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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에 갇힌 바다

플라스틱에 갇힌 바다

기후변화부터 어류 남획, 산성화까지 해양 생물이 직면한 최대 위협 15가지
유엔이 정한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World Wildlife Day)이 처음으로 해양생물이 직면한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3월 3일 맞은 올해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의 주제는 ‘수중 생물: 사람과 지구를 위해(Life below water: for people and planet)’였다. 이 주제는 해양생물 보호를 명시한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 14번’을 상징했다.

지난해 11월 압둘라예 마르 디에예 유엔 사무차장보는 이 주제를 발표하면서 “바다는 기후를 조절하고,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절반을 만들어내며, 30억 명 이상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대기 중에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30%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열기의 90%를 흡수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은 2013년 지정됐고, 그 첫 행사가 2015년 열렸다. ‘세계 야생동식물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그 임무다. 올해 행사는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수중 생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여러 활동과 영상 시사회, 사생대회 등으로 진행됐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1%를 덮고 있으며, 지구 동식물의 생존에 적합한 서식지 중 99%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바다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된 최초의 체계적인 해양 야생 생태계 분석에 따르면 바다는 인간의 활동으로 광범위하게 황폐해졌으며, 그런 영향을 받지 않는 바다의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또 그 얼마 전에는 세계 바다의 절반 이상에서 산업형 어업이 이뤄진다는 소식도 나왔다. 지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은 상업적인 어업이 전 세계의 농업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행해진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대한 해양 생태계 파괴는 어류 남획, 농업용 화학물질의 유입, 해수 온도를 상승시키는 지구온난화 같은 다양한 위협에 의해 초래된다. 열대우림을 비롯한 육지 환경이 직면한 위협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졌지만 바다의 위험한 상황에 관한 공공의 인식은 최근에서야 생겨났다. 거기에는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시리즈 같은 문화적 영향이 컸다.

