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추석은 없다] 주저하는 ‘민족 대이동’ 달라지는 ‘코로나 한가위’
[어제의 추석은 없다] 주저하는 ‘민족 대이동’ 달라지는 ‘코로나 한가위’
열차 예매율 예년의 절반 수준… 귀성·여행 대신 “직계 가족끼리 집콕” 전남 보성군은 추석을 앞두고 지역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 고향 방문을 고민하는 출향민들에게 e메일을 통해 명절 이동 자제를 요청하고, 지역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장터인 ‘보성몰’을 홍보할 계획이다. 보성군민에게는 타지역에 거주하는 가족·친지들의 초청을 미루고, 추석 선물 및 장보기도 지역 상가에서 구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철우 보성 군수는 “코로나19가 노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인만큼 가족의 건강을 위해 명절 고향 방문을 미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대신 가족 안부를 전할 수 있도록 영상통화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9월 7일 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 추석에는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정부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 연휴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하고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조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추석 연휴 강제 이동제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적인 근거 자체가 미흡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매우 강한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추석 연휴기간 동안 철도 등 대중교통의 밀집도를 줄이고 휴게소·고향 집 등 이동하는 장소와 동선에 따른 맞춤형 생활도 적극 안내할 예정”이라며 “성묘·봉안시설·벌초 등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백화점과 마트·전통시장 등 감염확산 위험이 높은 사업장에 대한 방역관리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동 자제 권고에 따라 ‘민족 대이동’이 어려워지면서 한가위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귀성길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열차·버스 등의 이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추석 연휴 승차권을 예매한 결과 전체 좌석의 23.5%인 47만석이 팔리는 데 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전체 201만석 가운데 창가 좌석 104만석만 예매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85만석이 예매됐는데 올해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방역당국은 고속·시외버스 등을 예약할 때도 창가 좌석을 우선 이용하고, 휴게소는 짧게 머무르기를 강조했다. 고속도로 휴게시설에는 테이블 가림판을 설치하고, 좌석도 한 줄 앉기로 배치한다. 공항·철도역·터미널 등에서는 승·하차객의 동선을 분리하고, 연안여객터미널도 시설물 소독과 선박 방역을 강화한다. 명절 연휴 이동 감소를 위해 명절에 한해 무료로 운영하던 고속도로 통행료의 유료 전환도 검토 중이다.
이동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 속에 이번 추석에는 ‘가족끼리’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커머스업체 티몬이 최근 고객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번 연휴는 직계 가족끼리 보내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가족과 친척 모두 만나지 않겠다’는 응답도 18%였다. 예년처럼 가족이나 친척들과 추석을 보낼 것이라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고향을 방문하겠다고 밝힌 사람들 또한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76%가 이번 추석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휴 기간 동안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에 그쳤다.
정부가 발표한 방역대책에 따르면 가족·친척들이 여러 명 모여 성묘에 가거나 직접 벌초를 하는 대신 집에서 ‘온라인 성묘’를 하고, 벌초는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권고 된다. 성묘나 봉안시설 방문도 가급적이면 자제하거나 미루는 것을 요청했다. 묘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는 대신 9월 21일부터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추석 명절 기간을 전·후해 2주(9월 3주∼10월 3주) 동안 실내 봉안시설을 방문할 경우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봉안시설 제례실·유가족 휴게실은 폐쇄되고, 실내 음식물 섭취도 금지된다.
