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IF’ㅣ사랑을 믿는 당신에게(1)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있다면] 경제적 능력보다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중요
[조원경의 ‘IF’ㅣ사랑을 믿는 당신에게(1)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있다면] 경제적 능력보다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중요
파경 맞은 할리우드 연상연하 커플 많아… 순애보적인 사랑의 울림 여전히 커 아, 정말 이런 누나 없나? 인기리에 방영됐던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얘기다. 드라마에서처럼 사랑이 현실의 전부일 수는 없지만 그런 환타지가 없다면 드라마를 보는 재미도 없으리라. 각설하고, 사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완벽한 이해로 시작하지 않는다. 서로의 이해가 다름을 아는 순간 사랑이 달리 보이고 유지가 어려워짐을 느낀다. 그래서 사랑이 변했다고 한다. 물론 사랑이 변한 건지 사람이 변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사람도 잘 안 바뀌니까! 둘이 처음에 불꽃이 튀었을 때는 이해고, 오해고, 박해고 뭐고 안 보인다. 그냥 좋을 뿐이다. 살다 보니 약점이 보이고 드디어 온전히 나의 이해로 상대를 지배하려들 때 불화는 극도에 달한다. 사실 부부 간에 연인 간에 서로의 이해가 어찌 똑같겠나. 피 한방울 안 섞인 남남이 만났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양보하며 이해하는 게 그래서 결혼과 연애의 미덕일 수 있겠다. 한 남자가 벼르듯이 말한다.
“이해를 해주는 상대가 있다면 연애든 결혼이든 유지될 여지가 많죠. 문제는 이해를 서로 못해준다고 극단으로 달리는 데 있죠. 처음에는 제 눈에 안경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완전히 잘못된 안경을 썼다고 생각하면 헤어지기 쉽겠죠. 남자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다고 해보세요. 요즘 여자들이 이를 충분히 이해해줄까요? 사람 나름이겠죠. 여자의 자의식이 강해진 요즘 같아서는 충분히 이혼이야기까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드라마 이야기를 멈추고 현실로 돌아가 보자. 경제학자들은 여자를 어떻게 분류할까? 순수한 사랑을 믿고 결혼하는 여자와 경제적 이해를 따지는 여자로 단순화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세 가지 유형의 커플이 나올 것 같다. 비경제적 유인과 경제적 유인 간의 결합, 비경제적 유인과 비경제적 유인과의 결합, 경제적 유인과 경제적 유인과의 결합. 물론 늘 그렇듯이 경제학자들은 삶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해하자. 이 복잡한 세상을 모든 유형으로 범주화해서 설명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지 않나.
여기 소문에 밥 잘 사주는 여자와 결혼한 유명한 남자가 있다. 그는 다름 아닌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사실일까?
“그의 여성 편력은 대단합니다. 그는 평생 네 명의 아내를 두었고 그보다 더 많은 연인과 사귀었습니다. 그의 아내들은 부자였습니다. 그가 작품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주었습니다. 혹자는 그가 성공적인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이혼과 결혼을 반복하고 다른 대륙으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하긴 그건 그의 삶에 나타나는 주기적인 특징이긴 했다. 지금은 옛 이야기로 들리지만, 의사나 판검사 남자와 결혼하려면 열쇠 3개(집, 차, 사무실 혹은 헬스클럽)를 주고 결혼하려는 여성도 있었다. 그들과 결혼해서 여자는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유지하고 남자는 경제적 편익을 유지하는 목적이 있었다. 헤밍웨이도 그런 사랑의 유형에 속했을까? 그에게도 아주 순수한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가 밥 잘 사주는 누나를 좋아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의 삶을 추억해 보면 첫사랑은 귀여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고교시절 첫사랑의 항로를 찾아 헤밍웨이가 태어나 자란 시카고 교외도시 오크파크를 방문해 보자. 그곳의 공립도서관에서는 헤밍웨이의 고교시절 과제물 뭉치가 나왔다. 그 속에 첫사랑의 폭우같은 열정적인 시가 섞여 있었다.
“그의 편지는 100년 전 쓰였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간절함이 불타오르고 있어요. 몇 문장은 황급히 삭제됐고, 일부 문장 위에는 가위표가 쳐졌으나 첫줄 만큼은 명료했습니다. 헤밍웨이의 ‘첫사랑의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비할 데 없는 너의 우아함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사랑스러움, 아름다움이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 오그라드는 멘트를 날리는 그의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첫사랑은 정말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가 봅니다. 그건 시를 써보라는 작문 숙제의 초안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당시 고교 4학년이었는데 3학년인 아네트라는 소녀에게 편지를 썼어요. ‘너와 함께라면 지옥에라도 기꺼이 갈 수 있고,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고 서술한 대목도 있네요.”
