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지는 ‘스마트 약물’ 진짜 효과 있을까
똑똑해지는 ‘스마트 약물’ 진짜 효과 있을까
뇌기능 향상 통해 일자리나 인생에서 앞서갈 목적으로 누트로픽스 찾는 사람 갈수록 많아져 누트로픽스(nootropics)는 뇌기능을 향상시켜준다고 알려진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가리킨다. 기억력과 집중력, 동기유발, 심지어 행복감을 높여주도록 고안된 누트로픽스도 있다. 이 용어는 자연 물질부터 합성 물질까지, 일반의약품부터 전문의약품까지, 합법부터 불법까지 다양한 약물을 아우른다. 요리에 사용하는 강황 그리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사용되는 리탈린과 환각제 LSD도 누트로픽스가 될 수 있다.
누트로픽스는 ‘마음 또는 정신’을 뜻하는 그리스어 ‘누스(nous)’와 ‘구부리다, 회전하다’는 뜻의 ‘트레페인(trepein)’을 합성한 용어다. 1972년 루마니아 화학자 코르넬리우 주르자가 신경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등의 목적으로 개발한 의약품(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개선한다고 알려진 초기의 인지강화 약품 피라세탐)을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만들었다. 주르자는 누트로픽스의 급진적인 잠재력을 확신했다. “인간은 진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뇌를 가지려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수백 년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원치 않는 감정을 억제하고 창의력과 기억력 등 뇌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연적인 뇌의 화학작용을 우회하는 발상은 오랫동안 공상과학물의 소재였다.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1966년 나온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 같은 소설부터 2011년 개봉된 영화 ‘리미트리스’까지 많은 작품이 뇌기능을 ‘스마트 약물’로 개선하는 문제를 다뤘다.
이제 대마초 규제가 완화되고 우리의 몸과 정신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면서 누트로픽스의 인기가 더 높아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2017년 학술지 국제약물정책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30%는 그 이전 1년 동안 ‘스마트 약물’을 적어도 한 번 복용했다고 응답했다. 2015년 조사 결과에선 그 비율이 20%였다.
프리랜스 일자리와 제로아워 계약(정해진 노동시간 없이 임시직 계약을 한 뒤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노동 계약)이 주를 이루는 요즘의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자기계발 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선 특히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적인 듯하다. 발육 중인 뇌에 리탈린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킴벌리 R. 어번 박사는 “노동시장과 고등교육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지능력 개선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이든 하려고 애쓴다.”
뇌기능 강화를 위한 누트로픽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015년 약 23억 달러에서 2024년 116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그런 급증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누트로픽스 산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뿌리를 내렸다. 그곳에선 초효율적인 창의력이 최고이며 수면 추적과 간헐적 단식 같은 뇌기능 향상 전략이 대유행이다.
대다수 누트로픽스 브랜드는 업계 내부의 틈새 시장을 노린다. 2014년 창업한 누트루는 자사가 생산하는 누트로픽스 합성제가 부작용이 없도록 철저히 연구했고 규제된다고 선전한다. 또 트루브레인은 누트로픽스 음료를 판매한다. HVMN(‘휴먼’으로 발음한다)은 4년여 전부터 ‘인지적·신체적·대사적 측면에서 인류를 개선하는’ 누트로픽스 스낵과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한다.
이들 업체는 판매와 투자로 수백만 달러를 끌어들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논란도 만만찮다. HVMN이 의뢰한 한 연구에서 그 회사가 판매하는 누트로픽스 제품 중 하나가 커피보다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보고서는 누트로픽스가 강박장애와 중독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뿐이 아니라 윤리적인 딜레마도 있다. 누트로픽스가 실제로 효과가 있다면 그 약을 구입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이 붙어 혜택과 이득을 독점될 수 있지 않을까?
