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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개 계열사 거느린 카카오] 합치고 나눠 만든 네트워트 제국

[92개 계열사 거느린 카카오] 합치고 나눠 만든 네트워트 제국

O2O에서 금융, 콘텐트로 광폭 행보… 시장 다양성 훼손·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여전
사진 : 카카오
국내 대표 정보통신(IT) 기업 카카오의 확장세가 무섭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축으로 매년 게임, 쇼핑, 웹툰, 페이, 택시, 뱅크 등으로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신사업에서는 연관 중소형사를 빠르게 흡수해 덩치까지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광고·콘텐트 사업에서 금융(핀테크)·연예기획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택시운송업 등에서 9개 기업을 소속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2월 5일 바로투자증권 인수까지 승인돼 증권 시장 진출도 목전에 뒀다.
 인수·분사 거듭하며 대기업집단 중 몸집 2위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월 말 기준 92개 회사를 소속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과 합병하기 전인 2014년 20개 계열사와 비교하면 5년 새 4.5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9개 신규 계열사를 편입시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중 두 번째로 몸집이 커졌다. 카카오보다 계열사가 많은 곳은 SK그룹(121개) 뿐이다. 3위는 같은 기간 8개 금융·보험사를 매각한 롯데그룹이다. 자산 기준 1위 삼성그룹과 2위 현대자동차그룹은 각각 59개, 53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카카오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 결과다. 카카오는 2015년 다음과 합병 이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동할 수 있는 관련 기업을 꾸준히 사들였다. 알림장 앱(응용 프로그램) 업체 키즈노트, 중고 전자기기 거래업체 셀잇, 내비게이션 앱 록앤올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엔 SK플래닛으로부터 콘텐트·연예기획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해 콘텐트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5년 13개, 2016년 6개, 2017년 5개, 2018년 9개, 2019년 15개 등 5년간 모두 48개 기업을 흡수했다.

특히 카카오는 인수 이후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부문을 계열사로 독립시키고 있다. 48개 기업을 인수했지만, 계열사가 92개로 늘어난 이유다.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콘텐트 부문 분사(카카오M) 등이 대표적이다. 분사한 계열사는 다시 M&A로 덩치를 키웠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영 방식은 스마트폰 생태계와 비슷하다”면서 “각각의 기능을 가진 앱을 스마트폰에 개별적으로 설치해 이용해야 하는 것과 같이 카카오는 자회사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자 사업을 확장 발전시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병과 분사가 늘면서 카카오 구성원들은 그룹을 ‘카카오 공동체’라 부른다. 택시 등 생활 밀착형 사업, 게임이나 웹툰 같은 콘텐트 사업,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i, 그라운드X의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사업 등이 각각 관련 중소형사를 인수하며 문어발식 확장을 잇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택시 호출 서비스가 성공하며 분사한 이후 버스, 지하철, 주차장 등 관련 서비스업체를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또 교통 관련 통합 앱인 카카오T를 내고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도 추가했다. 최근엔 택시회사를 잇달아 사들이는 중이다.

특히 각 계열사는 카카오톡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와 자본력을 이용해 신사업을 밀어 부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에 기반한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은 이미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가 점령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카카오의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보다 늦게 간편 송금 서비스 시장 진출했지만, 현재 토스를 넘어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계열사는 카카오톡 네트워크 효과에 힘입어 진입과 동시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네트워크 활용해 O2O 서비스 시장 점령
2016년부는터 신규 O2O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국내 대표 택시 호출 서비스로 자리매김 한 카카오택시는 서비스 유료화에도 기사나 이용자 이탈이 없었다. 카카오가 인수해 계열사로 둔 하시스의 모바일 미용실 예약 서비스(카카오헤어샵)도 월 거래액이 100억원을 기록했다. 예약 환경 편의성이 하시스를 시장 지배적 위치로 올렸다.