실제 그들은 얼마나 사랑했을까. 아네트의 아들 존은 “어머니가 헤밍웨이와 잠시 연애했고, 둘이 영화를 보러 가곤 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1918년 11월. 헤밍웨이는 누나 마셀린에게 편지를 쓴다. 당시 그는 자원입대해 적십자 부대 앰뷸런스 운전기사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된다. 그해 7월 불행히도 심한 부상을 당해 밀라노 육군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17살 연상인 간호사 아그네스 폰 쿠로프스키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이쯤에서 쿠로프스키를 헤밍웨이의 실질적인 첫사랑으로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1954년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에 나오는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의 실제 모델이 바로 쿠로포스키입니다. 헤밍웨이는 1919년 1월 고향 오크파크로 돌아오면서 결혼 약속을 받아내지만 두 달여 만에 이별 통보를 받습니다.” 헤밍웨이의 첫 부인도 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나 8살 연상이었다. 경제적 안락함을 그가 추구했다는 어느 경제학자의 의심에 귀가 쏠리는 대목이긴 하다. 최근 유행하는 연상연하 커플에서 누나의 경제적 안정성에 기대려고 하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확보한 미혼 여성의 입장을 생각해 보세요. 상당수 여성이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하잖아요.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굳이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려고 할까요. 오히려 자신과 일상을 위한 소비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겠죠. 그들이 연하남자와 결혼하려고 했을 때는 결혼을 위해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하지 않는 이상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수 있죠.”
큰 비용이 아닌 이상 여자는 감당할 능력이 되고 요즘처럼 청년들의 삶이 어려운 시대에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연하남의 든든한 누나는 사랑으로 뭉치기 쉬울 수 있다. 그들이 헤어진 데미 무어와 애쉬튼 커쳐는 아니지 않나. 데미는 애쉬튼보다 15살 많고 데미의 전 남편 브루스 윌리스는 24살 연하와 재혼해 아이를 두었다. 왜 열렬히 연애하던 할리우드 스타들이 결혼한 후 파경에 이를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겁 없는 사랑에만 너무 무게를 둡니다. 당장 사랑하니까 결혼해야 된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지요. 선남선녀가 많은 곳에서 일하는 그들 사랑 역시 변하지 않을까요. 변하는 것에 일생을 건다는 것은 어쩌면 도박일지 모릅니다.”
그래서일까. 사랑에만 의존하기 어려워 많은 젊은이가 상대의 경제적 능력을 점점 고려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혹자는 연상 연하 커플의 증가를 그런 차원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결혼할 때 경제적 능력을 무시하기 어려워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으레 거쳐야할 병역의 의무 2년을 생각해 보세요. 누나들은 먼저 사회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잖아요. 요즈음은 ‘오빠 밥 사주세요’보다 ‘누나 밥 사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왜 드라마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가 인기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물론 아줌마들의 환타지를 그렸다는 평은 이해는 가요. 국민 남동생도 만들어야 하고요. 오빠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누나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한다면 억측일까요.”
물론 사랑에 나이차가 문제 되겠나. 사랑에도 유행은 있는 것이고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게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연상연하 커플이 경제적 이해만으로 결합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역시 그런 결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으로 뭉친 커플의 아름다운 이야기일 뿐이다. 누나의 친구를 사랑하는 이야기는 현실로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이제 다른 순애보 사랑으로 눈을 돌려보자.
“사랑을 하면서 금전적 이익을 터부시하는 커플도 시시각각 변하는 사랑의 감정과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그들에게 버팀목이 되는 사랑의 감정이 영원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를 유혹한다. 그리고 환상을 심어 준다. 물론 이 오래된 이야기에 감동하는 세대들은 과거만큼 많지 않으리라. 그렇다고 그냥 안타까운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으리라.
“윌리엄시드니 포터, 필명이 오 헨리로 알려진 그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죠. 아마 이들이 사랑으로 뭉친 커플의 유형이 될 텐데요.”
돈이라곤 1달러87센트 밖에 없던 아내인 델라는 평상시 남편 짐이 가지고 다니는 시계에 줄이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델라는 말한다.
