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와 트럼프는 닮은꼴?
네타냐후와 트럼프는 닮은꼴?
스캔들에 휘말린 이스라엘 총리도 총선 앞두고 미국 대통령처럼 ‘가짜뉴스’ 주장하고 개인 비방으로 돌파구 모색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47세였던 1996년 리쿠드당을 총선에서 승리로 이끌었고, 이후 3년간 최연소 총리로 이스라엘을 통치했다. 1999년 총선 패배 후 잠시 정계를 떠났던 그는 2005년 정치에 복귀해 2009년 총선에서 제2당이 된 리쿠드당과 제3당의 연대를 통해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다. 또 2013년과 2015년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해 10년 연속 집권 중이다. 오는 4월 9일 새로운 총선이 치러진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베냐민 총리의 재선(5선)은 어려울 게 없어야 한다. 이스라엘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 실업율이 낮고, 지난 15년 동안 이스라엘은 세계의 선도적인 기술 선진국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았던 팔레스타인쪽과의 안보 상황도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적어도 이스라엘의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아울러 그동안 이스라엘은 예상과 달리 따돌림당하는 국가가 되기는커녕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요즘 밤잠을 설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초 그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예비선거를 치렀다. 네타냐후 총리가 늘 그렇듯이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당원들이 막상 투표했을 때 그들은 그의 소망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은 듯했다. 대신 그들은 그의 당내 최대 정적 중 한 명인 기데온 사르 전 교육장관을 그와 별 차이가 나지 않게 지지하면서 네타냐후 시대가 곧 끝날지 모른다는 여운을 남겼다.
왜 그런 기운이 감돌까? 네타냐후 총리가 1998년 에후드 바라크에게 패한 이래 처음으로 야권에서 그에게 만만찮은 상대가 등장했다. ‘이스라엘회복당(IRP)’을 창당한 베니 간츠 전 이스엘 방위군 참모총장이다. 지금 IRP는 현재 제4당인 예시 아티드와 반(反)네타냐후 연대를 논의하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들 두 정당이 집권당인 리쿠드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양당의 연대를 향한 기대와 압박도 커졌다.
더 중요한 점은 이스라엘 사법부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기와 배임, 뇌물 혐의 등 총 3건의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됐으며, 이스라엘 경찰은 기소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주장하는 첫 번째 혐의는 네타냐후 총리가 2014~17년 통신부 장관을 겸임하는 동안 이스라엘의 통신 대기업 베제크 텔레콤의 대주주이자 뉴스 웹사이트 왈라의 소유주인 샤울 엘로비치를 상대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하고 베제크 텔레콤 사업에 2억8000만 달러의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네타냐후 총리가 부유한 지인으로부터 불법적으로 고가의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다. 세 번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유력 언론사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의 소유주 아논 모제스와 막후 거래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싣는 대가로 경쟁지의 판매부수를 제한하려 한 의혹이다. 1년 전 경찰이 네타냐후 총리의 기소를 처음 권고했다. 그 이래 경찰은 다른 두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그의 기소를 권고했다. 최종 결정은 검찰총장이 내려야 한다.
기소 결정이 확실시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조기총선 카드를 던지며 결정 발표를 지연시키려 했다. 그러나 아비차이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은 결정을 신속히 발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기소되기 전에 혐의를 소명할 권리가 있다. 이 절차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4월 9일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 기소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막강한 야권 경쟁자의 부상과 부패 의혹에 따른 기소 가능성이라는 양면적인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선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온 듯 모든 주류 언론이 ‘가짜뉴스’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기소를 둘러싼 언론의 관심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기자들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4년 동안 주류 이스라엘 언론과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스라엘의 가장 널리 읽히는 신문 이스라엘 하욤에 의지한다. 그의 후원자 셸돈 아델손이 소유한 신문이다. 더 최근엔 네타냐후 총리가 TV 채널 ‘리쿠드TV’를 직접 설립했다. 그 채널에서 그는 한 주에도 여러 번 ‘인터뷰’를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매체를 이용해 비판적이거나 성가신 언론을 우회해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을 공격할 수단을 제공한다. 그는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이 “허약하며 좌익의 압력에 굴복한다”고 비난한다. 따라서 그는 만약 기소되면 우익 성향의 경찰이나 ‘자신이 직접 발탁한’ 검찰총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좌파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한편 야권 지도자 간츠 전 참모총장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네타나후 총리는 그를 “허약한 좌파”로 밀어붙이려고 안간힘이다(그러나 IRP 요직에 우익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포진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다). 그는 야권 지도자가 승리하면 간접적으로 아랍계 이스라엘인에게 권력을 내주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 방법이 네타냐후 총리 지지를 꺼리는 유권자를 설득하기에 충분치 않을 경우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있다. 이스라엘에서 아주 인기 높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하는 방안이다. 얼마 전 리쿠드당은 총선 캠페인을 위해 두 지도자가 함께 있는 사진을 담은 거대한 광고판을 내걸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선제적인 행동이 먹혀들까? 현재로선 리쿠드당의 지지도가 여전히 높다. 그러나 만약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이 네타냐후 총리의 기소 여부를 발표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이스라엘 총선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 마크 슐먼
※ [필자는 뉴스위크 객원 칼럼니스트이며 웹사이트 historycentral.com의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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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베냐민 총리의 재선(5선)은 어려울 게 없어야 한다. 이스라엘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 실업율이 낮고, 지난 15년 동안 이스라엘은 세계의 선도적인 기술 선진국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았던 팔레스타인쪽과의 안보 상황도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적어도 이스라엘의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아울러 그동안 이스라엘은 예상과 달리 따돌림당하는 국가가 되기는커녕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요즘 밤잠을 설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초 그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예비선거를 치렀다. 네타냐후 총리가 늘 그렇듯이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당원들이 막상 투표했을 때 그들은 그의 소망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은 듯했다. 대신 그들은 그의 당내 최대 정적 중 한 명인 기데온 사르 전 교육장관을 그와 별 차이가 나지 않게 지지하면서 네타냐후 시대가 곧 끝날지 모른다는 여운을 남겼다.
