주벤처 업체인 ‘마르스 원(Mars One)’을 창업했다. 화성에 최초로 인류를 보내는 것은 물론 2027년까지는 인간이 거주하는 영구 식민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는 우선 2020~2024년 준비 우주선 발사를 하면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마르스 원 데모 우주선을 제작해 유인 우주선의 화성 착륙이 가능한지를 시험해보는 것이 다음 관문이다. 그런 후 그 해 안에 통신용 기지국인 ‘마르스 원 콤사트’를 발사해 화성 주변을 선회하게 할 예정이다. 유인 우주여행에서 통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가 화성 궤도를 선회하며 식민지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을 맡을 마르스 원 로버의 발사다. 2022년으로 예정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준비 단계다.
그 다음은 본격적인 마르스 원 프로젝트의 가동이다. 그 시작은 2024년으로 잡고 있다. 착륙선 5대와 탐사선을 동시에 화성에 보내 유인 화성 탐사를 위한 마지막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이 우주선에는 두 종류의 생명체를 선정해 생명보조장치와 보급품을 함께 실어 보낸다. 개나 원숭이 등을 보내 우주 장기 거주 가능성을 동물로 실험하는 과정이다. 과거 소련에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기 전 라이카라는 개를 태워 지구 궤도를 비행시키며 안전을 확인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를 통해 안전이 확인되면 2026년 마르스 원에 네 명의 인간을 실어 화성 식민지로 보내게 된다. 마르스 원의 우주선은 머스크가 운영하는 민간 상업용 우주선 발사업체인 스페이스X의 드래건 로켓을 이용해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데 드는 돈을 절감하는 방법이다.
란스도르프는 머스크와 계약한 다음에는 각각 2500kg의 식량을 실은 우주선을 여러 차례 화성에 보내 보급창고를 채울 예정이다. 이렇게 통신·안전·보급을 확보한 후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라는 대형 로켓을 이용해 인간들을 화성으로 보내는 것이 마르스 원의 희망이다. 2033년까지 일단 20명을 화성에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흥미로운 것은 누가 화성에 갈 것이냐다. 지원을 통해 1차 선발될 우주인들은 일정 경비를 지불한 후 장기간에 걸친 훈련과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종 선발된 우주인은 우주선에 승선해 세계 최초의 화성 식민지 주민이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돌아올 기약이 없다. 화성에서 지구를 향하는 우주 로켓을 발사할 능력이나 기술, 보급 등은 아직 인류가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편도 티켓만 들고 떠나야 한다. 이 프르젝트가 윤리적 논란을 빚는 이유다. 돌아오는 것을 둘째 치고 기술이나 재정적으로 화성 식민지에 이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란스도르프는 다양한 우주 비즈니스로 자금을 마련할 궁리를 하고 있다. 화성에서의 생활을 카메라로 찍어 지구로 중계해 이를 리얼리티쇼로 방송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실화 SF 드라마를 연출하겠다는 이야기다. 지구에서 무려 4억8000만 ㎞나 떨어진 미지의 별인 화성에서 벌어지는 이색적인 생활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지겨워질 즈음에는 그런 극한의 땅에서 인간이 벌이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더하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이미 SF영화 [마스]가 흥행에 성공했으니 이를 리얼리티로 방송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전 세계에 중계해서 받는 중계료만으로도 화성 여행과 식민지 개척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희망이다. 결국 돈을 벌 목적으로 위험한 마르스 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란스도르프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기보다 인간이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게 의미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회사 자체를 비영리 기업으로 등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화성 리얼리티쇼를 중계할 중계사는 영리업체로 등록했다. 신비의 세계였던 우주가 이제는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활짝 열리고 있다. 한국의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의 발사 성공과 나사의 화성탐사선 인사이트의 착륙 성공을 과학이 아닌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이유다.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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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주 개발은 1957년 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면서 국가적 자존심과 체제 경쟁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촉발된 성격이 강하다. 우주 개발은 과학기술 개발을 통한 낙수효과는 있었다. 우주선 개발을 위해 들어가는 수많은 기술이 민간 부문으로 넘어오면서 인류의 삶이 풍요로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소의 자존심 경쟁에서 출발한 우주 개발