“대대로 가보로 내려온 그 시계에 맞는 줄을 사랑하는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반면 짐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델라에게 그 머리에 잘 어울리는 머리핀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둘의 사연이 소통의 부재로 교차하고 각자는 다른 결정을 해 버린다.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에게 시곗줄을 선물하는 델라와 자신의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사는 짐의 이야기가 추억의 빚장 속에 감쳐둔 이야기여서는 곤란하죠. 이 시대에도 사랑하는 이들은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커플은 서로 기질이 동일해 서로를 보면 마치 자신을 보는 모습일 수 있다. 이런 커플의 종말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대입하려할까? 어렸을 적 불꽃같은 사랑을 하는 가난한 연인에게 부모는 자신의 경험을 감안해 사랑이 ‘밥 먹여 주냐’고 말할 수 있다. 사랑만으로 살기에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심리학자의 진단이 현실적으로 들린다.
“심리적으로 너무 닮은 남녀는 싫증을 빨리 느낄 수 있어요. 결혼에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매력을 발산할 수 있거든요. 너무 편안한 친구 같은 사이가 되면 서로에 대한 매력을 지속적으로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조금의 변화로 서로에게 매력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관계 설정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전적 이해관계에 끌려 결혼을 하는 유형은 사업에서 파트너와 비슷할 것 같다. 사업이 번창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식기 쉽고 이익이 커져도 서로의 이해가 충돌한다면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어느 기사에서 최근 재벌끼리 결혼이 늘어난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그들 간에도 사랑이 어찌 없겠는가? 일단 ‘국내 100대 그룹 자녀세대 절반 이상, 재벌가끼리 결혼’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재벌은 재벌끼리 사돈을 맺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과거 부모 세대 재벌은 정·관계 집안과 혼맥을 형성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자녀세대에 들어서서는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일반인 가정과의 혼사는 상대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아무리 사랑으로 결혼을 해도 결국 집안 배경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래서 결국 재벌가에서는 ‘끼리끼리 결혼’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리고 평범한 여성과 남성이 재벌가와 결혼해 힘든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한 이야기도 숱하게 나오는데요. 특히 재벌가의 2세, 3세끼리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결혼은 재계 판도를 좌우하기도 하죠.”
재벌과 평사원의 혼인은 양가 부모의 반대로 쉽지 않다. 얼마 전 남성판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픔으로 끝났다.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연인이 양가 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단식까지 했다는 소문도 있는 걸 보면 연애와 결혼은 확실히 달라 보인다.
“재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이혼 사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죠. 그러나 성격 차이와 함께 성장 환경이 너무 달랐던 것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많이 합니다. 결혼이나 연애를 이어간다는 의미는 일종의 암묵적 계약을 유지하는 것일 수 있어요.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으니 말 못하겠는데요.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고 끌림과 유지라는 강력한 인간의 심리가 존재하는 한 사랑의 강력한 힘을 믿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결혼에 대해, 헤어짐에 대해 말하는 경제학자의 이야기에 대해 하나쯤은 동의하는 게 있어요. 헤어지거나 결혼을 하는 시기는 ‘함께 하는 만족이 혼자 살 때 얻는 만족보다 클 때’라는 이야기 말이에요. 계산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헤어지죠. 평범한 사람이 재벌의 아들이나 딸과 결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전보다 생활은 윤택하고 풍요롭겠지만 그런 삶을 누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엄청납니다. 더구나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이들 부부 간에 너무나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겠죠.” 연애하고 결혼하려는 커플의 유형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은 엇비슷하나 불행해지는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 ‘밥 잘 사주는 누나’라고 예외는 없다. 드라마처럼 그녀와 연애하고 결혼한다고 해피엔딩이 될 수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이해하고 노력하는 태도다. 요즘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결혼 자체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건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사랑은 다르지 않을까? 결혼은 선택일지 모르나 사랑은 진실로 선택일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을 믿는다면, 무엇이 그리 서글픔이리. 어찌 그것이 설움이 되리. 크리스마스 선물의 주인공 ‘짐과 델라’인들 어떠하리. 그래도 사랑은 거짓은 아니지 않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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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해주는 상대가 있다면 연애든 결혼이든 유지될 여지가 많죠. 문제는 이해를 서로 못해준다고 극단으로 달리는 데 있죠. 처음에는 제 눈에 안경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완전히 잘못된 안경을 썼다고 생각하면 헤어지기 쉽겠죠. 남자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다고 해보세요. 요즘 여자들이 이를 충분히 이해해줄까요? 사람 나름이겠죠. 여자의 자의식이 강해진 요즘 같아서는 충분히 이혼이야기까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순수한 사랑을 믿는 여자, 경제적 이해를 따지는 여자
여기 소문에 밥 잘 사주는 여자와 결혼한 유명한 남자가 있다. 그는 다름 아닌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사실일까?
