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빅브라더’ 앱마켓 플랫폼]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침에 긴장하는 앱 생태계
[2020년의 ‘빅브라더’ 앱마켓 플랫폼]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침에 긴장하는 앱 생태계
스마트폰 OS 시장 지배력만큼 높아진 ‘통행세’ 우려 #1. “앱 스토어들이 20년 전보다 훨씬 더 높은 장벽과 무시무시한 관문을 만들어 놨다. 문지기를 통과하기 위해서 수익의 30%를 내는 경우도 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겸 최고법무책임자는 지난 6월 앱 마켓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약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운영체제(OS) 시장 내 지배력을 활용해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상황을 빗댄 발언이다.
#2. “2020이 1984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에 동참해 달라.” 지난 8월 14일, 세계 1위 1인칭슈팅(FPS)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유통사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조지 오웰의 저서 [1984]를 내포하고 있는 내용의 캠페인 광고를 내놨다. 이 광고는 지난 1984년 애플이 IBM을 ‘빅브라더’로 묘사했던 맥킨토시 광고를 패러디했다. 에픽게임즈의 호소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등이 잇따라 지지 선언을 내놨다.
국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각종 플랫폼 업체들도 상위 포식자에게는 속수무책이다. 국내 대표 종합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모두에게 애플과 구글은 상위 포식자로 여겨진다. 이들 상위 포식자는 무소불위의 시장 지배력을 발판으로 ‘통행세’를 걷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앱의 결제 경로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통행세’를 걷고 있다. 악명이 높은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자사 앱 마켓 플랫폼인 ‘앱 스토어’에 입점한 모든 앱을 대상으로 ‘인앱 결제’ 방식을 강제해 수수료 30%를 거둬왔다. 인앱 결제는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콘텐트나 서비스 등을 구매할 때 OS 업체가 자사의 앱 마켓을 통한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는 결제 방식이다.
애플의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사실상 ‘iOS’에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은 지속돼 왔다.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가는 결제대행업체(PG사)들이 통상 2~3%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고 네이버페이 수수료 1.4% 가량에 비해서도 20배나 높은 수준이다.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 역시 최근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2021년 8월부터 빌링 라이브러리 버전3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사실상 ‘인앱 결제’가 모든 앱으로 확대된다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구글은 그 동안 게임 앱에서만 인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했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모두 이미 30%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국내 기업들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어마어마하다. 이태희 국민대 교수(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규모 4조9200억원 중 글로벌 플랫폼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비중이 1조4700억원가량”이라고 추정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인앱 결제를 강제하기 시작하면 애플보다 파장이 훨씬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배나 많아서다. IT통계 전문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의 76.5%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iOS는 23.4%다.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미 모든 앱에서 인앱 결제를 적용하고 있는 애플 ‘앱 스토어’에서는 동일한 앱에서 결제할 때 안드로이드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앱 마켓 플랫폼 사업자의 수수료 정책에 맞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음원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는 앱스토어 수수료 징수가 명백한 독점 행위라며 유럽연합(EU)에 애플을 제소했다. 애플 역시 자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뮤직’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경쟁사에게 30%나 되는 수수료를 물린다는 것은 시장 지배력을 악용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캠페인 광고로 애플을 비판한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해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애플에게 지급할 수수료만큼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결정이다. 실제로 에픽게임즈는 자사의 자체 결제 경로를 선택한 고객들에게 종전 대비 20% 할인된 가격을 제시했다. 그러자 애플은 에픽게임즈가 자체 결제 정책을 실시한 당일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다. 에픽게임즈 역시 소송으로 맞섰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이 정면 충돌하면서 불똥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튀었다. 에픽게임즈가 모바일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언리얼 엔진을 제공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이 에픽게임즈의 모든 앱 다운로드를 차단하면서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기 어려워졌고 앱스토어에 입점해 있는 자사 게임을 업데이트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애플이 에픽게임즈의 모든 앱을 차단한 것은 게임 개발자에게도 타격을 준다’는 내용을 법원에 전달하며 애플을 비판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는 일단 개발자 프로그램 해지 중단과 관련한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였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애플과 구글을 대상으로 전세계적인 반독점 조사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지만 앱 개발사들은 당장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독점 조사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수수료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더구나 글로벌 기업인 애플과 구글에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에게는 더더욱 인내심이 요구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일단 구글의 정책 변경과 관련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업체들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채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의 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글로벌 기업 사례에서는 조사 과정만 2~3년이 걸린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 조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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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20이 1984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에 동참해 달라.” 지난 8월 14일, 세계 1위 1인칭슈팅(FPS)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유통사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조지 오웰의 저서 [1984]를 내포하고 있는 내용의 캠페인 광고를 내놨다. 이 광고는 지난 1984년 애플이 IBM을 ‘빅브라더’로 묘사했던 맥킨토시 광고를 패러디했다. 에픽게임즈의 호소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등이 잇따라 지지 선언을 내놨다.