11월 28일은 한국 우주 개발사에서 한 획을 긋는 날이다. 우리 기술로만 개발 중인 한국의 첫 독자 기술 우주발사체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전남 고흥의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됐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발사체(KSLV-2)인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는 이날 강한 화염을 내뿜으며 안정적으로 수직 상승했다. 엔진 시험발사체의 성능은 연소시간으로 평가한다. 누리호 1단 엔진은 목표 연소 시간인 140초를 넘어 151초 동안 추진돼 목표를 11초 초과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누리호는 엔진이 다 연소되는 시점에 고도 75㎞ 상공까지 상승했다. 그런 다음 관성 비행을 계속해 발사 319초쯤 최대 고도인 209㎞에 이르렀다. 그런 자음 포물선형을 그리며 낙하해 나로우주센터에서 429㎞ 떨어진 제주 남동쪽 공해상에 예정대로 낙하했다. 이날 발사된 엔진 시험발사체는 길이 25.8m, 최대 지름 2.6m에 무게는 52.1t의 크기다. 이번 발사는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에 쓰이는 75t급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날 발사는 2010년 3월 시작돼 2021년 3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인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의 일부다. 11년에 걸친 ‘긴 호흡’ 과학기술 프로젝트다. 우주 발사체 누리호는 이날 발사된 75t급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한 300t급 1단 엔진과 75t급의 2단 엔진, 그리고 7t급의 3단 엔진으로 이뤄진다. 길이 47.2m, 최대 지름 3.5m에 중량이 200t에 이르는 누리호를 이용해 고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에 중량 1.5t급의 실용위성을 올려놓는 게 최종 목표다. 2021년 2월과 2021년 10월에 두 차례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엔진 시첨발사체의 성공적인 발사는 한국이 이런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독자 기술로 우주로켓 엔진을 개발한 나라가 됐다. 이 기술을 가진 나라는 우주 개발의 선도국인 미국·러시아와 일본·인도·유럽·중국·우크라이나·이스라엘·이란, 북한 등이다.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 합격점 받아
한국은 이미 인공위성 제작 기술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릴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면 상업적 인공위성 발사사업에 참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소행성이나 혜성을 탐사하고 국제우주정거장을 오가는 프로젝트에도 동참할 수 있다. 장래 달이나 화성에 오가는 첨단 우주 개발 사업에도 손을 뻗을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 성공을 이틀 앞둔 11월 26일에는 인류의 화성 탐사길을 열어갈 새로운 도전이 성공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호가 이날 화성 표면에 착륙한 것이다. 화성 적도 부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내린 인사이트호는 착륙 후 태양광 패널을 펼치고 충전 작업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화성 지하세계에 대한 탐사를 본격화하게 된다. 우주선이 대기권 농도가 지구의 1% 수준인 화성에 착륙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초고속으로 우주 공간을 날아온 우주선이 화성 대기권에 들어온 다음에는 대기의 마찰력을 이용해 하강 속도를 줄여야 무사히 착륙할 수 있는데, 화성에선 마찰력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낙하산과 역추진 엔진 가동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낙하산조차 대기가 희박한 화성에선 효과가 크지 않다.
인사이트호의 경우 화성 표면에서 128㎞ 떨어진 상공에서 시속 1만9800㎞의 속도로 화성 대기권으로 진입했다. 그동안 발생할 고온의 마찰열로 인해 손상될 것을 우려해 인사이트호는 열 방패와 상부 덮개로 감싸인 채 대기권에 들어갔다. 그런 다음 낙하산을 펼치고 역추진 엔진을 최대한 가동해 하강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화성까지 가는 우주 비행에서 가장 위험한 시간인 6분30초에 걸친 감속 끝에 인사이트호는 속도를 거의 0까지 떨어뜨려 화성 표면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이로써 우주 개발 기술의 또다른 개가를 이뤘다.
화성까지의 거리는 4억8000만㎞에 이른다. 빛의 속도로도 8.1분이 걸린다. 화성에 도착한 인사이트호에서 발사한 전파가 우주 공간을 거쳐 지구에 있는 나사 본부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지난 5월 5일 발사된 인사이트호가 기나긴 우주 여행을 마치고 목적지에 다다르는 데는 206일이나 걸렸다.