“그의 여성 편력은 대단합니다. 그는 평생 네 명의 아내를 두었고 그보다 더 많은 연인과 사귀었습니다. 그의 아내들은 부자였습니다. 그가 작품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주었습니다. 혹자는 그가 성공적인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이혼과 결혼을 반복하고 다른 대륙으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하긴 그건 그의 삶에 나타나는 주기적인 특징이긴 했다. 지금은 옛 이야기로 들리지만, 의사나 판검사 남자와 결혼하려면 열쇠 3개(집, 차, 사무실 혹은 헬스클럽)를 주고 결혼하려는 여성도 있었다. 그들과 결혼해서 여자는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유지하고 남자는 경제적 편익을 유지하는 목적이 있었다. 헤밍웨이도 그런 사랑의 유형에 속했을까? 그에게도 아주 순수한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가 밥 잘 사주는 누나를 좋아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의 삶을 추억해 보면 첫사랑은 귀여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고교시절 첫사랑의 항로를 찾아 헤밍웨이가 태어나 자란 시카고 교외도시 오크파크를 방문해 보자. 그곳의 공립도서관에서는 헤밍웨이의 고교시절 과제물 뭉치가 나왔다. 그 속에 첫사랑의 폭우같은 열정적인 시가 섞여 있었다.
“그의 편지는 100년 전 쓰였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간절함이 불타오르고 있어요. 몇 문장은 황급히 삭제됐고, 일부 문장 위에는 가위표가 쳐졌으나 첫줄 만큼은 명료했습니다. 헤밍웨이의 ‘첫사랑의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비할 데 없는 너의 우아함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사랑스러움, 아름다움이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 오그라드는 멘트를 날리는 그의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첫사랑은 정말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가 봅니다. 그건 시를 써보라는 작문 숙제의 초안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당시 고교 4학년이었는데 3학년인 아네트라는 소녀에게 편지를 썼어요. ‘너와 함께라면 지옥에라도 기꺼이 갈 수 있고,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고 서술한 대목도 있네요.”
실제 그들은 얼마나 사랑했을까. 아네트의 아들 존은 “어머니가 헤밍웨이와 잠시 연애했고, 둘이 영화를 보러 가곤 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1918년 11월. 헤밍웨이는 누나 마셀린에게 편지를 쓴다. 당시 그는 자원입대해 적십자 부대 앰뷸런스 운전기사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된다. 그해 7월 불행히도 심한 부상을 당해 밀라노 육군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17살 연상인 간호사 아그네스 폰 쿠로프스키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이쯤에서 쿠로프스키를 헤밍웨이의 실질적인 첫사랑으로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1954년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에 나오는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의 실제 모델이 바로 쿠로포스키입니다. 헤밍웨이는 1919년 1월 고향 오크파크로 돌아오면서 결혼 약속을 받아내지만 두 달여 만에 이별 통보를 받습니다.”
헤밍웨이의 첫 부인도 8살 연상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확보한 미혼 여성의 입장을 생각해 보세요. 상당수 여성이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하잖아요.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굳이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려고 할까요. 오히려 자신과 일상을 위한 소비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겠죠. 그들이 연하남자와 결혼하려고 했을 때는 결혼을 위해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하지 않는 이상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수 있죠.”
큰 비용이 아닌 이상 여자는 감당할 능력이 되고 요즘처럼 청년들의 삶이 어려운 시대에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연하남의 든든한 누나는 사랑으로 뭉치기 쉬울 수 있다. 그들이 헤어진 데미 무어와 애쉬튼 커쳐는 아니지 않나. 데미는 애쉬튼보다 15살 많고 데미의 전 남편 브루스 윌리스는 24살 연하와 재혼해 아이를 두었다. 왜 열렬히 연애하던 할리우드 스타들이 결혼한 후 파경에 이를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겁 없는 사랑에만 너무 무게를 둡니다. 당장 사랑하니까 결혼해야 된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지요. 선남선녀가 많은 곳에서 일하는 그들 사랑 역시 변하지 않을까요. 변하는 것에 일생을 건다는 것은 어쩌면 도박일지 모릅니다.”
그래서일까. 사랑에만 의존하기 어려워 많은 젊은이가 상대의 경제적 능력을 점점 고려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혹자는 연상 연하 커플의 증가를 그런 차원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결혼할 때 경제적 능력을 무시하기 어려워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으레 거쳐야할 병역의 의무 2년을 생각해 보세요. 누나들은 먼저 사회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잖아요. 요즈음은 ‘오빠 밥 사주세요’보다 ‘누나 밥 사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왜 드라마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가 인기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물론 아줌마들의 환타지를 그렸다는 평은 이해는 가요. 국민 남동생도 만들어야 하고요. 오빠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누나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한다면 억측일까요.”