벌초의 경우 산림조합과 농협 등에서 제공하는 벌초 대행 서비스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농협은 전국 316개 지역농협을 활용해 통해 추석명절 때 벌초를 대행한다. 또 작업이 끝나면 고객에게 벌초 대행 전후의 사진을 발송한다. 지자체가 나서 벌초 대행 서비스를 펼치는 곳도 적지 않다. 경남 함양군은 최근 지역 내 산림조합·함양농협과 함께 ‘연합 공동벌초 작업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벌초 관리 비용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묘소 1기당 10만원 내외 수준이다. 전북 익산의 벌초 대행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귀성 자제 권고 조치 이후에 관련 문의가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그동안 해외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대행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주로 수도권에 사는 30~40대 고객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명절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장을 보러 가는 모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과 함께 시식코너 운영을 중단했다. 정부는 전통시장의 경우 정기 소독을 하도록 요청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방역점검반을 구성해 주요 전통시장 200여 곳의 방역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안전 점검을 철저하게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람이 모이는 걸 자제하는 상황에서 전통시장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다.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한 상인은 “긴 장마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려서인지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사람이 몰리는 걸 정부에서 나서서 막는데 추석이 다가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시장에 오겠느냐”고 우려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농축수산 선물 상한액을 추석 명절에 한해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일시 상향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와 태풍 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농축수산업계를 돕기 위함이다. 농축수산물에는 한우·생선·과일·화훼 등이, 농축수산가공품에는 농수산물을 원료·재료의 50%를 넘게 사용해 가공한 홍삼·젓갈·김치 등이 포함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결정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고향방문 자제, 잇따른 집중호우·태풍 등으로 피해를 입은 농축수산업계 및 유통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결정을 반겼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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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9월 7일 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 추석에는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정부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 연휴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하고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조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추석 연휴 강제 이동제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적인 근거 자체가 미흡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매우 강한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추석 연휴기간 동안 철도 등 대중교통의 밀집도를 줄이고 휴게소·고향 집 등 이동하는 장소와 동선에 따른 맞춤형 생활도 적극 안내할 예정”이라며 “성묘·봉안시설·벌초 등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백화점과 마트·전통시장 등 감염확산 위험이 높은 사업장에 대한 방역관리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성묘, 벌초 대행 서비스 각광
방역당국은 고속·시외버스 등을 예약할 때도 창가 좌석을 우선 이용하고, 휴게소는 짧게 머무르기를 강조했다. 고속도로 휴게시설에는 테이블 가림판을 설치하고, 좌석도 한 줄 앉기로 배치한다. 공항·철도역·터미널 등에서는 승·하차객의 동선을 분리하고, 연안여객터미널도 시설물 소독과 선박 방역을 강화한다. 명절 연휴 이동 감소를 위해 명절에 한해 무료로 운영하던 고속도로 통행료의 유료 전환도 검토 중이다.
이동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 속에 이번 추석에는 ‘가족끼리’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커머스업체 티몬이 최근 고객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번 연휴는 직계 가족끼리 보내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가족과 친척 모두 만나지 않겠다’는 응답도 18%였다. 예년처럼 가족이나 친척들과 추석을 보낼 것이라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고향을 방문하겠다고 밝힌 사람들 또한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76%가 이번 추석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휴 기간 동안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에 그쳤다.
정부가 발표한 방역대책에 따르면 가족·친척들이 여러 명 모여 성묘에 가거나 직접 벌초를 하는 대신 집에서 ‘온라인 성묘’를 하고, 벌초는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권고 된다. 성묘나 봉안시설 방문도 가급적이면 자제하거나 미루는 것을 요청했다. 묘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는 대신 9월 21일부터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추석 명절 기간을 전·후해 2주(9월 3주∼10월 3주) 동안 실내 봉안시설을 방문할 경우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봉안시설 제례실·유가족 휴게실은 폐쇄되고, 실내 음식물 섭취도 금지된다.
벌초의 경우 산림조합과 농협 등에서 제공하는 벌초 대행 서비스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농협은 전국 316개 지역농협을 활용해 통해 추석명절 때 벌초를 대행한다. 또 작업이 끝나면 고객에게 벌초 대행 전후의 사진을 발송한다. 지자체가 나서 벌초 대행 서비스를 펼치는 곳도 적지 않다. 경남 함양군은 최근 지역 내 산림조합·함양농협과 함께 ‘연합 공동벌초 작업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벌초 관리 비용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묘소 1기당 10만원 내외 수준이다. 전북 익산의 벌초 대행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귀성 자제 권고 조치 이후에 관련 문의가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그동안 해외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대행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주로 수도권에 사는 30~40대 고객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농가 돕기 위해 ‘김영란법’ 한도 일시 상향
안전 점검을 철저하게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람이 모이는 걸 자제하는 상황에서 전통시장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다.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한 상인은 “긴 장마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려서인지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사람이 몰리는 걸 정부에서 나서서 막는데 추석이 다가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시장에 오겠느냐”고 우려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농축수산 선물 상한액을 추석 명절에 한해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일시 상향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와 태풍 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농축수산업계를 돕기 위함이다. 농축수산물에는 한우·생선·과일·화훼 등이, 농축수산가공품에는 농수산물을 원료·재료의 50%를 넘게 사용해 가공한 홍삼·젓갈·김치 등이 포함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결정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고향방문 자제, 잇따른 집중호우·태풍 등으로 피해를 입은 농축수산업계 및 유통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결정을 반겼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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