이에 더해 카카오는 오는 2월 27일 급성장 중인 국내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진출한다. 서비스 제휴로 시장 분위기를 살핀 결과 온라인 식품시장이 연 13조원 규모로 커졌다는 결론에서다. 카카오는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과자·음료수와 같은 가공식품과 신선식품까지 아우르는 종합 푸드 마켓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45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손쉽게 제품을 선택하고,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어 사업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각 계열사별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M&A로 만든 카카오 공동체를 ‘카카오 생태계’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코레일, 대한항공과의 협력 추진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열차 승차권과 비행기 탑승권까지 예약하는 결제시스템 구축과 함께 콘텐트 공급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카카오톡으로 승차권이나 항공권을 예약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열차나 기내에서 카카오페이지의 웹툰이나 카카오M의 드라마 등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은 올해도 계속된다. 지나친 사업 확대로 추진력까지 확보했다. 지난해 3분기 모틸리티, 페이 등 신규 사업의 영업 손실은 295억원으로 3분기 연속 줄었다. 여기에 카카오는 2018년 주식예탁증권(GDR) 발행으로 수혈한 약 1조원을 곳간에 그대로 쌓아 두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78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페이나 카카오페이지는 올해 기업공개를 예정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인수합병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확장은 금융 부문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은행에 이어 증권에도 진출하며 영역 확장을 예고한 상태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인수했고, 지난 1월에 한국투자금융이 보유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의 지분 16%를 추가 매입했다. 간편결제, 송금, 인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바로투자증권 인수로 투자중개와 금융상품 직접 판매까지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당장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한 은행상품, 금융투자상품 판매 등을 시도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지난 2019년 1분기 10조6000억원, 2분기 11조4000억원, 3분기 12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또 삼성화재와 합작해 만든 디지털 손해보험사(손보사)의 예비인가를 내달 초 신청할 계획이다. 디지털 손보사는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갖고, 카카오와 삼성화재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업계에선 삼성화재의 상품 개발 능력과 카카오의 온라인 플랫폼, 카카오페이의 간편결제 기능이 어우러져 상승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 카카오T 등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보험 상품에 적용해 카카오의 계열사별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걸로 안다”면서 “카카오가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서 여행자 보험상품만 판매해도 시장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콘텐트 부문 몸집 불리기도 가속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방대한 웹툰·웹소설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한 카카오페이지, 영상 콘텐트 제작 능력을 키운 카카오M 등으로 콘텐트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자체 콘텐트 제작 사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최근엔 공연기획업종인 쇼노트·매디슨카운티의다리를 인수하고 매니저업 플렉스엠을 설립하면서 콘텐트 부문 사업을 재차 확장했다. 웹툰 콘텐트로 영화를 만들고 출연 배우까지 카카오가 안에서 섭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SK텔레콤과 3000억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면서 SK텔레콤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콘텐트 공급 계획도 세웠다.
 자영업자·중소상공인 생업과 맞닿은 사업 영역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카카오의 시장 점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으로 묶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택시 시장을 장악한 것과 같이 금융, 콘텐트 시장 등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정치권에선 카카오가 압도적인 힘으로 사업을 빼앗고 시장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카카오가 시장 다양성을 죽이고 대형 사업자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카카오의) 항공권 예약 서비스 진출 이후 1만5000여 개 중소여행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계열사의 다수가 택시 서비스, 부동산 중개 및 관리 서비스, 주차 서비스, 교육 서비스 등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 사업이 자영업자 및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 맞닿아 있어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속적으로 카카오의 골목 상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카카오 택시, 드라이브 등 카카오의 플랫폼 활용 사업 영역은 계속 확산하고 있다”면서 “공정거래 관련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재계 관계자는 “문어발식 확장을 해왔던 대기업들은 계열사를 줄이고 있지만, 카카오는 거꾸로다”라고 했다.

다만 카카오의 몸집 불리기는 과거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과 다르다. 고급 외식업처럼 본업과 동떨어진 분야는 별로 없고, 카카오가 새로 인수하거나 세운 기업 대부분은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계열사 간 순환 출자가 없고 지주회사 체제로 계열사를 확대하는 것도 다르다. 카카오의 지배구조는 김범수 의장으로부터 시작돼 상장사인 카카오가 수십여 개에 달하는 계열사 지분을 확보, 거느리는 구조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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