물론 사랑에 나이차가 문제 되겠나. 사랑에도 유행은 있는 것이고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게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연상연하 커플이 경제적 이해만으로 결합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역시 그런 결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으로 뭉친 커플의 아름다운 이야기일 뿐이다. 누나의 친구를 사랑하는 이야기는 현실로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이제 다른 순애보 사랑으로 눈을 돌려보자.
“사랑을 하면서 금전적 이익을 터부시하는 커플도 시시각각 변하는 사랑의 감정과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그들에게 버팀목이 되는 사랑의 감정이 영원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를 유혹한다. 그리고 환상을 심어 준다. 물론 이 오래된 이야기에 감동하는 세대들은 과거만큼 많지 않으리라. 그렇다고 그냥 안타까운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으리라.
“윌리엄시드니 포터, 필명이 오 헨리로 알려진 그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죠. 아마 이들이 사랑으로 뭉친 커플의 유형이 될 텐데요.”
돈이라곤 1달러87센트 밖에 없던 아내인 델라는 평상시 남편 짐이 가지고 다니는 시계에 줄이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델라는 말한다.
“대대로 가보로 내려온 그 시계에 맞는 줄을 사랑하는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반면 짐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델라에게 그 머리에 잘 어울리는 머리핀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둘의 사연이 소통의 부재로 교차하고 각자는 다른 결정을 해 버린다.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에게 시곗줄을 선물하는 델라와 자신의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사는 짐의 이야기가 추억의 빚장 속에 감쳐둔 이야기여서는 곤란하죠. 이 시대에도 사랑하는 이들은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커플은 서로 기질이 동일해 서로를 보면 마치 자신을 보는 모습일 수 있다. 이런 커플의 종말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대입하려할까? 어렸을 적 불꽃같은 사랑을 하는 가난한 연인에게 부모는 자신의 경험을 감안해 사랑이 ‘밥 먹여 주냐’고 말할 수 있다. 사랑만으로 살기에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심리학자의 진단이 현실적으로 들린다.
“심리적으로 너무 닮은 남녀는 싫증을 빨리 느낄 수 있어요. 결혼에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매력을 발산할 수 있거든요. 너무 편안한 친구 같은 사이가 되면 서로에 대한 매력을 지속적으로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조금의 변화로 서로에게 매력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관계 설정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늘어나는 재벌가 사이 결혼의 진실
“우리나라 재벌은 재벌끼리 사돈을 맺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과거 부모 세대 재벌은 정·관계 집안과 혼맥을 형성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자녀세대에 들어서서는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일반인 가정과의 혼사는 상대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아무리 사랑으로 결혼을 해도 결국 집안 배경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래서 결국 재벌가에서는 ‘끼리끼리 결혼’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리고 평범한 여성과 남성이 재벌가와 결혼해 힘든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한 이야기도 숱하게 나오는데요. 특히 재벌가의 2세, 3세끼리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결혼은 재계 판도를 좌우하기도 하죠.”
재벌과 평사원의 혼인은 양가 부모의 반대로 쉽지 않다. 얼마 전 남성판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픔으로 끝났다.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연인이 양가 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단식까지 했다는 소문도 있는 걸 보면 연애와 결혼은 확실히 달라 보인다.
“재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이혼 사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죠. 그러나 성격 차이와 함께 성장 환경이 너무 달랐던 것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많이 합니다. 결혼이나 연애를 이어간다는 의미는 일종의 암묵적 계약을 유지하는 것일 수 있어요.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으니 말 못하겠는데요.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고 끌림과 유지라는 강력한 인간의 심리가 존재하는 한 사랑의 강력한 힘을 믿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결혼에 대해, 헤어짐에 대해 말하는 경제학자의 이야기에 대해 하나쯤은 동의하는 게 있어요. 헤어지거나 결혼을 하는 시기는 ‘함께 하는 만족이 혼자 살 때 얻는 만족보다 클 때’라는 이야기 말이에요. 계산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헤어지죠. 평범한 사람이 재벌의 아들이나 딸과 결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전보다 생활은 윤택하고 풍요롭겠지만 그런 삶을 누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엄청납니다. 더구나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이들 부부 간에 너무나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겠죠.”
행복해지는 모습 대동소이, 불행해지는 모습 제각각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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