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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익공유제’ 도입 추진 논란] “이미 상생 중인데” 전례 없는 反시장 정책에 대기업 ‘덜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추진 논란] “이미 상생 중인데” 전례 없는 反시장 정책에 대기업 ‘덜덜’

정부·여당 “강제성 없다”에 재계선 “실효성 없는 정치적 정책” 반발
삼성전자 직원들이 마스크 업체에 스마트공장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업 생태계에 또 다시 이익 공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1대 국회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서울시에서는 도시가스 소매 공급비용 개선방안을 두고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조정식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기업의 공동 노력으로 창출된 대기업 이익을 사전에 양자 간 약정한 바에 따라 공유하는 제도다. 이는 기존의 성과공유제에서 한걸음 더 나간 제도다.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기업이 원가 절감 등 공동의 성과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 시 창출된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를 말한다.

여당과 정부는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대기업의 협력이익공유제 참여를 독려할 뿐 강제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에선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기업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뜻은 좋으나 실제 적용시 ‘대혼란’ 뻔해
협력이익공유제는 2017년 7월에 발표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협력이익공유제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야당의 반대로 입법되지 못했다. 그러나 거대 여당의 21대 국회에서 또 다시 관련 법안의 추진되자, 재계에선 “거대 여당의 일방 처리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176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 등 18건의 법안을 2시간여 만에 일방 통과시켰다.

재계에선 협력이익공유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협력이익공유제가 도입되면 대기업 이익을 미리 산정해 협력기업과 이익 공유에 대한 약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대기업의 목표 이익을 사전에 추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기업의 이익은 금리, 환율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글로벌 경쟁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하면 대기업 이익 목표 공개가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기업 입장에선 많게는 수백 개에 달하는 협력기업의 기여도를 각각 산출해 협력업체별로 이익 공유 기준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예컨대 텔레비전 생산에만 100개 이상의 부품이 투입되는데, 특정 1~2개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협력 기업의 기여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협력기업별로 기여도를 따져 분류할 수도 없을뿐더러, 분류한다고 해도 기여도가 낮게 책정된 협력기업들의 원성만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통상 여러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전체 이익 중 일부를 협력기업과 공유할 경우, 합당한 이익 배분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도 거론된다. 협력기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대기업 전체 실적이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협력이익 공유제를 도입한 대기업 A가 협력기업 B의 부품이 적용된 제품에선 성과를 냈으나 다른 계열회사의 사업 부진으로 전체 적자를 기록할 경우, 적자를 이유로 협력기업 B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주주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업의 순이익은 법인세뿐만 아니라 근로자 임금 등 각종 비용과 협력기업 대금 지급 등을 제외한 사실상 잔여 재산이라, 순이익에 대한 청구권은 주주의 몫이라는 논리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익의 일부를 협력기업과 공유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외국인 주주들이 이 같은 문제를 이유로 국내 대기업 주식을 대거 처분할 경우 기업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협력이익공유제가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대기업 협력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제도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기업과 거래 중인 협력 중소기업은 전체의 약 20% 수준이다. 대기업 협력기업들이 다른 중소기업의 대기업 거래 진입을 차단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소수의 협력기업이 다른 중소기업에 ‘갑질’을 하는 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협력이익공유제에 부담을 느낀 대기업이 협력기업과의 거래 비중을 축소해 협력기업의 이익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이 부품 생산업체를 직접 운영하거나 이익 공유와 관련이 적은 계열회사와의 거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협력이익공유제 대상 중소기업의 수를 인위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현지기업과의 거래를 늘리거나 현지 생산법인을 통해 부품을 조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협력이익공유제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협력이익공유제는 기업이 이익 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기업과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라며 “정부가 이 제도를 강제한다고 해서 유의미한 이익 공유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이익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대기업 안팎에선 “협력기업과의 상생이 기업 문화로 깊숙이 자리 잡은 현 시점에서의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성과공유제 등을 통해 협력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으며, 협력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12년 4월 성과공유 확인제가 도입된 이후 성과공유제를 시행하는 대기업도 대폭 늘었다. 2018년 9월 기준 6360개에 달하는 협력기업이 지원을 받았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포스코의 누적 성과 보상 규모는 약 5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성과공유확인제는 성과공유제 확산추진본부가 대기업의 성과 공유 활동을 확인하고 공유 활동 결과를 동반성장지수에 반영하는 제도다.
 “경쟁·원가절감 등 기초경제 논리에 안 맞아” 비판
대기업이 협력기업뿐만 아니라 거래가 없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에도 나서고 있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 중인 ‘자상한 기업’이 대표적이다. 자상한 기업은 보유 기술과 인프라 등을 중소기업·소상공인과 공유해 자발적으로 상생 협력하는 기업을 말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8월 5일 기준 16개 기업이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약 1년간 자상한 기업을 선정한 결과,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모범 상생 사례도 나오고 있다.