산호 백화부터 산성화까지 오늘날 우리 바다가 직면한 최대 위협 15가지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기후변화
(위부터) 그린피스의 추정에 따르면 매년 플라스틱 1270만t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어류 남획으로 세계 어장의 30% 이상이 고갈됐다. 해안 개발의 여파로 연안의 거의 모든 산호초가 파괴됐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바다는 인간 활동으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80%를 흡수한다. 그로 인해 더 따뜻해진 바닷물은 해양 생태계의 거의 모든 측면에 피해를 준다. 산호 백화를 일으킬 뿐 아니라 어류 이동 패턴과 심지어 해류까지 바꾼다. 온난화는 수온으로 산란 시기를 파악하는 해양생물 생리를 교란시킨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탄소발자국에 유의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이 거대한 문제를 다루려면 정부 차원에서 큰 변화가 필요하다. 환경을 보호하는 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라. 미국의 경우 각 주의원의 환경친화적인 실적을 보여주는 ‘지속가능한 정치인 프로젝트’가 도움이 된다.
 플라스틱 오염
(위부터) 대형 선박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에너지 업체들이 유출 사고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재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상업용 포경 금지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일본·아이슬란드·노르웨이는 포경을 계속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추정에 따르면 매년 플라스틱 1270만t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생수병과 비닐백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양동물이 먹이로 인식하고 삼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기도가 막혀 질식하기 쉽다. 해양동물에겐 플라스틱이 독성 물질이다. 위장관을 막아 실제 먹이를 소화할 수 없다. 연안에서만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본 근처의 마리아나 제도 동쪽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깊이 1만m)의 해저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의 내장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30쪽 참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우리 생활에서 없애기는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과도한 플라스틱 남용은 슈퍼마켓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재사용 가능한 쇼핑백을 집에서 들고 가서 포장되지 않고 그냥 판매하는 채소와 과일을 구입하라. 또 물통을 구입해 생수병 사용을 자제하라. 한 주 정도 시간을 들여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사용하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제품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라.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면도기 등이 그런 제품에 속한다.
 지속불가능한 어업 관행
기술의 발전으로 희귀광물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해저 채굴에 뛰어드는 업체가 많아졌다(위 사진). 호주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대보초는 3분의 2 정도가 백화 현상으로 파괴됐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세계야생생물기금(WWF)에 따르면 어류 남획으로 세계 어장의 30% 이상이 고갈됐다. 대서양 참다랑어 같은 일부 어류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어장 고갈을 막기 위해 규제가 시행되지만 불법 어업이 여전히 큰 문제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해양관리협의회(MSC)는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정확히 알고 구입할 수 있도록 수산업계와 손잡고 인증서를 교부한다. 소비자는 ‘지속가능한 어업과 친환경 수산물’이라는 MSC 인증을 받은 상품만을 구매함으로써 윤리적인 어업 관행을 지원할 수 있다. 다행히도 MSC 인증 스티커가 널리 보편화되고 있다. 심지어 맥도널드도 100% MSC 인증 수산물 제품을 제공한다.
 관광과 개발
해변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규제 되지 않는 해변 관광산업의 성장은 바다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도로와 건물 같은 기반시설이 해양생물의 자연 서식지를 대체하고 그런 개발에 따른 인구의 유입으로 더 많은 쓰레기와 오염이 발생한다. 해안 개발의 여파로 홍콩부터 호놀룰루까지 거의 모든 산호초가 파괴됐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선뜻 끌리는 제안은 아니겠지만 국내 여행을 적극 권장한다. 국내 여행은 비용이 적게 들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오염 발생을 중일 수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세계생태관광협회(TIES)를 통해 지구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해운
상업용 대형 선박이 해양생물에 가하는 위협이 매우 크다. 바다에 석유와 화학물질을 유출하고, 쓰레기를 버리며, 이산화황·질소산화물·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고래를 비롯해 해양 포유류와 충돌하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수입품 대신 현지 상품을 구입하라. 아마존 쇼핑으로 살 수 있는 저렴한 해외 상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겠지만 낮은 가격에 끌리기 전에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든 무역선에 부딛혀 다치거나 죽는 해양생물이든 다른 누군가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식품의 경우 가능하다면 현지에서 재배되고 생산된 제철 먹거리를 구입하라.
 미흡한 보호 노력
세계 바다의 5.7%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그렇다고 그곳이 환경 위험요인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WWF에 따르면 이런 해양보호구역(MPA) 중 90%는 어업에, 또 거의 전부는 관광에 개방돼 있다. MPA라고 해도 현지 생태계를 보호하는 전담 관리 조직이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대부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개인도 현지 MPA를 찾아보고 그 구역이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적절한 MPA 투자와 관리를 위해 정부와 의회에 청원할 수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유와 천연가스의 대규모 매장지는 대부분 심해 해저에 위치한다. 그런 매장지를 시추하거나 탐사하는 작업은 현지 해양 환경에 큰 피해를 준다. 업체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유출 사고가 재난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원이 고갈되면서 업체들은 갈수록 더 멀리 있는 청정 구역으로 이동한다. 그중 일부는 환경 보호 장치가 거의 없는 곳이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자동차 연료 사용에 신경 써라.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장거리 항공여행을 피하라. 신재생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것이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산업을 돕는 길이다.