왜 그런 기운이 감돌까? 네타냐후 총리가 1998년 에후드 바라크에게 패한 이래 처음으로 야권에서 그에게 만만찮은 상대가 등장했다. ‘이스라엘회복당(IRP)’을 창당한 베니 간츠 전 이스엘 방위군 참모총장이다. 지금 IRP는 현재 제4당인 예시 아티드와 반(反)네타냐후 연대를 논의하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들 두 정당이 집권당인 리쿠드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양당의 연대를 향한 기대와 압박도 커졌다.
더 중요한 점은 이스라엘 사법부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기와 배임, 뇌물 혐의 등 총 3건의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됐으며, 이스라엘 경찰은 기소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주장하는 첫 번째 혐의는 네타냐후 총리가 2014~17년 통신부 장관을 겸임하는 동안 이스라엘의 통신 대기업 베제크 텔레콤의 대주주이자 뉴스 웹사이트 왈라의 소유주인 샤울 엘로비치를 상대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하고 베제크 텔레콤 사업에 2억8000만 달러의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네타냐후 총리가 부유한 지인으로부터 불법적으로 고가의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다. 세 번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유력 언론사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의 소유주 아논 모제스와 막후 거래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싣는 대가로 경쟁지의 판매부수를 제한하려 한 의혹이다. 1년 전 경찰이 네타냐후 총리의 기소를 처음 권고했다. 그 이래 경찰은 다른 두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그의 기소를 권고했다. 최종 결정은 검찰총장이 내려야 한다.
기소 결정이 확실시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조기총선 카드를 던지며 결정 발표를 지연시키려 했다. 그러나 아비차이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은 결정을 신속히 발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기소되기 전에 혐의를 소명할 권리가 있다. 이 절차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4월 9일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 기소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막강한 야권 경쟁자의 부상과 부패 의혹에 따른 기소 가능성이라는 양면적인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선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온 듯 모든 주류 언론이 ‘가짜뉴스’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기소를 둘러싼 언론의 관심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기자들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4년 동안 주류 이스라엘 언론과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스라엘의 가장 널리 읽히는 신문 이스라엘 하욤에 의지한다. 그의 후원자 셸돈 아델손이 소유한 신문이다. 더 최근엔 네타냐후 총리가 TV 채널 ‘리쿠드TV’를 직접 설립했다. 그 채널에서 그는 한 주에도 여러 번 ‘인터뷰’를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매체를 이용해 비판적이거나 성가신 언론을 우회해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을 공격할 수단을 제공한다. 그는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이 “허약하며 좌익의 압력에 굴복한다”고 비난한다. 따라서 그는 만약 기소되면 우익 성향의 경찰이나 ‘자신이 직접 발탁한’ 검찰총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좌파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한편 야권 지도자 간츠 전 참모총장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네타나후 총리는 그를 “허약한 좌파”로 밀어붙이려고 안간힘이다(그러나 IRP 요직에 우익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포진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다). 그는 야권 지도자가 승리하면 간접적으로 아랍계 이스라엘인에게 권력을 내주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 방법이 네타냐후 총리 지지를 꺼리는 유권자를 설득하기에 충분치 않을 경우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있다. 이스라엘에서 아주 인기 높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하는 방안이다. 얼마 전 리쿠드당은 총선 캠페인을 위해 두 지도자가 함께 있는 사진을 담은 거대한 광고판을 내걸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선제적인 행동이 먹혀들까? 현재로선 리쿠드당의 지지도가 여전히 높다. 그러나 만약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이 네타냐후 총리의 기소 여부를 발표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이스라엘 총선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 마크 슐먼
※ [필자는 뉴스위크 객원 칼럼니스트이며 웹사이트 historycentral.com의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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