1호 자상한 기업인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진출 지원뿐만 아니라 237개 시장의 1367개 상점에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전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식재료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관련 제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네이버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동네시장 장보기 주문량은 지난해 2분기보다 12.5배 증가했으며, 6월에는 15배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자상한 기업인 신한금융그룹은 총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 사업에 지난 6월까지 680억원을 출자했다. 삼성전자는 마스크 제조업체와 진단키트 업체를 대상으로 스마트 공장 고도화를 지원했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항공 부품 중소기업 3개사에 대한 스마트 공동 사업화를 완료했다. IBK기업은행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유지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LG상사는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기존 성과공유제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협조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반(反)시장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8년 10월 서울 소재 상경계열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협력이익공유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6%가 “협력이익공유제는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로는 기업의 혁신 및 이윤추구 유인 약화(48.5%), 대기업 재산권 침해(20.7%), 경영활동의 자기부담원칙위배(18.7%), 주주 재산권 침해(11.1%) 등이 거론됐다.

재계에선 협력이익공유제를 시행하는 글로벌 기업도 없는 상황이라 국내외 기업 간 형평성 문제 등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00년부터 성과공유제를 시행 중인 도요타는 협력기업과 원가 30% 절감 운동을 공동 전개해 목표 달성 시 발생 이득을 일부 공유하고 있다. 크라이슬러 역시 협력기업과 원가 절감 목표를 세워 목표 초과분의 50%를 협력기업에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협력이익공유제처럼 대기업의 이익을 미리 산정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실현된 이익 중 일부를 공유하는 제도인 것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비 자발적 기부금 등 ‘준조세’는 지속 증가하고 있는 경영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비(非)금융 영리법인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약 161조3000억원으로 2017년(188조7000억원)보다 27조5000억원(14.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이 대가성 없이 부담하는 협의의 준조세는 약 58조3000억원에서 62조9000억원으로 8% 늘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인세를 포함해 기업이 매년 지불하는 비용은 지속 늘어나고 있지만, 소수의 일부 기업을 제외한 다수의 기업은 영업이익 감소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까지 고려하면 국내 대기업의 실적 부진이 지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협력이익공유제는 기여한 만큼의 몫을 가져가는 사회적 정의를 저해하고 경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등의 기초적인 경제 논리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며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제 성장 동력도 떨어뜨리는 정책”이라고 했다. 그는 “협력이익공유제는 국민들에게 해로운 정치적인 정책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서울시는 도시가스업체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서울시에선 이른바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9월 1일부터 도시가스 소매 공급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업체들의 초과 이익으로 공급비용이 높은 업체들의 손해를 보전하는 내용의 도시가스 소매 공급비용 개선방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한국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도매요금에 도시가스회사의 소매 공급비용을 합산해 요금을 결정하는데, 권역 내 5개 도시가스회사(서울도시가스, 예스코, 귀뚜라미에너지, 코원에너지서비스, 대륜E&S)의 공급비용을 총 평균한 단일요금 방식을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공급비용이 높은 도시가스회사의 비용으로 공급비용이 적은 회사가 적정원가 이상의 수익을 얻는 이른바 ‘교차 보조’ 문제가 누적돼 왔다는 게 서울시 측의 입장이다. 교차 보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정원가 이상의 수익을 내는 업체의 이익 중 30%를 재원으로 마련해 손해를 보는 업체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도시가스 업계 일각에선 “서울시가 사실상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이 2011년 최초로 제안한 제도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실현이익을 미리 산정해 공유하는 개념이라면,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 기업이 사전 합의된 배분 규칙에 따라 목표 초과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며 공개 비판한 제도이기도 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초과이익공유제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입법되지 못했다.

서울시 측은 도시가스 소매 공급비용 개선방안은 초과이익공유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측은 “일정 비율 이상 초과한 이윤을 공유해 비용 절감이 어려운 배관투자비, 도로점용료 등 고정비와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비용 등에 대해 적정원가를 보상받도록 해 건전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가스회사들이 총평균방식에 따른 수익 불균형 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고, 이와 관련 학술 용역을 실시한 결과에 따라 도출된 방안”이라며 “초과 이익의 30%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서울시가 정한 것이 아니라 5개 도시가스 회사의 합의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가스 업계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도시가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총평균방식은 가스배관에 대한 투자 등으로 공급비용이 증가한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투자가 적어 공급비용이 낮은 업체들 때문에 손해를 입는 방식”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두고 초과이익공유제라고 비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도시가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배관망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 등을 집행한 도시가스회사들의 경우 현재 배관망 확보 등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급비용이 낮은 것”이라며 “현재 배관투자 등으로 공급비용이 높은 특정 도시가스회사의 손해를 보전하는 것은 과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도시가스회사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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