누트로픽스 마니아는 다양한 인지능력 개선제를 조합한 뒤 섞어 ‘칵테일’로 복용한다. 혼합 방식은 자신의 뇌 화학과 인생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으로 조제된 이 칵테일을 흔히 ‘스택(stack)’이라고 부른다.
스택은 수많은 조합으로 이뤄질 수 있어 거의 무한하다. 또 각자의 뇌 화학이 달라 어떤 스택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스레드 ‘r/Nootropics’에서 회원들은 자신이 만든 스택의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며, 심지어 자신의 꽉 찬 약품 캐비넷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한 회원은 자신이 조제한 스택이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어준다고 주장한다. 성분은 혈액순환을 개선한다는 아르기닌 아미노산, 뇌 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는 은행잎 추출물,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브로멜라인(파인애플에서 추출한 단백질 분해효소)이다. 그의 스택엔 사우나와 유산소 운동, 커피 마시기 등 좀 더 전통적인 바이오해킹도 포함된다. 한 회원은 임신 중에 스택을 복용해도 괜찮은지 질문했다. 다른 한 명은 DNA 검사를 하면 각자의 누트로픽스 사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여러 회원이 매년 자신의 스택에 수백 달러를 지출한다고 털어놨다.
누트로픽스 옹호단체 휴매니티 플러스의 공동 설립자 데이비드 피어스는 항우울제 아민엡틴과 파킨슨병 치료제(기분개선제로도 사용된다) 셀레길린이 포함된 스택을 복용한다. 무칼로리 음료 레드불도 마신다. 그는 “나의 주된 개인적 관심사는 지적인 기능을 손상하지 않는 기분개선제를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분을 낫게 해주는 동시에 인지력도 높여주는 약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 약이 지금 같은 냉혹한 적자생존의 세계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하지만 피어스도 규제 미비에서 오는 부정적인 면을 인정했다. “모든 종류의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약국이 급성장하면서 규제 되지 않는 약물 실험이 전 세계에서 이뤄진다. 흔히 인용되는 연구 결과 중 다수는 소규모로 실시되고 일회성인 경우가 많으며 재정지원처를 밝히지도 않는다. 게다가 기존 데이터를 사용하는 메타 분석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만 다루는 ‘출판 편향’도 기승을 부린다.”
또 피어스는 “누트로픽스의 장기적인 영향과 곧바로 나타나는 작용이 신중하게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우리 뇌에는 부정적인 피드백 메커니즘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온라인 매장은 수익 올릴 생각에 그 정보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누트로픽스는 의약품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보조제로 분류된다. 따라서 라벨에 명시된 내용이 처방약과 달리 정밀하게 검토되지 않는다. 어번 박사는 “건강기능식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이 원하는 성분을 무엇이든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종합비타민제의 성분은 심할 경우 서로 50% 이상 차이가 난다. 카페인 같은 각성제가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은 그런 가변성이 상당히 유해할 수 있다.”
어번 박사는 체중감량제 하이드록시컷을 예로 들었다. 하이드록시컷은 심각한 간 손상과 최소한 1건의 사망 사건에 연관된 것으로 밝혀진 뒤 2009년 FDA의 리콜 명령을 받았다. ADHD 치료제 리탈린과 애더럴처럼 처방이 필요한 일부 누트로픽스는 온라인 ‘회색’ 시장에서 구할 수도 있다. ADHD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머리를 민첩하게 해주고 생산성을 올려주는 약으로 알려지면서 입시나 자격 시험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모두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어번 박사의 연구는 리탈린이 발육 중인 뇌의 전전두엽에 손상을 입혀 기억력과 다중작업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또 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 시점 이전의 단 한 달 동안 ADHD 치료제를 오용한 미국의 십대가 약 130만 명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실리콘밸리의 여러 귀재가 누트로픽스의 효능을 확신한다. 그중 한 명이 베스트셀러 ‘최강의 식사(The Bulletproof Diet)’를 쓴 데이브 애스프리다. 그는 피라세탐을 포함해 하루 15가지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한다. 아티스트들도 수 세기 동안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약을 사용했다. 또 시인 W.H. 오든은 20년 동안 암페타민(대뇌피질을 자극해 일시적으로 정신적 각성을 증가시키고 행복감과 안락감을 일으키고 피로를 줄이는 약물)을 복용했다. 그는 그 약을 ‘노동절약장치’라고 불렀지만 “이런 메커니즘은 아주 조잡하며 손상을 입히기 쉽고 끊임없이 고장을 일으킨다”고 인정했다.
