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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에도 ‘회계감사 대란’ 일어날까] 실적 악화로 ‘비적정’ 의견 속출 가능성

[2분기에도 ‘회계감사 대란’ 일어날까] 실적 악화로 ‘비적정’ 의견 속출 가능성

기간 내 반기보고서 제출 못하면 관리종목 지정… 신외감법으로 감사 더욱 깐깐해져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핵심 부품을 만드는 코스닥 A상장사의 감사를 맡은 한 회계사는 반기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해외 수출 계약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다. A사는 외국 업체에 납품하기 위해 개발 중인 제품의 선행 연구와 관련한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잡아놓은 상태였다. A사가 원하는 대로 이 금액을 모두 인정하려면 해외 업체의 물량 확약이 중요했다. 다만 A사가 제출한 계약서에는 의무 공급 물량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신뢰성 테스트 일정과 비밀유지 계약 등만 명시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무형자산의 대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예년 같으면 A사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사안이었다. 그러나 회계법인이 바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한발 물러났다.

신외감법 규정을 올해부터 적용하면서 1분기에는 A사와 달리 회계법인과 마찰을 빚는 회사가 적지 않았다. 특히 주주총회가 대거 몰렸던 3월 29일 일주일 전인 22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상장사가 속출했다. 감사 의견 ‘한정’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항공기 정비, 마일리지 충당금 반영 등의 처리에서 마찰을 빚다 결국 회계법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1784억원에서 282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은 505%에서 649%로 늘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코스피에서는 동부제철·크라운해태홀딩스·웅진 등 12개사가, 코스닥에서는 셀바스AI·차바이오텍·와이디온라인 등 37개사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다. 감사보고서가 첨부된 사업보고서를 4월 1일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반기 보고서의 경우 미제출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후에도 다음 반기 혹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이와 함께 코스닥 상장 규정에서는 2년간 분기나 반기 보고서를 3회 제출하지 않을 경우 즉시 상장폐지 요건으로 지목하고 있다.
 8월 14일까지 상반기 보고서 제출해야
국내외 경기 둔화, 미중 무역·환율전쟁,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국내 기업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반기 보고서 제출 시한이 다가오면서 ‘신외감법’ 시행으로 비롯된 ‘회계감사 대란’이 2분기에도 일어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회계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졌는데 기업 실적은 1분기보다 더 나쁜 것으로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는 반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달 14일이 마감날이다. 이날까지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관리종목에 지정된 후에도 다음 반기 혹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서는 2년간 분기나 반기 보고서를 3회 제출하지 않으면 즉시 상장 폐지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보고서 제출은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3개월마다 주주들에게 회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회사는 상장사로서 지위를 누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7월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회사는 총 80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일하게 관리종목에 지정된 썬텍은 이번에도 보고서 제출하지 않으면 퇴출 대상이 된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더라도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에는 감사보고서 미제출과 함께 2년 연속 매출액 50억원 미달, 자본금 전액 잠식 등도 포함돼 있다. 자본금이 절반 이상 잠식된 상태가 2년 연속 이어질 경우에도 상장폐지 대상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회계기준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실적을 좋게 보이도록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회계기준을 어기지 않으면서 실적을 조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항목으로는 연구개발비의 무형자산 처리, 재고자산·금융자산 등의 평가를 꼽을 수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연구개발에 소요된 비용 가운데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분은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당장 비용으로 잡지 않고 수익이 발생할 때 상각하는 형식으로 비용처리한다. 재고자산과 금융자산의 평가 역시 손상됐다는 판단을 피할 수 있다면 당장 순이익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비용 처리를 뒤로 미루는 형식이기 때문에 그동안 ‘분식이 아닌 분식’으로 꼽힌 항목들이다.
 ‘비적정’ 감사 의견도 관리종목 대상
회계 감사인은 해당 기간에 대한 보고서가 회계기준에 맞춰 작성됐다고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의 감사 의견을 낸다. 한정 의견은 감사 범위가 부분적으로 제한되거나 회계기준에 맞춰 작성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항이 부분적으로 나타났을 때 적용된다. 반면 ‘의견거절’은 감사인이 합리적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해 의견 표명을 할 수 없거나 독립적인 감사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비적정 감사 의견도 관리종목 지정 사유다. 7월 말 기준으로 감사 의견 비적정을 사유로 관리종목에 포함된 곳은 파티게임즈와 컨버즈, 세화아이엠씨, 신한, 동부제철(우선주 포함), 폴루스바이오팜 등 7곳이다. 80개 관리종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자본금 요건 미달 등의 사유다.

비적정 의견을 해소하지 못하거나 감사 기간이 제때 길어지는 등의 이유로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말까지 2018년도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한 기업은 60곳이다. 이 가운데 매매거래가 가능했던 48곳은 지연공시 당일 주가가 평균 4.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사들은 올 들어 기업 체감 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나빠진 만큼 반기보고서를 더욱 꼼꼼하게 챙기라고 조언한다. 국내 4대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한 회계사는 “감사 기업으로부터 다음 감사 계약을 맺지 못하게 되더라도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회계처리는 묵인하지 말라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뿐만 아니라 비적정 의견을 받을 만한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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