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27) 인플레이션이 코앞에 다가왔을까?] 인플레이션 논쟁과 성장주의 수난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27) 인플레이션이 코앞에 다가왔을까?] 인플레이션 논쟁과 성장주의 수난
현재 물가 수준 인플레이션 단계 아닌 듯…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때
1. 현재의 물가 수준을 보면 인플레이션 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 물가가 뛰면 투자 매력이 낮아져 증시 같은 자산시장의 버블이 꺼질 수 있으니 투자자들이 미리부터 물가의 선행 지표인 장기 시장금리를 보며 불안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2. 단순하게 금리 인상으로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남보다 한 발짝 앞서 내다보며 위험을 인지하고 투자 포인트를 찾아 미리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미국 장기채 가격의 급등과 인플레이션 논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미국 국채 금리와 주식시장이 밀고 당기기 중이다. 장기 시장금리(채권 수익률)가 너무 빨리 뛰는 것을 시장이 걱정하는 양상이다. 시장 금리 상승이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상화로 미래의 물가가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크게 상승했던 미국 주요 테크 기업의 주가가 시장금리 상승으로 하락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 투자 수익률이 낮아진다. 예를 들어 주식, 채권 투자로 받는 배당이나 이자가 투자금의 연 5%인데 물가가 연 10% 오르면 실제 수익률은 –5%가 된다. 물가 상승기에는 금융자산이 아니라 금, 부동산처럼 공급이 제한돼 있어서 물가가 오를 때 가격이 같이 오르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올해 들어 한껏 오른 국내 성장주를 산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인플레이션이 임박한 시기의 이야기일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3월 들어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임박했다면서 주식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매우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면서 어떤 피난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월가가 인플레이션 복귀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상당히 두려운 발언이다. 저성장, 저물가라는 국제 경제의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가 덮쳤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낮추고 중앙정부는 예산을 푸는 등 정책 수단이 총동원됐다. 이제 정반대로 최근 백신 개발, 유가 상승과 경기 회복 기대감이 고조되며 올해 경제의 화두가 인플레이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문득 잊고 있던 인플레이션의 역사 현장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도 요즘 정말 물가가 오를 것 같아서 장기 시장금리가 먼저 뛰기 시작한 건지 묻고 싶어진다. 1970년대 물가가 급등했을 때와 지금이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당시 미국 중앙은행은 가혹할 정도로 정책금리를 끌어올려 경제를 정상화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리는 언제나 중앙은행의 중요 목표다. 미국 주식시장이 아주 어두웠던 2018년 가을로 돌아가 보자.
그해는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당시 통상 금리 인상 속도는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서와 점도표(dot plot)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FOMC 참가자의 금리전망치의 중앙값으로 그 변화를 감지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특정 시기까지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 제시하는 것이다. FOMC는 회의 후 성명서와 함께, 점도표를 제시하고 기자 회견을 하기도 하는데 성명서만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이 금리를 당시 4번으로 인상하는 것으로 확신하게 된 것은 3월 금리 전망 중앙값이 2.215%였으나 이후 6월 2.375%로 제시하면서부터였다. 당시 2019년 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도 상향 조정된바, 3월 2.875%였으나 2019년 말 금리 중앙값은 3.125%로 조정되었다. 이후, 그해 9월, 11월 성명서는 이를 재차 확인했다. 과거와 달리 그해는 점도표가 정확하게 금리 인상 횟수를 정확히 추정했다. 그해 겨울은 주식 시장에서 아주 어두웠던 분기로 기억된다. 그 와중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문제가 도사렸다.
당시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선제안내)가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중앙은행이 미래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는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중 하나다. 그 효과는 신뢰성 확보에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당 기간 미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이용하여 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신호를 경제주체에 전달하여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했다. 연준은 고용률 등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고 금리 지속 기간 정보까지 제공했다.
물론 당시 포워드 가이던스는 민간이 맹목적으로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향후 금리를 판단하는 문제점을 노출한다는 날 선 비판도 마주했다. 경제 여건이 변하면 금리를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하나 시장의 과잉반응, 신뢰성 훼손 등을 우려하여 정책 대응이 지연될 소지는 충분히 있었다. 월가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은행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정책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를 쓰지 말도록 촉구했다. 금리 움직임은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에 본질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것인데, 포워드가이던스는 마치 금리 방향과 수준이 미리 정해진 것처럼 비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8년 당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후 시장은 연준의 12월 포워드 가이던스 변경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상당수 연준 멤버들은 중립(neutral)금리 수준을 3%로 제시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로 경제를 너무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게 하는 금리 수준이다. 미 금리가 중립 수준에 도달하면 연준은 물가 급등이나 경기 둔화에 따라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나 당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중립 금리를 상회할 것이라는 설도 상당수 있었다. 파월 의장은 2018년 10월 “기준(정책) 금리가 여전히 중립금리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발언해 향후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당시 FOMC는 미 경제가 건전한 취업률(48년 최저)과 낮은 실업률, 건실한 소비와 2% 상당 물가 상승으로 견조함을 보인다는 입장이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기업투자가 약하고 주택시장은 주춤한 것으로 인식했다. 물론 세간에는 제로 금리 시기와 달리 금리 정책 정상화로 선명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앞섰다. 그해 미 CNN은 9년간 장기 성장한 미국 주식시장에서 4분기를 2011년 이후 주식시장에서 가장 어두운 분기로 보도했다. 당시 관점에서 1928년 이후 S&P 기준으로 4분기에 10% 이상 주가 하락 횟수는 10번이었는데 2018년 12.14일 기준 11% 하락한 상황에서 변동성이 일상화된 것으로 보도했다.
