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반규직’ 겸업은 자유지만 책임도 따라
[전문가 인터뷰 |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반규직’ 겸업은 자유지만 책임도 따라
긱 이코노미, 노동자 자율성 강화…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문제 해결해야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이 한마디로 표현되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적으로 섭외한 연주자를 ‘긱’이라고 불렀는데, 기업에서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단기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설명하는 형태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대리운전이나 배달 대행 등 노동자가 장소나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감을 받아 일하는 형태를 ‘긱 이코노미라 부른다.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의 소득, 부업에 대한 부담 완화와 플랫폼을 통한 경제활동 참여기회의 확대가 ‘반규직’과 ‘긱 이코노미’ 확대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반규직의 퇴근 후 부업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또 긱 이코노미의 문제로 지적되는 사각지대는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는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을 보호할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재원 마련 방식에서 이견을 보였다. 긱 이코노미·플랫폼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존재했다. 인터뷰는 따로 진행됐지만 동일한 질문을 던졌고 각각의 대답을 통해 좌담회 형식으로 재편집했다.
이병희 기자(이하 사회자):
배달대행, 대리운전, 유튜브 등 본업 이외의 경제활동을 하는 반규직이 늘고 있다. 겸업·겸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퇴근 이후의 시간을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볼 수 있나.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이하 김영민): 기본적으로 퇴근 이후의 시간은 노동자 개인의 것으로 봐야 한다. 회사가 강제로 규율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퇴근 이후에 운동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생활을 회사가 막지 않는다. 경제활동도 마찬가지다. 퇴근 후 유튜브 콘텐트 제작이나 배달을 한다고 회사가 규제하면 안 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권혁): 겸업을 금지했던 근로계약은 과거 대공장 시대에 생겨난 것이다. 노동자가 다음날 출근해서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사무직이 확대되면서 부업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저하되는 일이 줄었다. 회사에서도 원칙적으로는 겸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묵인하는 상황이다. 소위 말하는 ‘반규직’, 겸업이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다.
사회자:
하지만 노동자가 부업을 하면 본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겸업이나 겸직을 금지하는 회사도 있다.
권혁: 회사 입장에서 노동자가 부업 때문에 본업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데 어느 정도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민감한 정보나 비밀을 다루는 특수한 직업 등에 대해서는 겸업 금지 원칙을 따지는 일이 많다. 겸업이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직업의 종류나 업무에 따라서는 회사 허락을 받거나, 최소한 회사가 겸업에 대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김영민: 노동자가 본업을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부업을 못하게 막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이미 회사는 업무평가를 통해 노동자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본업에 소홀한 사람이 있다면 그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퇴근시간 이후는 사적인 영역이다. 부업을 하면서도 본업에서 충분히 성과를 내는 사람까지 문제 삼을 수 없지 않나. 다만 부업 때문에 회사에 직접 피해를 주거나 부당하게 돈을 버는 일은 금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증권사 애널리스트 같은 경우에 자신이 보고서를 내는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이런 취지라고 본다.
사회자:
긱 이코노미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볼 것이냐, 아니면 개인사업자로 볼 것이냐 하는 논란도 있다.
김영민: 노 동자 아니면 사업자, 0 아니면 1로 규정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긱 이코노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분야마다 어느 한쪽의 성격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지만, 두가지 성격 모두 가지고있다. 가령 배달대행 영역에서는 노동자로의 색깔이 더 진하게 나타난다. 반면 유튜버는 개인사업자의 성질이 강하다. 일기 쓰듯 취미로 하는 사람도 많다. 다만 플랫폼 알고리즘의 규율을 따른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성격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권혁: 어려운 문제다. 긱 이코노미의 특징은 ‘초단기·비종속·자율’이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 하지만 이들은 가장 단순한 형태로 노동력을 제공한다. 일하는 특성은 사업자에 가까운데 일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노동자다. 문제는 전통적인 근로계약 방식으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노동자로 규정하면 근무 시간이나 업무 등을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이 같은 관계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회사도 이들을 고용하면서 지출해야 할 비용 부담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도 보호할 수 있는 노동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자:
긱 이코노미 확대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김영민: 긱 이코노미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졌다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노동·고용 불안이 커졌다는 것은 단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긱 이코노미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부풀려졌다고 본다. 대부분의 회사는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등을 사측에서 부담한다. 하지만 대표적인 긱 이코노미 산업으로 꼽히는 플랫폼 사업은 다르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비율이 작아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취업과 실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개인 선택에 따라서 일이 늘거나 줄어들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는데, 소득이 감소했을 때 고용보험이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단점이 존재한다.