녹차에 함유된 아미노산의 일종인 L-테아닌처럼 좀 더 부드러운 누트로픽스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뇌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그 효과가 크진 않다. 게다가 사용자가 주장하는 혜택 중 어느 정도가 위약 효과인지도 분명치 않다.
그뿐 아니라 이상적인 스택을 찾는 실험은 부작용과 감정기복을 일으키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어번 박사는 “인지의 여러 측면을 각각 다른 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집중력은 강화되지만 창의적 사고 능력은 손상될 수 있다.”
자신의 뇌 화학을 해킹한다는 생각에 들뜨는 누트로픽스 사용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일부 누트로픽스는 중독성이 있으며 장기적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 어번 박사에 따르면 리탈린과 애더럴 같은 정신자극제는 혈압 상승과 식욕 저하, 불면증과 심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뇌세포를 위한 기적의 성장물질’로 선전되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검토되는 앰파킨의 부적절한 사용은 신경세포를 괴사시킬 수 있다.
그처럼 부작용이 없는 부드러운 누트로픽스도 아주 많다. 하지만 그 효과는 강도 높은 약물보다 훨씬 떨어진다. 어번 박사는 “약초와 비타민을 중심으로 하는 누트로픽스 혼합제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런 혼합제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반면 인지력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셨을 때 카페인의 에너지 고양 효과 정도에 불과하다.”
누트로픽스의 부상은 지금까지 살펴본 것보다 더 큰 문제도 제기한다. 우리 대다수는 삶에서 약간의 화학적인 개입을 용인한다. 수술을 받기 전에 마취를 한다든가 고된 일과를 끝낸 뒤 맥주 한 잔으로 긴장을 푸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의 의식을 개선하는 더욱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이 등장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누트로픽스에 의지하는 ‘초인간’이 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피어스는 누트로픽스가 우울증과 불안증을 없애고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 삶에 고통도 필요하며 거기서 배울 점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좋지 않은 감정이 기능적으로 쓸모가 있다고 해도 그런 감정이 반드시 필요한지 또는 좀 더 문명화된 대안으로 교체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에 취해 맛이 가기보다는 비판적인 통찰력을 보존하는 웰빙 상태를 선호한다.
그러나 피어스는 누트로픽스가 모두에게 필요하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과학기술로 사람의 정신적·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신봉자는 고통과 노화, 인간의 지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에겐 늘 ‘자발적인 선택’이 중요하다. 지금 세계에서 우리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비자발적이다. 유전자 소스 코드를 완전히 해독하면 우리는 고통을 받을지 받지 않을지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 금세기 말이나 그 이후가 되면 우리 생물권에서 고통의 수준은 조절 가능한 변수가 될 것이다.”
반면 어번 박사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결정하는 문제에서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똑똑해지려고 약을 먹는 것은 쉽고 유혹적인 일이지만 우리의 뇌는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 ‘지능’에도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 그런 약물로 뇌기능을 전면적으로 영구히 또는 장기간 개선할 수는 없다. 리탈린이 성인의 주의집중력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에서도 그 약이 충동성을 부추길 수 있으며, 인지 기능의 모든 측면을 개선하진 않는다는 사실이 명시됐다.”
