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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10월 위기설 실체는] 소비세 인상 충격보다 엔고 쇼크 여부가 관건

[일본 경제의 10월 위기설 실체는] 소비세 인상 충격보다 엔고 쇼크 여부가 관건

소비세율 인상폭 2014년보다 적고 가계소득 감소 대책도 마련… 일 기업 수익 악화 속 투자 감소 우려
아베 정부는 10월 소비세율 인상에 대비해 가계에 대한 교육비 지원, 비현금 결제 때 포인트 혜택 등 가계소득의 실질 감소 효과를 상쇄하는 대응책을 마련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 경제가 10월의 소비세 인상을 계기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10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는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플러스를 기록하고 3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설령 올 4분기에 소비세 인상으로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도 일본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10월 위기설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한·일 마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등 일본 경제가 복합적인 리스크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중 무역마찰의 악영향이 중국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관세보복 제4탄은 미국 소비자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경제 위축을 금리 인하로 완화하려고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과거 경기 전환기의 금융완화 국면에서 5% 정도에 달했던 미국 정책금리는 현재 2%대에 불과하다.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데다 미국마저 다시 0%대 금리로 돌아갈 경우 글로벌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경제, 국내외 복합 리스크에 직면
이와 더불어 미중 마찰이 환율전쟁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과잉 채무 축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 각국에서 채무가 팽창했다. 각국 금융당국도 보호주의 확산과 함께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의 저신용 기업 채권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미 연준이 급히 금리 인상 정책을 수정한 것에서 보듯 저신용 기업 채무문제가 글로벌 금융 불안의 진원지가 될 위험성도 남아 있다.

미국의 대출 채권을 활용한 증권시장의 경우 서브프라임시장 붕괴로 한때 위축됐지만 이것도 2018년에는 1조6000억 달러로 확대, 2007년의 85%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셰일 개발 관련 기업 등 저신용 기업의 융자를 증권화한 상품인 론 담보 증권(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이 세계 각국에서도 경계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미중 마찰 탓에 미국의 대중 천연가스 수출이 줄어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한일 마찰도 일본의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에서 일본 여행,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돼 일본 지방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대규모 양적완화로 금리차 수익을 확보하지 못한 일본의 지방은행들이 잇따라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지방경제의 쇠퇴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세계 시장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되고 연간(2018년 기준) 18억대에 달하는 휴대폰, 2억6000만대의 PC, 860억 달러의 서버 등의 생산·출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연쇄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해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

다만 지난 7월 4일 이후 계속 차질을 빚어왔던 일본제 불화수소의 대한국 수출이 8월 29일 비로서 허가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세계 경제 위축의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은 일단 작아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통제 보복의 강도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한일 관계 악화로 만약 한국 반도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IT경기 추락이 여러 산업 분야로 파급되면서 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함께 일본의 10월 위기설이 발생할 불확실성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런 불안 심리만으로 미중 마찰로 취약해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더욱 악화되면서 엔고 현상이 가속화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의 수익 악화와 경기 추락 우려가 올 하반기 이후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물론 다양한 복합 불안 요인이 결정적으로 파국을 맞이하지 않고 지금처럼 위기의 충격이 어느 정도 관리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다소 흔들리겠지만 마이너스 성장으로까지는 악화되지 않고 세계 경제가 올 하반기에서 내년에 걸쳐 한정된 수준의 경기 후퇴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 경제를 둘러싼 해외의 복합적 요인에 따른 불안정성과 함께 10월 위기설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 소비세 인상 문제다. 오는 10월 1일에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할 경우 내수가 위축되고 이미 세계 경제 부진에 따른 수출 경기 악화와 함께 일본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다만, 이번 소비세율의 인상폭이 지난 2014년의 3%포인트보다 낮은 2% 포인트에 불과하다. 2014년의 경우 가계의 부담액이 8조엔 정도에 달했던 데 반해서 이번의 경우 보완책도 동시에 준비했다. 식료품에 대한 경감세율, 가계에 대한 교육비 지원, 비현금 결제 때 포인트 혜택 등 소비세 인상에 따른 가계소득의 실질 감소 효과를 상쇄하는 대응책을 다양하게 강구했다.