국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각종 플랫폼 업체들도 상위 포식자에게는 속수무책이다. 국내 대표 종합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모두에게 애플과 구글은 상위 포식자로 여겨진다. 이들 상위 포식자는 무소불위의 시장 지배력을 발판으로 ‘통행세’를 걷고 있다.
비난받는 양대 앱 마켓 수수료 정책
애플의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사실상 ‘iOS’에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은 지속돼 왔다.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가는 결제대행업체(PG사)들이 통상 2~3%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고 네이버페이 수수료 1.4% 가량에 비해서도 20배나 높은 수준이다.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 역시 최근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2021년 8월부터 빌링 라이브러리 버전3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사실상 ‘인앱 결제’가 모든 앱으로 확대된다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구글은 그 동안 게임 앱에서만 인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했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모두 이미 30%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국내 기업들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어마어마하다. 이태희 국민대 교수(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규모 4조9200억원 중 글로벌 플랫폼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비중이 1조4700억원가량”이라고 추정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인앱 결제를 강제하기 시작하면 애플보다 파장이 훨씬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배나 많아서다. IT통계 전문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의 76.5%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iOS는 23.4%다.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미 모든 앱에서 인앱 결제를 적용하고 있는 애플 ‘앱 스토어’에서는 동일한 앱에서 결제할 때 안드로이드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앱 마켓 플랫폼 사업자의 수수료 정책에 맞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음원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는 앱스토어 수수료 징수가 명백한 독점 행위라며 유럽연합(EU)에 애플을 제소했다. 애플 역시 자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뮤직’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경쟁사에게 30%나 되는 수수료를 물린다는 것은 시장 지배력을 악용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캠페인 광고로 애플을 비판한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해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애플에게 지급할 수수료만큼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결정이다. 실제로 에픽게임즈는 자사의 자체 결제 경로를 선택한 고객들에게 종전 대비 20% 할인된 가격을 제시했다. 그러자 애플은 에픽게임즈가 자체 결제 정책을 실시한 당일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다. 에픽게임즈 역시 소송으로 맞섰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이 정면 충돌하면서 불똥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튀었다. 에픽게임즈가 모바일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언리얼 엔진을 제공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이 에픽게임즈의 모든 앱 다운로드를 차단하면서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기 어려워졌고 앱스토어에 입점해 있는 자사 게임을 업데이트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애플이 에픽게임즈의 모든 앱을 차단한 것은 게임 개발자에게도 타격을 준다’는 내용을 법원에 전달하며 애플을 비판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는 일단 개발자 프로그램 해지 중단과 관련한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였다.
앱 생태계 지배자에 반독점조사 필요성 부상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일단 구글의 정책 변경과 관련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업체들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채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의 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글로벌 기업 사례에서는 조사 과정만 2~3년이 걸린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 조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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