어번 박사는 자기계발과 자기개선은 약물로 뇌의 화학작용을 미세조정하기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숙면하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하고, 중요한 인지 기술을 연습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끊임없이 익히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따라서 늘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서 뇌를 근육처럼 운동시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 이브 워틀링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누트로픽스는 ‘마음 또는 정신’을 뜻하는 그리스어 ‘누스(nous)’와 ‘구부리다, 회전하다’는 뜻의 ‘트레페인(trepein)’을 합성한 용어다. 1972년 루마니아 화학자 코르넬리우 주르자가 신경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등의 목적으로 개발한 의약품(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개선한다고 알려진 초기의 인지강화 약품 피라세탐)을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만들었다. 주르자는 누트로픽스의 급진적인 잠재력을 확신했다. “인간은 진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뇌를 가지려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수백 년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원치 않는 감정을 억제하고 창의력과 기억력 등 뇌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연적인 뇌의 화학작용을 우회하는 발상은 오랫동안 공상과학물의 소재였다.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1966년 나온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 같은 소설부터 2011년 개봉된 영화 ‘리미트리스’까지 많은 작품이 뇌기능을 ‘스마트 약물’로 개선하는 문제를 다뤘다.
이제 대마초 규제가 완화되고 우리의 몸과 정신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면서 누트로픽스의 인기가 더 높아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2017년 학술지 국제약물정책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30%는 그 이전 1년 동안 ‘스마트 약물’을 적어도 한 번 복용했다고 응답했다. 2015년 조사 결과에선 그 비율이 20%였다.
프리랜스 일자리와 제로아워 계약(정해진 노동시간 없이 임시직 계약을 한 뒤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노동 계약)이 주를 이루는 요즘의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자기계발 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선 특히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적인 듯하다. 발육 중인 뇌에 리탈린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킴벌리 R. 어번 박사는 “노동시장과 고등교육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지능력 개선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이든 하려고 애쓴다.”
뇌기능 강화를 위한 누트로픽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015년 약 23억 달러에서 2024년 116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그런 급증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누트로픽스 산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뿌리를 내렸다. 그곳에선 초효율적인 창의력이 최고이며 수면 추적과 간헐적 단식 같은 뇌기능 향상 전략이 대유행이다.
대다수 누트로픽스 브랜드는 업계 내부의 틈새 시장을 노린다. 2014년 창업한 누트루는 자사가 생산하는 누트로픽스 합성제가 부작용이 없도록 철저히 연구했고 규제된다고 선전한다. 또 트루브레인은 누트로픽스 음료를 판매한다. HVMN(‘휴먼’으로 발음한다)은 4년여 전부터 ‘인지적·신체적·대사적 측면에서 인류를 개선하는’ 누트로픽스 스낵과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한다.
이들 업체는 판매와 투자로 수백만 달러를 끌어들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논란도 만만찮다. HVMN이 의뢰한 한 연구에서 그 회사가 판매하는 누트로픽스 제품 중 하나가 커피보다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보고서는 누트로픽스가 강박장애와 중독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뿐이 아니라 윤리적인 딜레마도 있다. 누트로픽스가 실제로 효과가 있다면 그 약을 구입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이 붙어 혜택과 이득을 독점될 수 있지 않을까?
누트로픽스 마니아는 다양한 인지능력 개선제를 조합한 뒤 섞어 ‘칵테일’로 복용한다. 혼합 방식은 자신의 뇌 화학과 인생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으로 조제된 이 칵테일을 흔히 ‘스택(stack)’이라고 부른다.
스택은 수많은 조합으로 이뤄질 수 있어 거의 무한하다. 또 각자의 뇌 화학이 달라 어떤 스택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스레드 ‘r/Nootropics’에서 회원들은 자신이 만든 스택의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며, 심지어 자신의 꽉 찬 약품 캐비넷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한 회원은 자신이 조제한 스택이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어준다고 주장한다. 성분은 혈액순환을 개선한다는 아르기닌 아미노산, 뇌 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는 은행잎 추출물,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브로멜라인(파인애플에서 추출한 단백질 분해효소)이다. 그의 스택엔 사우나와 유산소 운동, 커피 마시기 등 좀 더 전통적인 바이오해킹도 포함된다. 한 회원은 임신 중에 스택을 복용해도 괜찮은지 질문했다. 다른 한 명은 DNA 검사를 하면 각자의 누트로픽스 사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여러 회원이 매년 자신의 스택에 수백 달러를 지출한다고 털어놨다.
