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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탄핵 받아 마땅한 이유

트럼프가 탄핵 받아 마땅한 이유

“개인 이익 챙기려 시리아 철군으로 미국 위해 싸워온 쿠르드족 사지로 내몰고 외국과 거래하면서 국익 해쳐”
지난 6월 말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이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 사진:AP/YONHAP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외국인혐오증과 고립주의가 도널드 트럼프만큼 심한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 그가 이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미국을 외국에 팔아넘기고 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와 인접한 시리아 동북부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군을 대신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싸우다 1만 명 이상 전사한 쿠르드족이 터키군에 학살당하도록 팽개쳐 두고 IS가 되살아나도록 방치하는 결정이다. 단순히 파견된 미군을 귀국시킬 시간이 됐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철수 이유였다.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 10월 16일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 내 쿠르드족 공격과 관련, 급기야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터키가 시리아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터키와 시리아 사이의 일이다. 많은 어리석은 사람이 믿는 것처럼 그것은 터키와 우리 사이의 일이 아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이 천사가 아니라고도 했다. 미국이 IS 격퇴에 협력해온 쿠르드족을 배신해 터키의 공격을 받도록 내몰았다는 비난에 대한 응수였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를 싸고도는 태도에 대한 좀 더 신빙성 있는 설명은 터키에 세워진 ‘트럼프 타워 이스탄불’이 트럼프 그룹의 유럽 최초이자 유일한 주상복합 건물이라는 사실이다. 그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와 사업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는 대선 출마를 앞둔 2015년 한 인터뷰에서 “이스탄불에 ‘트럼프 타워’가 두 동이나 돼 이해 충돌 문제가 좀 있다. 사심 없이 터키 정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스스로 밝힌 적도 있다. 터키 정부와 연관된 회사들도 트럼프 그룹의 주요 고객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며 반정부 무장투쟁을 벌이는 쿠르드족을 제거하려는 터키 독재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편을 계속 들었다.

지난 10월 15일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 쿠르드족 여성들이 터키의 시리아 동북부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 사진:AP/YONHAP
미국 국내에선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주자로부터 미국 국경을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미국의 지리적인 국경을 지키는 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온전하게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적인 정치적 이득을 위해 미국 민주주의를 거듭 손상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다. 지난 7월 25일 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했다.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의 적수가 될 가능성이 큰 민주당의 유력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부탁이었다(트럼프 선거대책본부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들 헌터가 사업적으로 관여했던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검찰총장 해임을 압박하고 10억 달러를 대가로 제안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개인적으로 한 그런 ‘부탁’이 내부폭로로 불거지면서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조사가 공식 시작됐다.

그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대중국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미국 경제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가 왜 바이든 전 부통령과 관련된 수사를 중국에도 부탁했을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담당 보좌관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관련해 중국 관리들과 통화했음을 인정했다(트럼프 대통령 측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사업하면서 사기를 쳐서 돈을 챙겼다는 비리 의혹을 제기해왔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전체가 처음부터 트럼프 개인을 위한 것이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의 선거 개입 연루설(‘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는 러시아 측이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주려 했고, 트럼프 캠프가 그 도움을 환영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뉴욕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가진 통화에서 뮬러 전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착수 경위에 관한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의 정보 수집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 장관은 뮬러 전 특검의 수사 착수 경위를 살펴보는 조사를 진행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조사가 뮬러 전 특검의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뉴욕타임스 신문은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호주 총리와 통화한 내용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압박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상 외교를 이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그뿐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그의 사적인 국무장관인 셈이다. 그는 미국의 이익을 트럼프의 이익으로 대체했다. 얼마 전 뉴욕 연방검찰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줄리아니의 활동을 도운 사업가들을 기소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리브 파르나스와 벨로루시 출신인 이고르 프루먼은 줄리아니의 지인으로 선거자금법 위반 및 공모,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허위진술, 기록위조 등 4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자금법 위반을 공모한다른 2명도 함께 기소됐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미국 하원의원의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 지원을 약속하면서 해당 의원에게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의 해임을 위해 힘써 달라고 요청하는 등 로비한 혐의를 받는다. 또 러시아 사업가의 자금을 받아 트럼프 재선을 지지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액션’이라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32만5000달러를 기부한 혐의도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연방 법원. 지난 10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의 활동을 돕다가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업가들이 이 법원에 출석했다. / 사진:EPA/YONHAP
뉴욕 검찰은 특히 줄리아니가 마리 요바노비치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를 축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주재 대사로 발령받았으며,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자리를 유지하다 지난 5월 갑자기 귀국 명령을 받았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지난 10월 11일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에 자신의 축출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우리의 반부패 정책으로 줄리아니와 연관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개인적인 야심이 좌절됐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백악관의 탄핵조사 협조 거부 방침과 국무부의 반대에도 하원의 증언 요청에 응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 일가에 관한 음모론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자신의 자녀들은 드러내놓고 외국 거래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 트럼프의 아들인 에릭과 돈 주니어는 아일랜드·인도·인도네시아·우루과이·터키·필리핀에서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외국 정부로부터 수익을 올린다. 그의 비위를 맞추려는 여러 정부가 그의 호텔을 출장 숙소로 자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너무 빈번해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번 미국에 갔을 때 뉴욕 센트럴 파크 부근의 트럼프 타워에서 묵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정부들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체에 1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대부분 워싱턴 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사용했다. 또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도 G7 정상회의를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있는 자기 소유의 골프 리조트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계획이 실행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방지하려 했던 것이 바로 그런 행위다. 그들이 232년 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만나 헌법을 기초했을 때 중시한 사안 중 하나는 “우리 국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하려는 외국 세력의 욕구”(알렉산더 해밀턴의 표현)로부터 신생 국가인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도 G7 정상회의를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소재 골프 리조트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 사진:AFP/YONHAP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다른 한 명인 제임스 매디슨의 말처럼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외국 세력에게 팔아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들은 정부 관리가 의회의 승인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보수 조항’을 헌법에 포함했다. 또 그들은 대통령을 “반역, 뇌물 수수, 또는 다른 중범죄와 비리”로 탄핵할 수 있는 권리를 의회에 부여했다. 버지니아 헌법 비준 회의에서 에드먼드 랜돌프(초대 법무 장관)는 “대통령이 외국 세력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 발견되면 탄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외국 정부와 개인적인 청탁을 주고받는다면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은 원전주의자(헌법을 입법 당시의 의도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가 아니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식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인 권력과 부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을 팔아넘기려고 한다면 외국은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공적으로는 외국인 혐오자이며, 사적으로는 국제 폭력배다. 그는 미국 국민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노골적으로 외국 정부로부터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했다. 수치스러운 일인 동시에 범죄 행위다. 아무리 너그럽게 봐준다고 해도 최소한 탄핵받아 마땅하다.

- 로버트 라이시



※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이 기사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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