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 개혁도 규제도 못 한다?
‘공정경제 3법’ 개혁도 규제도 못 한다?
반쪽짜리 입법 비판에 경영권 침해 비판 겹쳐… 정부안 후퇴 재벌개혁을 골자로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상법 개정안,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의감독에관한법률(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은 재계와 함께 공정경제 3법을 ‘기업규제 3법’이라 부르며 입법 무산을 예고했지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도 없이 반대표만 던졌다. ‘3%룰’이 기존 정부안보다 후퇴했고, 전속고발권 폐지가 무산된 게 공정경제 3법 모두 가결로 이어졌다. 그러나 반쪽 입법이라는 한쪽의 지적과, 경영권 침해라는 경영권 비판이 모두 쏟아지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냐 기업규제 3법이냐의 핵심 쟁점이었던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가장 먼저 통과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제한하기로 했던 기존 정부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개별 3%’로 조정됐기 때문이다. 3%룰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기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의결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의장)는 재계 반발이 이어지며 여당이 물러났다.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40년 만의 전부 개정안도 통과됐다. 당초 사회적 피해가 큰 가격·입찰 담합(경성담합)에 한해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것이 정부안에 들어갔으나 국회 논의에서 빠졌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경제 관련 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한 제한인데, 폐지 시 “음해성 고소·고발이 남발,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재계 우려가 반영됐다. 대신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배 수준으로 올라가게 됐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자산 규모, 영위 업종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해 대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집단 전체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사를 2개 이상 운영하면서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이 대상이다. 현재 삼성,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 6곳이 적용을 받는다. 금융기업집단은 집단 차원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위한 정책과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명령할 수도 있어 재계는 이중 규제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경제(기업규제) 3법 통과는 그러나 ‘재벌개혁 후퇴’, 기업 경영권 침해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 겸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법이 논의 과정에서 너무 약화해 상당히 실망했다”며 “상법 3% 룰 완화와 전속고발권 폐지를 없던 일로 한 것은 대통령 공약 위반이며 더불어민주당의 친재벌적 색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내용으로 기업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법”이라며 “기업이 국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데 경영권 규제로 창업 의욕마저 꺾고 있다”고 했다.
- 배동주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정경제 3법이냐 기업규제 3법이냐의 핵심 쟁점이었던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가장 먼저 통과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제한하기로 했던 기존 정부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개별 3%’로 조정됐기 때문이다. 3%룰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기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의결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의장)는 재계 반발이 이어지며 여당이 물러났다.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40년 만의 전부 개정안도 통과됐다. 당초 사회적 피해가 큰 가격·입찰 담합(경성담합)에 한해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것이 정부안에 들어갔으나 국회 논의에서 빠졌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경제 관련 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한 제한인데, 폐지 시 “음해성 고소·고발이 남발,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재계 우려가 반영됐다. 대신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배 수준으로 올라가게 됐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자산 규모, 영위 업종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해 대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집단 전체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사를 2개 이상 운영하면서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이 대상이다. 현재 삼성,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 6곳이 적용을 받는다. 금융기업집단은 집단 차원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위한 정책과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명령할 수도 있어 재계는 이중 규제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경제(기업규제) 3법 통과는 그러나 ‘재벌개혁 후퇴’, 기업 경영권 침해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 겸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법이 논의 과정에서 너무 약화해 상당히 실망했다”며 “상법 3% 룰 완화와 전속고발권 폐지를 없던 일로 한 것은 대통령 공약 위반이며 더불어민주당의 친재벌적 색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내용으로 기업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법”이라며 “기업이 국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데 경영권 규제로 창업 의욕마저 꺾고 있다”고 했다.
- 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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