누트로픽스 옹호단체 휴매니티 플러스의 공동 설립자 데이비드 피어스는 항우울제 아민엡틴과 파킨슨병 치료제(기분개선제로도 사용된다) 셀레길린이 포함된 스택을 복용한다. 무칼로리 음료 레드불도 마신다. 그는 “나의 주된 개인적 관심사는 지적인 기능을 손상하지 않는 기분개선제를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분을 낫게 해주는 동시에 인지력도 높여주는 약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 약이 지금 같은 냉혹한 적자생존의 세계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하지만 피어스도 규제 미비에서 오는 부정적인 면을 인정했다. “모든 종류의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약국이 급성장하면서 규제 되지 않는 약물 실험이 전 세계에서 이뤄진다. 흔히 인용되는 연구 결과 중 다수는 소규모로 실시되고 일회성인 경우가 많으며 재정지원처를 밝히지도 않는다. 게다가 기존 데이터를 사용하는 메타 분석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만 다루는 ‘출판 편향’도 기승을 부린다.”
또 피어스는 “누트로픽스의 장기적인 영향과 곧바로 나타나는 작용이 신중하게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우리 뇌에는 부정적인 피드백 메커니즘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온라인 매장은 수익 올릴 생각에 그 정보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누트로픽스는 의약품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보조제로 분류된다. 따라서 라벨에 명시된 내용이 처방약과 달리 정밀하게 검토되지 않는다. 어번 박사는 “건강기능식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이 원하는 성분을 무엇이든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종합비타민제의 성분은 심할 경우 서로 50% 이상 차이가 난다. 카페인 같은 각성제가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은 그런 가변성이 상당히 유해할 수 있다.”
어번 박사는 체중감량제 하이드록시컷을 예로 들었다. 하이드록시컷은 심각한 간 손상과 최소한 1건의 사망 사건에 연관된 것으로 밝혀진 뒤 2009년 FDA의 리콜 명령을 받았다. ADHD 치료제 리탈린과 애더럴처럼 처방이 필요한 일부 누트로픽스는 온라인 ‘회색’ 시장에서 구할 수도 있다. ADHD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머리를 민첩하게 해주고 생산성을 올려주는 약으로 알려지면서 입시나 자격 시험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모두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어번 박사의 연구는 리탈린이 발육 중인 뇌의 전전두엽에 손상을 입혀 기억력과 다중작업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또 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 시점 이전의 단 한 달 동안 ADHD 치료제를 오용한 미국의 십대가 약 130만 명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실리콘밸리의 여러 귀재가 누트로픽스의 효능을 확신한다. 그중 한 명이 베스트셀러 ‘최강의 식사(The Bulletproof Diet)’를 쓴 데이브 애스프리다. 그는 피라세탐을 포함해 하루 15가지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한다. 아티스트들도 수 세기 동안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약을 사용했다. 또 시인 W.H. 오든은 20년 동안 암페타민(대뇌피질을 자극해 일시적으로 정신적 각성을 증가시키고 행복감과 안락감을 일으키고 피로를 줄이는 약물)을 복용했다. 그는 그 약을 ‘노동절약장치’라고 불렀지만 “이런 메커니즘은 아주 조잡하며 손상을 입히기 쉽고 끊임없이 고장을 일으킨다”고 인정했다.
녹차에 함유된 아미노산의 일종인 L-테아닌처럼 좀 더 부드러운 누트로픽스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뇌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그 효과가 크진 않다. 게다가 사용자가 주장하는 혜택 중 어느 정도가 위약 효과인지도 분명치 않다.