이에 따라 소비세 인상에 따른 가계의 실질적인 부담 금액은 3조엔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소비세 인상에 따른 일본 경제 위축 효과도 0.2~0.3% 내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요 37개 일본 연구기관들의 평균 전망치(8월치 집계 기준, 일본경제연구센터)를 보면 일본 경제의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률)이 올 2분기의 1.8%에서 3분기에는 1.3%, 4분기 -2.3%로 후퇴하겠지만 2020년 1분기에는 0.73%, 2분기 1.0%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한편, 지난 2분기 성장률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소비보다도 수출 악화가 뚜렷하며, 이것이 일본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고 설비투자에도 파급될 것인지가 우려사항이다. 지난 2분기 GDP 통계에서는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연률로 1.5%를 기록해 3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최근 일본 기업들의 수익이 뚜렷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경제신문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2019년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비로 14% 감소해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양적금융완화 정책 펴기에는 한계
미중 무역전쟁이나 한일 갈등의 여파를 받은 제조업과 함께 내수 중심의 비제조업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회사 수 기준으로 상장기업 전체의 60% 정도가 수익이 악화되고 있으며, 해외 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진행된 엔화의 강세 효과를 고려하면 일본 기업의 수익 악화 추세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미중 및 한일 마찰 등의 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과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도 겹쳐 엔고가 올 하반기 이후 얼마나 지속되고 심화될 것인지에 따라서 ‘일본 기업의 추가 수익 악화→설비투자 감소세 전환→경제 성장 위축’의 악순환의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국내외 경제 위기 요인에 대해 일본 정부의 대응책도 초점이 될 것이다. 우선 재정정책 측면에서 아베 정부는 소비세 인상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확충했으며, 이 금액을 이미 책정한 2조엔에서 크게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엔고 등의 경제 불안이 심화될 경우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집권 자민당이 추경예산을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실, 일본 정부의 5월의 공공 공사는 전월비 0.6%로 2개월 연속으로 증가하고 7월의 공공공사 발주 금액은 전월비로 12.4%나 증가했다. 아베 내각은 경제운영 방침에서 ‘해외의 경기 하강 리스크에 대해서는 기동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주저 없이 실행하겠다’고 명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일본 경제의 하강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융완화 정책은 그동안의 양적금융완화 등 파격적인 정책을 뛰어넘는 대책을 실시할 여력이 미약한 실정이기도 하다. 대규모 양적금융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효과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 정책에 의해 금리 수익을 확보하지 못한 지방은행의 경영 악화라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이 이미 장기 추세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극심한 수준까지 진행된 상황이며, 앞으로 더욱 엔저를 유도하는 정책의 효과에도 한계가 있다.

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될 경우 일본은행은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유도 수준을 현행 0~-0.2%에서 마이너스 폭을 더욱 확대하거나 본원통화의 증가량을 늘려 양적금융완화의 확대에 어느 정도 나설 가능성은 있으나 큰 효과를 줄 만큼의 추가 금융완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성장세 둔화 가능성
일본 경제는 올해 3분기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보이다가 4분기에는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플러스 성장세를 회복하는 등 전체적으로 보면 견실한 추이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위기설이 심리적인 부담은 되겠지만 국내외의 불확실성이 돌발적인 위기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큰 파란은 피할 수 있을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본 경제를 둘러싼 복합적인 불확실성과 함께 세계 경제의 부진도 겹쳐 올림픽 경기 효과도 사라지는 2020년 하반기 이후에는 성장세가 더욱 둔화되면서 2020년 일본 경제성장률은 0.5% 내외에 그쳐 2019년의 0.9% 안팎보다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박스기사] 아베 정권 7년 흔든 소비세 - 정부 부채비율 200% 넘어 세수 확대 불가피
정부 부채는 미래의 조세 수입을 담보로 한다. 그러나 대다수 선진국이 그렇듯 경제성장률과 인구 증가율이 정체되면 복지 지출 등 정부가 돈 쓸 곳이 많아지는 데 비해 세수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율 인상 카드를 꺼내곤 한다. 정치적 부담은 크지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본은 1997년부터 15년간 5%로 유지하던 소비세율을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10%로 올리기로 했다. 세수를 늘려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성장 잠재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그런데 이를 7년이나 끌었다. 그만큼 정치적 부담이 컸단 뜻이다. 일단 아베 신조 총리가 10월 소비세율 인상을 단행하며 여러 논란과 정치적 갈등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 문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논란이 됐다. ‘잃어버린 20년’을 넘어서기 위해 1990년대 중후반부터 늘어난 정부 지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집계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본 정부 부채비율은 1990년대 후반 국내총생산(GDP)의 75% 안팎에서 2000년대 초 100%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무렵에는 175%로 불어났고, 2010년을 전후해 200%를 돌파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이던 2005년 일본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며, 소비세율 인상 논의에 불을 붙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아베·후쿠다 야스오·아소 다로 전 총리도 소비세율 인상에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들은 당내 반발 등에 부딪혀 단명했다. 여론 악화로 2009년 자민당은 결국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민주당은 당초 4년간 소비세율 인상 금지를 정책으로 내걸었지만, 인상을 주장하는 간 나오토 전 총리와 이를 반대하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간 갈등이 불거졌다. 그러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막대한 복구 재원이 필요해졌다. 결국 2012년 6월 소비세율을 10%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재정건전화 방안을 의회를 통과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 가운데 최악 수준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고 일본을 혹평했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일본 경제에 ‘부정적’ 전망을 매기며 압박했다.

이런 영향으로 2012년 말 치러진 중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했고, 자민당 아베 총리가 재집권했다. 정권을 인수한 아베 총리는 민주당의 소비세율 인상 정책을 받아들였지만, 이를 2014년 4월 8%, 2015년 10월 10% 등 두 차례로 나눠 올리도록 수정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 역시 정치적 부담에 2015년 10월과 2017년 4월 소비세율 10% 인상을 두 차례 지연시켰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아베 총리는 마지막 연장 기한인 10월에 소비세율을 인상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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