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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믿기 힘든 승리의 밤”?

“정말 믿기 힘든 승리의 밤”?

이스라엘 총선에서 연정 파트너와 과반수 의석 확보해 5선 최장수 총리 확실시… 그러나 비전 제시하진 못해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승리 연설에서 “우리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며 기뻐했다. / 사진:XINHUA/YONHAP
지난 4월 9일 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집권 리쿠드당의 총선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되자 “정말 믿기 힘든 승리의 밤”이라고 선언했다. “우리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 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승리는 말 그대로 ‘역사적’이었다. 이제 이변이 없는 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최장기 집권 총리(5선)가 될 것이다. 그는 1996~1999년 처음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로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오는 7월이 되면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1948~1953, 1955~1962년 재임)의 임기를 넘어선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소당할 위기(지난 2월 이스라엘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와중에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4명의 만만찮은 도전자를 누르고 승리했다. 도전자 중에는 청백당의 베니 간츠를 포함해 막강한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 출신 3명이 포함돼 있었다. 그들은 자칭 ‘안보맨’인 네타냐후 총리를 쉽게 이겨야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네타냐후의 초기 선거운동 메시지가 아주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자신에게 도전한 장성 트리오를 ‘허약한 좌익 인사들’이라고 일축한 것이 먹혀들었다는 뜻이다. 그 장성들은 네타냐후 총리에 반대하는 모든 진영을 통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중도우파 유권자들을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인 우익 동맹에서 이탈시켜 자신들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다시 한번 선거의 달인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승리에 필요하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 순간 그는 승리에 충분할 정도로 우익 지지자들을 확보하면서 리쿠드당을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의 최대 정당으로 만드는 동시에 잠재적인 연정 파트너 중 일부를 효과적으로 밀어냈다.

지난 10일 총선 개표가 97% 진행된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이 35석을 확보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했다.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인 우익 동맹의 의석수를 합치면 65석으로 총 120석인 크네세트 의석의 과반이다.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총선 직후 대통령이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준다.

리쿠드당을 창당한 메나헴 베긴 전 총리는 1982년 유대교 초정통파 정당들과 손잡고 그들의 지지를 받는 대가로 후한 재정 지원과 그들 기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의무 병역에서 면제해 주기로 약속했다. 놀랍게도 그 약속이 지금까지 유지된다. 유대교 초정통파 유권자의 흔들리지 않는 지지 덕분에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 연정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이제 네타냐후 총리가 서둘러야 할 일은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세부 사항을 잠재적 파트너들과 협상하는 것이다. 그는 설령 자신이 부패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연정 파트너들이 자신을 저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초심 재판과 필요하다면 재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 총리로 남아 있는 것이 그의 계획인 듯하다).

이번 총선에서 여러 주요 정당이 고배를 마셨다. 무엇보다 노동당의 패배가 두드러졌다.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1977년까지 정국을 주도했던 노동당의 의석은 기존의 19석에서 6석으로 크게 줄었다. 아비 가바이 노동당 대표(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연정에서 환경장관을 맡기도 했으나 네타냐후 정부의 극단주의화를 비판하며 2016년 사퇴하고 노동당에 합류했다)는 사임하든지 아니면 대표 선거에서 표결로 밀려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특히 가바이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고 치피 리브니 전 외무장관을 쫓아내기로 한 일방적인 결정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노동당보다 더 좌익인 메레츠당은 아무런 가치를 내세우지 못한 터무니없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들의 유일한 메시지는 ‘메레츠당이 없으면 혁명이 없기 때문에 메레츠당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메레츠당은 겨우 4석을 확보해 혁명은 말할 것도 없고 당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지 모른다. 전통적인 시온주의 좌익을 상징한 두 정당인 노동당과 메레츠당은 이제 이스라엘 정치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재고해야 한다. 실질적인 존립 문제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번 총선의 최대 패배자는 극우 정치연합 ‘유대인의 집’ 대표 나프탈리 베네트와 ‘유대인 가정당’ 대표 아옐레트 샤케드다. 베네트와 샤케드는 이스라엘 안보내각을 구성하는 고위 각료였다(각각 교육장관, 법무장관을 지냈다). 지금까지 집계를 보면 그들이 연합해 전면에 내세운 뉴라이트당은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개표되지 않은 군 장병의 표가 집계되면 상황은 약간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연립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그들의 희망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그들은 이스라엘 본토의 세속적인 민족주의 진영과 요르단 강 서안 정착촌의 종교적인 민족주의 진영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지만, 그 도박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가장 놀라운 패자는 극우 정치인 모셰 페이글린이다. 리쿠드당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그의 제후트당은 선거 일주일 전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의석 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페이글린 대표가 향후 이스라엘 정국에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페이글린 대표는 요르단강 서안 합병과 비(非)유대인 이스라엘 시민의 투표권 박탈, 팔레스타인과의 협정 파기를 주장하며 급진적 자본주의를 내세우고 대마초 합법화도 공약하는 등 일관성 없는 선거운동을 펼쳐 유권자들로부터 진지한 인물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계 이스라엘 진영의 지지도 크게 줄었다. 이번 총선에서 아랍계 이스라엘 정당 전부가 연합했다. 아랍계 이스라엘인 지역사회는 아랍계 정당들의 연합으로 그들이 이스라엘 정치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그 힘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약했다. 연합을 구성한 4개 정당은 두 진영으로 쪼개졌다. 그 결과 아랍계의 투표율이 상당히 낮아졌다. 잠정 개표 결과 그들의 의석은 기존 13석에서 10석으로 줄었다. 그나마 두 분파로 분열된 상태다. 아랍계의 저조한 투표율이 네타냐후 총리의 승리를 굳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스라엘 선거 역사가 쓰인다면 이번 총선은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적인 대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사실상 그의 총리직 연장을 두고 실시된 신임투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으로 이스라엘의 미래가 확실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어떤 정당도 자신들이 그리는 이스라엘의 미래상을 일관되게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로썬 다음 총선에서나마 각 정당이 사려깊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 마크 슐먼



※ [필자는 뉴스위크 객원 칼럼니스트로 역사 전문 웹사이트 historycentral.com의 편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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