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입술을 보세요” 아니면 “제 엉덩이를 보든가”
“제 입술을 보세요” 아니면 “제 엉덩이를 보든가”
지난 11월 말 세상 떠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남긴 말, 말, 말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30일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긴 생애의 대부분을 공직에 헌신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고, 1966년 텍사스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 다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부통령을 거친 다음 제 41대 미국 대통령(1989~1993)을 지내면서 평화로운 냉전 종식을 이끌었다.
제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부친으로 향후 ‘아버지 부시’로 알려진 그는 기발한 경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유명했다(때로는 터무니없는 말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앤 리처즈 전 텍사스 주지사가 그를 두고 “입에 (은수저가 아니라) 은발을 물고 태어났다”고 말했을 정도였다(입에 발을 물었다는 ‘foot-in-mouth’라는 영어 표현은 ‘실언하다’는 뜻이다).
그가 남긴 잘 알려진 말을 몇 가지 살펴보면 공직자로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제 입술을 보세요. 더는 세금 인상이 없습니다(Read my lips: No new taxes!).”이 영어 단어 6개로 이뤄진 정치적 약속이 부시 전 대통령이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88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 지명을 수락하는 연설을 하면서 그 유명한 말을 입에 담았다. 그는 오랫동안 세금반대 정책을 공약으로 선거운동을 펼쳤지만 특히 그의 전당대회 연설이 미국인의 마음에 그 말을 확고히 각인시켰다.
코미디언 데이너 카비가 TV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개그로 자주 그 말을 되풀이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부시 전 대통령도 그 말의 인기를 잘 알았고 그 말을 변형해 스스로를 놀리기도 했다. 1990년 그는 미국 최부유층의 세금을 인상하는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에게 자신의 뒤를 가리키며 “제 엉덩이를 보세요”라고 말하곤 자리를 떴다. “제 입술을 보세요”를 패러디한 말이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공약은 말 그대로 빈 약속이 되고 말았다. 그는 당선 2년 후 공공지출을 줄이지 않는 대신 세금을 인상하는 타협안을 수용했다.
“푸닥거리 경제학(voodoo economics)”이 표현은 대다수 미국인의 마음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트리클다운(trickle-down, ‘적하효과’ 또는 ‘낙수효과’라고도 하며 부유층과 대기업 성장의 부가 아래까지 흘러간다는 원리로 분배보다는 성장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의미한다)’ 또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를 비판하는데 사용되는 이 용어가 당시 레이건의 러닝메이트였던 부시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80년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에 출마한 부시는 레이건 후보의 경제정책을 공격하면서 그 표현을 썼지만 나중에 가서 부인했다. 그는 카네기멜런대학에 들렀을 때 이렇게 말했다. “말이 안 되는 정책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내가 ‘푸닥거리 경제 정책’이라고 부르는 모델을 개발한 사람이 캘리포니아 출신 경제학자 아서 래퍼라는 사실이다.” 레이건과 부시가 대통령과 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이 용어는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지금도 부가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흘러내려간다는 아이디어를 비판할 때 흔히 ‘푸닥거리 경제학’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질 못하는 사람이 있지(Some people simply can’t let go).” 부시 전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대처 전 총리는 그에게 제1차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을 상대로 “나약하게 나가지 말라”고 핀잔을 준 것으로 잘 알려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대처 전 총리가 차갑고 너무 진지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기에 ‘대화할 때 말은 늘 그녀가 한다. 완전히 일방통행이다’라고 썼다. 또 그는 대처 전 총리가 퇴임 후에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계속 정책을 논하자 짜증을 내기도 했다.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질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는 그녀를 두고 일기에 썼다.
“난 이제 미국 대통령이 된만큼 더는 브로콜리를 먹지 않겠다(I’m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I’m not going to eat any more broccoli).”지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부시 전 대통령도 정크푸드와 패스트푸드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0년 어느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음식 선호에 관해 명확하게 밝혔다. “난 브로콜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한 적이 없는데 어머니가 억지로 먹게 했다. 난 이제 미국 대통령이 된만큼 더는 브로콜리를 먹지 않겠다. 이건 브로콜리에 관한 나의 마지막 선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브로콜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워싱턴으로 오고 있다. 이 문제에서 우리 가족은 분열됐다. 아내 바바라는 브로콜리를 좋아한다. 그녀는 내게도 먹이려고 했다. 그녀는 늘 브로콜리를 먹는다. 그러니 브로콜리 트럭들이 들어오면 그녀가 나가 환영하면 된다.” 그냥 웃자고 한 얘기였지만 그 언급으로 캘리포니아주 브로콜리 재배농들이 발끈했다. 그들은 실제로 브로콜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을 부시 전 대통령에게 보냈다. 그는 그 브로콜리를 워싱턴의 무료 음식배급소에 기증했다.
“새로운 세계질서(a New World Order)”부시 전 대통령은 1991년 1월 테러리즘을 종식시키고 평화로운 민주주의 체제에서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새로운 세계질서’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그 아이디어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시작된 제1차 걸프전의 목표로 제시됐다. 비판자들은 미국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평화유지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개입을 정당화했다.
그는 의회에서 걸프전의 시작을 알리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이라크 폭격을 발표하면서 먼저 4가지 시급한 목표를 열거했다. “이라크는 쿠웨이트에서 무조건 즉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 쿠웨이트의 합법적 정부가 복원돼야 한다. 걸프 지역의 안정과 안보가 확보돼야 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시민이 보호 받아야 한다.” 그 다음 그는 다섯 번째로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 험난한 시대에 우리는 다섯 번째 목표인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테러 위협으로부터 더 자유롭고, 더 강하며 확고하게 정의와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말한다. 동과 서, 남과 북의 세계 각국이 번영을 누리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시대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한다.”
