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 vs “늙다리” 맞대응 폭언 재점화
“로켓맨” vs “늙다리” 맞대응 폭언 재점화
북미 간 비핵화·평화 협상에서 구체적인 진전 없자 무력충돌의 위기 고조… 제3차 정상회담 안갯속 연말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이 또다시 고조됐다. 북한의 미사일 관련 도발이 계속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진행돼온 북한과의 외교 협상을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강경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비핵화·평화 협상이 시작되기 이전으로 돌아간 분위기가 연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3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런던에서 “최소한 나는 그(김정은 위원장)와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라면서도 “우리는 그걸(무력을) 사용하길 원하지 않으나 써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는 분명히 로켓 쏘아 올리기를 좋아한다. 내가 그를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로켓맨’으로 호칭했다. 그러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2월 5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른 데 대해 ‘늙다리’라고 받아치며 ‘맞대응 폭언’을 예고했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5일 전제한 담화에서 최선희 제1부상은 “며칠 전 나토 수뇌자회의 기간에 다시 등장한 대조선 무력사용이라는 표현은 국제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며 우려를 키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가 더욱더 기분 나쁜 것은 공화국의 최고 존엄에 대해 정중성을 잃고 감히 비유법을 망탕 쓴 것이다. 이로 하여 미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 인민들의 증오는 격파를 일으키며 한층 더 달아오르고 있다.”
최선희 제1부상이 언급한 ‘최고 존엄에 대한 비유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약 2년 만에 다시 ‘로켓맨’이라고 부른 것을 지칭한다. ‘로켓맨’은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하반기 사용했던 김 위원장의 별명으로 조롱의 의미가 담겼다. 최선희 제1부상은 “보도된 바와 같이 조선인민군은 이에 대하여 즉시 격한 입장을 밝혔다”며 “우리 외무성 역시 최대로 예민한 시기 부적절하게 내뱉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감을 자제할 수 없다”고 별도의 담화를 발표한 배경을 밝혔다.앞서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 관련 발언을 두고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 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반박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사용 발언과 비유 호칭이 즉흥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바로 2년 전 대양 건너 설전이 오가던 때를 연상시키는 표현들을 의도적으로 다시 등장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는 무력사용과 비유 호칭이 다시 등장하는가 지켜볼 것”이라며 “만약, 만약 그러한 표현들이 다시 등장하여 우리에 대한 미국의 계산된 도발이었다는 것이 재확인될 경우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금과 같은 위기일발의 시기에 의도적으로 또다시 대결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과 표현을 쓴다면 정말로 늙다리의 망령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여 아직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언급은 북미 관계의 최근 악화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두고 다시 모욕적인 별명을 사용했지만, 북한은 똑같이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미 관계는 오랫동안 상호 적대감과 의심으로 손상됐지만 근년 들어 전례 없는 비핵화·평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크게 개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난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 후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정상이 다시 만났지만 합의에 이루지 못하고 회담이 결렬됐다.
그런데도 북한 관리들과 미디어가 미국과 미국 대통령을 두고 사용하는 수사는 과거와 달리 상당히 수위가 낮아졌다. 또 그동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진전을 위해 찬사가 담긴 친서를 몇 차례 교환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양측은 모두 선의를 보였지만 협상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는 사실이 또다시 무력충돌의 위기를 고조시킨다. 북한은 올해 들어 단거리 무기 테스트를 재개했으며, 지난 11월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2016년 8월 이래 처음으로 다시 테스트했다.지난 4월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설정했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의 조건을 두고 제3차 정상회담의 일정은커녕 새로운 실무 협상도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런던에서 “필요한 경우 무력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험한 발언을 하기 몇 시간 전 북한은 이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연말 시한’을 상기시키며 선제적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모든 것을 투명성 있게 공개적으로 진행하여온 것처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기에 우리는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미국에 다시금 상기시키는 바다.”
이 부상의 발언은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 북미 협상이 이대로 해를 넘기면 내년부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경고해온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특히 선제 중대조치를 언급해 연말 전에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 ICBM을 처음 테스트했다. 당시 북한은 ICBM급 미사일 화성-14호를 발사하고 이를 “오만한 미국인들에 대한 독립 기념일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다음 해 7월 4일 북한 메시지는 그와 사뭇 달리 오랫동안 북한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남한과의 평화 통일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한 해 뒤인 지난 7월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회담을 한 것 외에는 비교적 조용했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정부가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이뤄지기 전에 대북 제재를 상당 부분 해제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하면서 북한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그런 상황은 내년의 또다른 위기로 이어질지 모른다. 북한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싫어했던 것처럼 이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대화상대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비핵화·평화 협상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정상의 의지에 좌우될 수 있는 형국이다.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은 4일 담화에서 “그나마 북미 사이의 물리적 격돌을 저지시키는 유일한 담보가 되는 것이 정상들 사이의 친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만 명백히 말해두지만 자국이 보유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 아니다.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는 경우 우리가 어떤 행동으로 대답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12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다시 경고했다. 그러자 북한은 그 언급에 또다시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연말 협상 시한이 지나면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이 놀랄만한 ‘적대행위’를 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며 “우리는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더는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뺏지 못할 것이다.”
김영철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은근히 누구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듯한 발언과 표현”이라며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8일 트윗과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는 지난 7일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식 허세와 위세가 우리 사람들에게는 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라며 “트럼프의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고려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걱정 또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놀랄만한 적대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준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영철 위원장의 이번 담화는 미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 등으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는 상황에서 더 손해 볼 게 없는 만큼 계획한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 물론 자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없었다.”