 연안 오염
산업형 농업은 질소·인 같은 화학물질을 비료로 사용한다. 그중 많은 양이 강으로 흘러가 결국 바다에 이른다. 이런 화학물질이 해양 ‘데드존(dead zone)’을 만들어낸다. 수중 산소가 거의 없어 생물이 살 수 없는 공간을 말한다. 미국 동부 해안, 멕시코만, 오대호 전부에서 해양 데드존이 발생했다. 1950년 이래 수중 산소가 전혀 없는 해양 데드존이 4배로 늘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문제 역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데드존은 농업 관행과 하수처리 시스템 개선으로 되살릴 수 있다. 그러나 해안 데드존은 전 세계 정부의 주된 관심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오염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산성화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용해되면 탄산이 만들어진다. 그에 따라 바닷물의 산도가 높아지면 석회화 생물이 갑각(껍데기)을 만들지 못하고 짝짓기도 교란된다. 산도가 높은 해수에선 물고기가 포식자를 탐지하기도 더 어려워진다. 산성화는 해양의 화학작용도 바꿔놓고 있다. 지난 200년 동안 세계 해양의 산도가 30% 증가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산성화의 주범은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다. 따라서 사소한 일상 습관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출퇴근에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불필요한 조명을 끄는 것이 시작이다.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사용해 자신의 어떤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라.
 해상 인권 침해
해양생물만 바다에서 고통당하는 게 아니다. 자원이 갈수록 부족해지면서 규제 받지 않는 어업 세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그에 따라 어업용 선박에서 임금도 받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선원 노동자가 적지 않다. 이런 인신매매된 노동자가 가장 많은 곳이 동남아 지역이다. 인권 침해도 끔찍하지만 그런 불량 업체들은 환경보호법을 무시할 뿐 아니라 남획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생선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잡았는지 알기는 어렵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 수족관의 시푸드 워치 프로그램은 소비자와 업체가 그런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시푸드 노예제 리스크 도구’를 활용한다.
 상업용 포경
20세기 들어 상업용 포경이 성행하면서 고래의 개체수가 급감했다. 남극 대왕고래는 거의 멸종됐다. 그에 따라 국제포경위원회(IWC)가 1986년부터 상업적 목적의 포경을 금지하면서 고래 개체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호주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고래의 개체수는 2100년까지 포경 이전 수준의 절반 정도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상업용 포경 금지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일본·아이슬란드·노르웨이는 포경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 선단은 매년 고래 수백 마리를 잡는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일본·아이슬란드·노르웨이에서 살지 않는다면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지만 미국 고래·돌고래 보존협회 같은 자선단체를 지원할 수는 있다.
 심해 자원개발
해저에서 채굴되는 자원은 석유와 천연가스만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희귀광물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심해저 암반에서 발견되는 망간단괴는 스테인레스 스틸 같은 산업용 합금 생산에 사용된다. 그 외 코발트·니켈·탈륨도 해저에 묻혀 있으면서 다양한 생태계에 영양을 공급한다. 현재 여러 기업이 해저를 훑는 채굴 작업을 준비 중이다. 그런 작업은 정교하고 허약한 해양생물의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이런 희귀광물은 스마트폰 같은 기기의 제조만이 아니라 얄궂게도 태양전지판 같은 친환경 기술에도 사용된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대신 기존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고장 나면 내다 버리지 말고 고쳐 써라.
 소음 공해
고래와 돌고래는 소통할 때나 사냥할 때 음파 신호를 사용한다. 그러나 대형 선박의 이동, 천연가스 채굴, 군사용 수중음파탐지기 등의 소음으로 그들의 소통 과정이 교란되고 있다. 이런 소음 공해로 인해 암컷 고래가 수컷의 노래 소리를 듣지 못해 짝짓기 기회를 잃고, 심지어 방향을 잡지 못해 해변에 좌초해 죽기도 한다. 해양생물은 그런 소음 피해가 낮은 수준이지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장기적인 효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문제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 고취가 필요하다. 해양과학자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2016년 온라인 잡지 ‘예일 환경 360’에 “과학자들은 해양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보를 언론과 공청회 등을 통해 널리 알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정치적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빙하의 용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 그로 인해 극지방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북극곰이 서식지를 잃고, 남극 크릴이 사라져 생존을 크릴에 의존하던 많은 해양생물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얼음에 붙어 자라는 해조류도 큰 피해를 입는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2016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대기로 탄소가 1t 배출될 때마다 약 3㎡의 얼음이 사라진다.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친환경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빙하 소멸을 막는 작은 걸음이 될 수 있다.
 산호초 파괴
WWF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현재의 속도로 바닷물이 데워지면 2050년에는 해수 온도가 너무 높아져 산호초가 살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해조류를 먹어치워 산호초를 청소해주는 물고기의 남획과 온난화에 따른 산호 백화로 인해 산호초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호주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대보초(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경우 현재 3분의 2 정도가 백화 현상으로 파괴된 상태다. (34쪽 참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특수부대 출신이라면 산호초를 보호하는 ‘포스 블루(Force Blue)’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수중 작업으로 위기에 처한 산호를 새로운 서식지로 옮기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온난화에 의한 산호 백화를 막는 길뿐이다

- 이브 워틀링, 데이비드 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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