- 니콜 굿카인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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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부친으로 향후 ‘아버지 부시’로 알려진 그는 기발한 경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유명했다(때로는 터무니없는 말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앤 리처즈 전 텍사스 주지사가 그를 두고 “입에 (은수저가 아니라) 은발을 물고 태어났다”고 말했을 정도였다(입에 발을 물었다는 ‘foot-in-mouth’라는 영어 표현은 ‘실언하다’는 뜻이다).
그가 남긴 잘 알려진 말을 몇 가지 살펴보면 공직자로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제 입술을 보세요. 더는 세금 인상이 없습니다(Read my lips: No new taxes!).”이 영어 단어 6개로 이뤄진 정치적 약속이 부시 전 대통령이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88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 지명을 수락하는 연설을 하면서 그 유명한 말을 입에 담았다. 그는 오랫동안 세금반대 정책을 공약으로 선거운동을 펼쳤지만 특히 그의 전당대회 연설이 미국인의 마음에 그 말을 확고히 각인시켰다.
코미디언 데이너 카비가 TV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개그로 자주 그 말을 되풀이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부시 전 대통령도 그 말의 인기를 잘 알았고 그 말을 변형해 스스로를 놀리기도 했다. 1990년 그는 미국 최부유층의 세금을 인상하는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에게 자신의 뒤를 가리키며 “제 엉덩이를 보세요”라고 말하곤 자리를 떴다. “제 입술을 보세요”를 패러디한 말이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공약은 말 그대로 빈 약속이 되고 말았다. 그는 당선 2년 후 공공지출을 줄이지 않는 대신 세금을 인상하는 타협안을 수용했다.
“푸닥거리 경제학(voodoo economics)”이 표현은 대다수 미국인의 마음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트리클다운(trickle-down, ‘적하효과’ 또는 ‘낙수효과’라고도 하며 부유층과 대기업 성장의 부가 아래까지 흘러간다는 원리로 분배보다는 성장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의미한다)’ 또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를 비판하는데 사용되는 이 용어가 당시 레이건의 러닝메이트였던 부시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80년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에 출마한 부시는 레이건 후보의 경제정책을 공격하면서 그 표현을 썼지만 나중에 가서 부인했다. 그는 카네기멜런대학에 들렀을 때 이렇게 말했다. “말이 안 되는 정책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내가 ‘푸닥거리 경제 정책’이라고 부르는 모델을 개발한 사람이 캘리포니아 출신 경제학자 아서 래퍼라는 사실이다.” 레이건과 부시가 대통령과 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이 용어는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지금도 부가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흘러내려간다는 아이디어를 비판할 때 흔히 ‘푸닥거리 경제학’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질 못하는 사람이 있지(Some people simply can’t let go).” 부시 전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대처 전 총리는 그에게 제1차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을 상대로 “나약하게 나가지 말라”고 핀잔을 준 것으로 잘 알려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대처 전 총리가 차갑고 너무 진지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기에 ‘대화할 때 말은 늘 그녀가 한다. 완전히 일방통행이다’라고 썼다. 또 그는 대처 전 총리가 퇴임 후에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계속 정책을 논하자 짜증을 내기도 했다.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질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는 그녀를 두고 일기에 썼다.
“난 이제 미국 대통령이 된만큼 더는 브로콜리를 먹지 않겠다(I’m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I’m not going to eat any more broccoli).”지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부시 전 대통령도 정크푸드와 패스트푸드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0년 어느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음식 선호에 관해 명확하게 밝혔다. “난 브로콜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한 적이 없는데 어머니가 억지로 먹게 했다. 난 이제 미국 대통령이 된만큼 더는 브로콜리를 먹지 않겠다. 이건 브로콜리에 관한 나의 마지막 선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브로콜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워싱턴으로 오고 있다. 이 문제에서 우리 가족은 분열됐다. 아내 바바라는 브로콜리를 좋아한다. 그녀는 내게도 먹이려고 했다. 그녀는 늘 브로콜리를 먹는다. 그러니 브로콜리 트럭들이 들어오면 그녀가 나가 환영하면 된다.” 그냥 웃자고 한 얘기였지만 그 언급으로 캘리포니아주 브로콜리 재배농들이 발끈했다. 그들은 실제로 브로콜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을 부시 전 대통령에게 보냈다. 그는 그 브로콜리를 워싱턴의 무료 음식배급소에 기증했다.
“새로운 세계질서(a New World Order)”부시 전 대통령은 1991년 1월 테러리즘을 종식시키고 평화로운 민주주의 체제에서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새로운 세계질서’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그 아이디어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시작된 제1차 걸프전의 목표로 제시됐다. 비판자들은 미국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평화유지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개입을 정당화했다.
그는 의회에서 걸프전의 시작을 알리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이라크 폭격을 발표하면서 먼저 4가지 시급한 목표를 열거했다. “이라크는 쿠웨이트에서 무조건 즉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 쿠웨이트의 합법적 정부가 복원돼야 한다. 걸프 지역의 안정과 안보가 확보돼야 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시민이 보호 받아야 한다.” 그 다음 그는 다섯 번째로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 험난한 시대에 우리는 다섯 번째 목표인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테러 위협으로부터 더 자유롭고, 더 강하며 확고하게 정의와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말한다. 동과 서, 남과 북의 세계 각국이 번영을 누리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시대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한다.”
- 니콜 굿카인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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