인사이트호는 미국 나사와 독일, 프랑스의 공동 프로젝트다. 발사 비용도 공동 투자했다. 나사는 8억1400만 달러를,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억8000만 달러를 부담했다. 우주 로켓 발사국인 프랑스와 함께 아직 우주발사체를 보유하지 않은 독일의 공동 참가에 관심이 쏠린다. 우주 개발 투자는 강대국임을 나타내는 ‘신분증명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사이트호는 1976년 7월 인류 최초의 화성 착륙선인 바이킹 1호 이후 NASA가 발사한 9번째 화성 착륙선이다. 그동안 한 번의 실패 외에는 모두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화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나라는 지금까지 미국 밖에 없다. 미국은 화성 탐사에서 가장 앞선 나라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사이트호 착륙 하루 전인 11월 25일 ‘지구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가 ‘화성 유인 탐사’를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설립자이지만 우주발사체를 제작해 운용하는 민간 우주비행업체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는 미국 최초의 민간우주선 사업자로 NASA도 이용할 정도다. 머스크는 이날 다큐멘터리 뉴스인 ‘악시오스 온 HBO’에 등장해 “우주선을 타고 직접 화성에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 가능성은 약 70%”라고 말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머스크는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며 화성으로 가서 그곳에서 정착지를 건설하며 여생을 보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아직은 화성행 편도 티켓만…
문제는 비용이다. NASA에 따르면 화성까지 유인 우주여행에는 60억~500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머스크라도 부담하기가 쉽지 않은 액수다. 현실적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화성 유인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사실 인간이 우주의 행성을 탐험하는 것을 넘어 이주하는 프로젝트는 SF소설을 넘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우주벤처기업가 바스 란스도르프는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하고 있다.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란스도르프는 풍력발전소 사업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2011년 비영리 우주벤처 업체인 ‘마르스 원(Mars One)’을 창업했다. 화성에 최초로 인류를 보내는 것은 물론 2027년까지는 인간이 거주하는 영구 식민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는 우선 2020~2024년 준비 우주선 발사를 하면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마르스 원 데모 우주선을 제작해 유인 우주선의 화성 착륙이 가능한지를 시험해보는 것이 다음 관문이다. 그런 후 그 해 안에 통신용 기지국인 ‘마르스 원 콤사트’를 발사해 화성 주변을 선회하게 할 예정이다. 유인 우주여행에서 통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가 화성 궤도를 선회하며 식민지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을 맡을 마르스 원 로버의 발사다. 2022년으로 예정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준비 단계다.
그 다음은 본격적인 마르스 원 프로젝트의 가동이다. 그 시작은 2024년으로 잡고 있다. 착륙선 5대와 탐사선을 동시에 화성에 보내 유인 화성 탐사를 위한 마지막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이 우주선에는 두 종류의 생명체를 선정해 생명보조장치와 보급품을 함께 실어 보낸다. 개나 원숭이 등을 보내 우주 장기 거주 가능성을 동물로 실험하는 과정이다. 과거 소련에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기 전 라이카라는 개를 태워 지구 궤도를 비행시키며 안전을 확인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를 통해 안전이 확인되면 2026년 마르스 원에 네 명의 인간을 실어 화성 식민지로 보내게 된다. 마르스 원의 우주선은 머스크가 운영하는 민간 상업용 우주선 발사업체인 스페이스X의 드래건 로켓을 이용해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데 드는 돈을 절감하는 방법이다.
란스도르프는 머스크와 계약한 다음에는 각각 2500kg의 식량을 실은 우주선을 여러 차례 화성에 보내 보급창고를 채울 예정이다. 이렇게 통신·안전·보급을 확보한 후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라는 대형 로켓을 이용해 인간들을 화성으로 보내는 것이 마르스 원의 희망이다. 2033년까지 일단 20명을 화성에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흥미로운 것은 누가 화성에 갈 것이냐다. 지원을 통해 1차 선발될 우주인들은 일정 경비를 지불한 후 장기간에 걸친 훈련과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종 선발된 우주인은 우주선에 승선해 세계 최초의 화성 식민지 주민이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돌아올 기약이 없다. 화성에서 지구를 향하는 우주 로켓을 발사할 능력이나 기술, 보급 등은 아직 인류가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편도 티켓만 들고 떠나야 한다. 이 프르젝트가 윤리적 논란을 빚는 이유다. 돌아오는 것을 둘째 치고 기술이나 재정적으로 화성 식민지에 이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란스도르프는 다양한 우주 비즈니스로 자금을 마련할 궁리를 하고 있다. 화성에서의 생활을 카메라로 찍어 지구로 중계해 이를 리얼리티쇼로 방송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실화 SF 드라마를 연출하겠다는 이야기다. 지구에서 무려 4억8000만 ㎞나 떨어진 미지의 별인 화성에서 벌어지는 이색적인 생활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지겨워질 즈음에는 그런 극한의 땅에서 인간이 벌이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더하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이미 SF영화 [마스]가 흥행에 성공했으니 이를 리얼리티로 방송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전 세계에 중계해서 받는 중계료만으로도 화성 여행과 식민지 개척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희망이다.
극한의 땅에서 벌어지는 각본 없는 드라마?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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