권혁: 가장 큰 장점과 단점 모두 ‘자율성’이라고 본다. 엄격한 계약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하고 고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반면 자율성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과로할 수도 있고, 라이더는 신호를 어기거나 과속하며 음식을 배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소득감소나 고용불안, 안전문제에서도 노동자의 책임이 커진다.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회자:
긱 이코노미의 확대로 고용불안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혁: 고용불안이 아니다. 고용의 종속성을 노동자 스스로 완화했다고 볼 수 있다. 회사 그만두고 자영업자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편하게 일하고 싶다는 뜻이다. 긱 이코노미는 자율성을 확대하고 개인 재량을 인정해주는 방식인데, 이런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같은 틀에서 종속적인 노동만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배달 콜 하나를 두고 경쟁하는 것처럼 노동자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이 싫어서 안정적인 근로자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근로자가 원하는 형태의 노동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김영민: 어느 한쪽이 원인이고 다른 한쪽이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플랫폼 노동이 늘어났기 때문에 고용불안이 커진 면도 있지만, 고용불안이 확대되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두 가지가 서로에게 원인이 되면서 결과로 작용한다. 짚어봐야 할 점은 플랫폼 노동자 가운데서 정말로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는 사람은 소수라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배달업이 호황이어서 몇몇 라이더들이 많은 돈을 번다는 기사도 봤다. 하루 일급을 연봉으로 확대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플랫폼 회사들이 보장하지 않는 고용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 등에 대해선 잘 다루지 않고 있다. 쉬지 않고 일을 찾아다니는 노동자들의 경쟁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자: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 이야기가 나온다.
김영민: 찬성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처럼 사회보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군마다 소득이나 근무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노사교섭을 통해 적정 임금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소득보험체계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에서는 소득이 이전보다 50% 이상 낮아지면 일정 부분 실업급여 형태로 제공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매출이나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에서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 과거 노사 대화라고 하면 사측 대표와 노조가 대화의 주체였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에서 배달업을 예로 들면 배달 플랫폼 업체가 있고, 플랫폼에 입점한 음식점주도 있다. 음식을 배달하는 노동자도 있고, 배달을 평가하는 소비자도 있다. 넓은 방식에서 어떻게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권혁: 전 국민의 생계유지를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공감대도 있다. 사각지대를 없애고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전통적인 노사관계에서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에 돈을 내라고 하면 됐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 산업에선 고용자와 피고용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회사에 세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면 납득하지 못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의 직업조합, 플랫폼 회사들의 업종조합(사용자 대표) 사이에서 합리적인 질서 구축을 위해 국가가 공정거래 시스템을 만들고 지원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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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이 한마디로 표현되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적으로 섭외한 연주자를 ‘긱’이라고 불렀는데, 기업에서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단기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설명하는 형태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대리운전이나 배달 대행 등 노동자가 장소나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감을 받아 일하는 형태를 ‘긱 이코노미라 부른다.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의 소득, 부업에 대한 부담 완화와 플랫폼을 통한 경제활동 참여기회의 확대가 ‘반규직’과 ‘긱 이코노미’ 확대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반규직의 퇴근 후 부업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또 긱 이코노미의 문제로 지적되는 사각지대는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는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을 보호할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재원 마련 방식에서 이견을 보였다. 긱 이코노미·플랫폼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존재했다. 인터뷰는 따로 진행됐지만 동일한 질문을 던졌고 각각의 대답을 통해 좌담회 형식으로 재편집했다.
이병희 기자(이하 사회자):
배달대행, 대리운전, 유튜브 등 본업 이외의 경제활동을 하는 반규직이 늘고 있다. 겸업·겸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퇴근 이후의 시간을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볼 수 있나.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이하 김영민): 기본적으로 퇴근 이후의 시간은 노동자 개인의 것으로 봐야 한다. 회사가 강제로 규율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퇴근 이후에 운동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생활을 회사가 막지 않는다. 경제활동도 마찬가지다. 퇴근 후 유튜브 콘텐트 제작이나 배달을 한다고 회사가 규제하면 안 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권혁): 겸업을 금지했던 근로계약은 과거 대공장 시대에 생겨난 것이다. 노동자가 다음날 출근해서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사무직이 확대되면서 부업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저하되는 일이 줄었다. 회사에서도 원칙적으로는 겸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묵인하는 상황이다. 소위 말하는 ‘반규직’, 겸업이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다.
긱 이코노미, 노동자와 사업자 성격 동시에 지녀
사회자:
하지만 노동자가 부업을 하면 본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겸업이나 겸직을 금지하는 회사도 있다.