김영철 위원장은 이어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며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지금처럼 웃기는 위세성, 협박성 표현들을 골라보는 것보다는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간 끌기는 명처방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용기가 없고 지혜가 없다면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미국의 안전위협이 계속해 커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그동안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을 내세워 요구한 미국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재차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 톰 오코너, 제니 핑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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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2월 3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런던에서 “최소한 나는 그(김정은 위원장)와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라면서도 “우리는 그걸(무력을) 사용하길 원하지 않으나 써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는 분명히 로켓 쏘아 올리기를 좋아한다. 내가 그를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로켓맨’으로 호칭했다. 그러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2월 5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른 데 대해 ‘늙다리’라고 받아치며 ‘맞대응 폭언’을 예고했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5일 전제한 담화에서 최선희 제1부상은 “며칠 전 나토 수뇌자회의 기간에 다시 등장한 대조선 무력사용이라는 표현은 국제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며 우려를 키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가 더욱더 기분 나쁜 것은 공화국의 최고 존엄에 대해 정중성을 잃고 감히 비유법을 망탕 쓴 것이다. 이로 하여 미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 인민들의 증오는 격파를 일으키며 한층 더 달아오르고 있다.”
최선희 제1부상이 언급한 ‘최고 존엄에 대한 비유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약 2년 만에 다시 ‘로켓맨’이라고 부른 것을 지칭한다. ‘로켓맨’은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하반기 사용했던 김 위원장의 별명으로 조롱의 의미가 담겼다. 최선희 제1부상은 “보도된 바와 같이 조선인민군은 이에 대하여 즉시 격한 입장을 밝혔다”며 “우리 외무성 역시 최대로 예민한 시기 부적절하게 내뱉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감을 자제할 수 없다”고 별도의 담화를 발표한 배경을 밝혔다.앞서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 관련 발언을 두고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 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반박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사용 발언과 비유 호칭이 즉흥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바로 2년 전 대양 건너 설전이 오가던 때를 연상시키는 표현들을 의도적으로 다시 등장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는 무력사용과 비유 호칭이 다시 등장하는가 지켜볼 것”이라며 “만약, 만약 그러한 표현들이 다시 등장하여 우리에 대한 미국의 계산된 도발이었다는 것이 재확인될 경우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금과 같은 위기일발의 시기에 의도적으로 또다시 대결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과 표현을 쓴다면 정말로 늙다리의 망령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여 아직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언급은 북미 관계의 최근 악화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두고 다시 모욕적인 별명을 사용했지만, 북한은 똑같이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미 관계는 오랫동안 상호 적대감과 의심으로 손상됐지만 근년 들어 전례 없는 비핵화·평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크게 개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난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 후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정상이 다시 만났지만 합의에 이루지 못하고 회담이 결렬됐다.
그런데도 북한 관리들과 미디어가 미국과 미국 대통령을 두고 사용하는 수사는 과거와 달리 상당히 수위가 낮아졌다. 또 그동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진전을 위해 찬사가 담긴 친서를 몇 차례 교환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양측은 모두 선의를 보였지만 협상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는 사실이 또다시 무력충돌의 위기를 고조시킨다. 북한은 올해 들어 단거리 무기 테스트를 재개했으며, 지난 11월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2016년 8월 이래 처음으로 다시 테스트했다.지난 4월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설정했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의 조건을 두고 제3차 정상회담의 일정은커녕 새로운 실무 협상도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런던에서 “필요한 경우 무력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험한 발언을 하기 몇 시간 전 북한은 이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연말 시한’을 상기시키며 선제적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모든 것을 투명성 있게 공개적으로 진행하여온 것처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기에 우리는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미국에 다시금 상기시키는 바다.”
이 부상의 발언은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 북미 협상이 이대로 해를 넘기면 내년부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경고해온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특히 선제 중대조치를 언급해 연말 전에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 ICBM을 처음 테스트했다. 당시 북한은 ICBM급 미사일 화성-14호를 발사하고 이를 “오만한 미국인들에 대한 독립 기념일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다음 해 7월 4일 북한 메시지는 그와 사뭇 달리 오랫동안 북한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남한과의 평화 통일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한 해 뒤인 지난 7월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회담을 한 것 외에는 비교적 조용했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정부가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이뤄지기 전에 대북 제재를 상당 부분 해제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하면서 북한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그런 상황은 내년의 또다른 위기로 이어질지 모른다. 북한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싫어했던 것처럼 이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대화상대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비핵화·평화 협상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정상의 의지에 좌우될 수 있는 형국이다.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은 4일 담화에서 “그나마 북미 사이의 물리적 격돌을 저지시키는 유일한 담보가 되는 것이 정상들 사이의 친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만 명백히 말해두지만 자국이 보유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 아니다.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는 경우 우리가 어떤 행동으로 대답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12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다시 경고했다. 그러자 북한은 그 언급에 또다시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연말 협상 시한이 지나면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이 놀랄만한 ‘적대행위’를 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며 “우리는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더는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뺏지 못할 것이다.”
김영철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은근히 누구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듯한 발언과 표현”이라며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8일 트윗과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는 지난 7일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식 허세와 위세가 우리 사람들에게는 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라며 “트럼프의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고려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걱정 또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놀랄만한 적대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준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영철 위원장의 이번 담화는 미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 등으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는 상황에서 더 손해 볼 게 없는 만큼 계획한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 물론 자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없었다.”
김영철 위원장은 이어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며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지금처럼 웃기는 위세성, 협박성 표현들을 골라보는 것보다는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간 끌기는 명처방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용기가 없고 지혜가 없다면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미국의 안전위협이 계속해 커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그동안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을 내세워 요구한 미국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재차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 톰 오코너, 제니 핑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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