그뿐 아니라 이상적인 스택을 찾는 실험은 부작용과 감정기복을 일으키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어번 박사는 “인지의 여러 측면을 각각 다른 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집중력은 강화되지만 창의적 사고 능력은 손상될 수 있다.”
자신의 뇌 화학을 해킹한다는 생각에 들뜨는 누트로픽스 사용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일부 누트로픽스는 중독성이 있으며 장기적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 어번 박사에 따르면 리탈린과 애더럴 같은 정신자극제는 혈압 상승과 식욕 저하, 불면증과 심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뇌세포를 위한 기적의 성장물질’로 선전되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검토되는 앰파킨의 부적절한 사용은 신경세포를 괴사시킬 수 있다.
그처럼 부작용이 없는 부드러운 누트로픽스도 아주 많다. 하지만 그 효과는 강도 높은 약물보다 훨씬 떨어진다. 어번 박사는 “약초와 비타민을 중심으로 하는 누트로픽스 혼합제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런 혼합제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반면 인지력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셨을 때 카페인의 에너지 고양 효과 정도에 불과하다.”
누트로픽스의 부상은 지금까지 살펴본 것보다 더 큰 문제도 제기한다. 우리 대다수는 삶에서 약간의 화학적인 개입을 용인한다. 수술을 받기 전에 마취를 한다든가 고된 일과를 끝낸 뒤 맥주 한 잔으로 긴장을 푸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의 의식을 개선하는 더욱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이 등장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누트로픽스에 의지하는 ‘초인간’이 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피어스는 누트로픽스가 우울증과 불안증을 없애고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 삶에 고통도 필요하며 거기서 배울 점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좋지 않은 감정이 기능적으로 쓸모가 있다고 해도 그런 감정이 반드시 필요한지 또는 좀 더 문명화된 대안으로 교체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에 취해 맛이 가기보다는 비판적인 통찰력을 보존하는 웰빙 상태를 선호한다.
그러나 피어스는 누트로픽스가 모두에게 필요하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과학기술로 사람의 정신적·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신봉자는 고통과 노화, 인간의 지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에겐 늘 ‘자발적인 선택’이 중요하다. 지금 세계에서 우리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비자발적이다. 유전자 소스 코드를 완전히 해독하면 우리는 고통을 받을지 받지 않을지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 금세기 말이나 그 이후가 되면 우리 생물권에서 고통의 수준은 조절 가능한 변수가 될 것이다.”
반면 어번 박사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결정하는 문제에서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똑똑해지려고 약을 먹는 것은 쉽고 유혹적인 일이지만 우리의 뇌는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 ‘지능’에도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 그런 약물로 뇌기능을 전면적으로 영구히 또는 장기간 개선할 수는 없다. 리탈린이 성인의 주의집중력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에서도 그 약이 충동성을 부추길 수 있으며, 인지 기능의 모든 측면을 개선하진 않는다는 사실이 명시됐다.”
어번 박사는 자기계발과 자기개선은 약물로 뇌의 화학작용을 미세조정하기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숙면하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하고, 중요한 인지 기술을 연습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끊임없이 익히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따라서 늘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서 뇌를 근육처럼 운동시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 이브 워틀링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2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
3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도 둔화 가능성 높아"
4자본시장법으로 '주주 충실 의무' 보장한다…정부안, 여당 협의 후 국회 제출 계획
5김준수 협박해 8억 갈취한 30대 여성 BJ, 끝내…
6'내가 고라니라니' 낚시하다 공기총 기습 '탕탕'
7우리금융, 그룹 통합 슈퍼앱 ‘뉴 우리WON뱅킹’ 출시
8'아무 이유 없어' 고속도로서 돌팔매질·직원 폭행까지
9경북 고령군, 2024년 스타기업 및 우수기업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