권혁: 회사 입장에서 노동자가 부업 때문에 본업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데 어느 정도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민감한 정보나 비밀을 다루는 특수한 직업 등에 대해서는 겸업 금지 원칙을 따지는 일이 많다. 겸업이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직업의 종류나 업무에 따라서는 회사 허락을 받거나, 최소한 회사가 겸업에 대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김영민: 노동자가 본업을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부업을 못하게 막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이미 회사는 업무평가를 통해 노동자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본업에 소홀한 사람이 있다면 그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퇴근시간 이후는 사적인 영역이다. 부업을 하면서도 본업에서 충분히 성과를 내는 사람까지 문제 삼을 수 없지 않나. 다만 부업 때문에 회사에 직접 피해를 주거나 부당하게 돈을 버는 일은 금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증권사 애널리스트 같은 경우에 자신이 보고서를 내는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이런 취지라고 본다.
사회자:
긱 이코노미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볼 것이냐, 아니면 개인사업자로 볼 것이냐 하는 논란도 있다.
김영민: 노 동자 아니면 사업자, 0 아니면 1로 규정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긱 이코노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분야마다 어느 한쪽의 성격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지만, 두가지 성격 모두 가지고있다. 가령 배달대행 영역에서는 노동자로의 색깔이 더 진하게 나타난다. 반면 유튜버는 개인사업자의 성질이 강하다. 일기 쓰듯 취미로 하는 사람도 많다. 다만 플랫폼 알고리즘의 규율을 따른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성격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권혁: 어려운 문제다. 긱 이코노미의 특징은 ‘초단기·비종속·자율’이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 하지만 이들은 가장 단순한 형태로 노동력을 제공한다. 일하는 특성은 사업자에 가까운데 일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노동자다. 문제는 전통적인 근로계약 방식으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노동자로 규정하면 근무 시간이나 업무 등을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이 같은 관계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회사도 이들을 고용하면서 지출해야 할 비용 부담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도 보호할 수 있는 노동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자:
긱 이코노미 확대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김영민: 긱 이코노미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졌다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노동·고용 불안이 커졌다는 것은 단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긱 이코노미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부풀려졌다고 본다. 대부분의 회사는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등을 사측에서 부담한다. 하지만 대표적인 긱 이코노미 산업으로 꼽히는 플랫폼 사업은 다르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비율이 작아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취업과 실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개인 선택에 따라서 일이 늘거나 줄어들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는데, 소득이 감소했을 때 고용보험이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단점이 존재한다.
권혁: 가장 큰 장점과 단점 모두 ‘자율성’이라고 본다. 엄격한 계약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하고 고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반면 자율성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과로할 수도 있고, 라이더는 신호를 어기거나 과속하며 음식을 배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소득감소나 고용불안, 안전문제에서도 노동자의 책임이 커진다.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율성 확대, 고용불안 우려 함께 늘어
사회자:
긱 이코노미의 확대로 고용불안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혁: 고용불안이 아니다. 고용의 종속성을 노동자 스스로 완화했다고 볼 수 있다. 회사 그만두고 자영업자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편하게 일하고 싶다는 뜻이다. 긱 이코노미는 자율성을 확대하고 개인 재량을 인정해주는 방식인데, 이런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같은 틀에서 종속적인 노동만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배달 콜 하나를 두고 경쟁하는 것처럼 노동자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이 싫어서 안정적인 근로자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근로자가 원하는 형태의 노동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김영민: 어느 한쪽이 원인이고 다른 한쪽이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플랫폼 노동이 늘어났기 때문에 고용불안이 커진 면도 있지만, 고용불안이 확대되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두 가지가 서로에게 원인이 되면서 결과로 작용한다. 짚어봐야 할 점은 플랫폼 노동자 가운데서 정말로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는 사람은 소수라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배달업이 호황이어서 몇몇 라이더들이 많은 돈을 번다는 기사도 봤다. 하루 일급을 연봉으로 확대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플랫폼 회사들이 보장하지 않는 고용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 등에 대해선 잘 다루지 않고 있다. 쉬지 않고 일을 찾아다니는 노동자들의 경쟁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자: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 이야기가 나온다.
김영민: 찬성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처럼 사회보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군마다 소득이나 근무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노사교섭을 통해 적정 임금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소득보험체계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에서는 소득이 이전보다 50% 이상 낮아지면 일정 부분 실업급여 형태로 제공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매출이나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에서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 과거 노사 대화라고 하면 사측 대표와 노조가 대화의 주체였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에서 배달업을 예로 들면 배달 플랫폼 업체가 있고, 플랫폼에 입점한 음식점주도 있다. 음식을 배달하는 노동자도 있고, 배달을 평가하는 소비자도 있다. 넓은 방식에서 어떻게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권혁: 전 국민의 생계유지를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공감대도 있다. 사각지대를 없애고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전통적인 노사관계에서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에 돈을 내라고 하면 됐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 산업에선 고용자와 피고용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회사에 세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면 납득하지 못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의 직업조합, 플랫폼 회사들의 업종조합(사용자 대표) 사이에서 합리적인 질서 구축을 위해 국가가 공정거래 시스템을 만들고 지원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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