당시 달러 인덱스는 안전자산 심리 강화로 18개월 최고를 기록했고, 세계 경제 둔화 우려를 반영하여 유가 등 원자재가격은 하락하는 상황으로 미국 경제만 호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달러 인덱스는 6개국 통화인 유로(57.6%), 일본 엔(13.6%), 영국 파운드(11.9%), 캐나다 달러(9.1%), 스웨덴 크로네(4.2%), 스위스 프랑(3.6%)에 대한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최근 공급 요인에 의해 상승한 유가의 안정이 경제의 기초를 반영한 것인지 되물어 볼 충분한 이유가 있겠다. 미국은 이후 오히려 경기둔화를 우려해 금리를 인하하였고 코로나 19 와중에 일시적 주가 하락을 경험한 시기를 제외하고 전염병 대유행 속에서 과잉 공급된 유동성과 주요 테크 기업의 높은 실적으로 주식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자산시장의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은 이미 도래한 것이라고 본다. 인플레이션이란 것이 화폐가치의 하락이란 관점이라면 높아진 유동성과 그로 인한 높은 부동산 가격, 주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 등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자산 인플레이션을 살펴보자.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가계의 실질소득은 2009년에서 2018년까지 10년간 5% 상승에 그쳤으며, 현금의 가치는 23%, 금리는 1/5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대도시 주택가격은 50% 상승하였다.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아마존 주식은 40여 배, 애플 주가는 20여 배 상승했다.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계의 자산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장래의 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의 실물경제를 보면서 우리가 당장 인플레이션이 코앞에 닥쳤다고 할 수 있을까? 2018년 같은 주가 하락이 이번에도 재현될 것인가? 현재의 물가 수준을 보면 인플레이션 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 물가가 뛰면 투자 매력이 낮아져 증시 같은 자산시장의 버블이 꺼질 수 있으니 투자자들이 미리부터 물가의 선행 지표인 장기 시장금리를 보며 불안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 상황 등을 감안하였을 때 실물 경제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말하기엔 너무 이른 상황이다. 물론 현재의 시장금리 변화가 정말 물가 상승 전망을 반영한 것이든 아니든, 어쨌든 중요한 것은 물가의 움직임이다. 물가가 치솟을 거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몇 가지 살펴보자.
코로나19 국면을 겪으며 시중에 풀린 돈이 ‘진짜’로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은 위기가 닥치자 단기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끌어내리고, 장기 시장금리도 같이 낮추기 위해 금융기관이 보유한 만기가 긴 국채는 사들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위기가 터지자 중앙정부가 재정정책을 필두로 직접 예산으로 시중에 돈을 뿌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르게 이번엔 ‘진짜’ 인플레이션이 올 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혹자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일부러 방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인데, 코로나로 급감한 일자리가 다시 정상화하기 전까지 정책금리 인상 같은 정책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2000년대 일본의 정책 실패도 중요한 교훈을 안겨준다. 당시 일본은 경기와 물가가 반짝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섣불리 정책금리를 올렸다가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했다고 평가된다. 물가가 오르면 정부 재정이 자동으로 건전해 보이는 효과도 있다.
물가가 오르면 명목 가격을 반영한 국내총생산(GDP)도 당연히 커진다. 그럼 정부의 재정 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도 분모가 커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물가 급등을 예상하는 마지막 이유는 세계 경제의 환경 변화다.
지금까지의 낮은 물가는 중국과 동구권의 저렴한 노동자가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며 각종 재화의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도 동구권도 고령화가 진행되며 일할 사람이 줄고 그만큼 노동자의 협상력은 올라가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지금처럼 실업자와 유휴 설비가 많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말하는 것은 상당히 섣부르다.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이 돈 풀고, 중앙정부도 같이 돈 풀었지만 인플레이션의 ‘인’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노동인구 감소도 잘 생각해보면 물가 하락 요인에 가깝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돈 벌어서 소비할 사람이 감소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소비가 줄면 기업도 투자와 채용을 줄인다. 결국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진짜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저성장과 저물가로 대표되는 일본식 불황이라는 주장도 등장한다. 시중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요동쳤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3월 4일 연 1.54% 선을 넘어서자 다우·S&P500·나스닥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조정장에서 투자자는 어떤 종목을 사고팔아야 할까.
월가에서는 금리가 상승할 때는 가치주와 실적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반면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성장주는 팔 때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말에는 금리가 1.7%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밸류에이션이 낮은 ‘가치주’는 현금흐름의 무게중심이 가까운 시점에 있다. 빨리 이득을 내서 투자금 회수도 빠르다.
반면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는 현금흐름의 중심이 먼 미래에 있음으로 듀레이션(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다. 향후 큰 이득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이득을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채권과 마찬가지로 금리 상승기에는 듀레이션이 짧은 가치주의 가격이 덜 하락하고, 듀레이션이 긴 성장주는 더 많이 하락한다. 금리와 성장주간에 그런 상관관계가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겠다. 미국시간으로 3월 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30포인트(0.1%) 상승한 3만1832.74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64.66포인트(3.69%) 폭등한 13,073.82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은 2019년 11월 이후 약 넉 달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는 약 4.3% 폭등하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가격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성장주의 대표주 테슬라는 주당 900달러대에서 500달러대로 급락했으나 이날은 약 20% 상승했다. 시장은 미 국채금리 동향과 신규 부양책 등을 주시했다.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그동안 금리 상승 부담에 하락했던 기술주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장중 1.6%를 넘었던 데서 이날 1.5%대 중반으로 내렸다.
이쯤에서 중요한 것은 채권시장의 수급 아닐까? 금리 움직임의 상당 부분이 이미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는 추가적인 채권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금리가 안정된다면 2018년 같은 정책 금리 인상이 없다면 주가의 큰 하락 폭은 조금은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즈음에서 파월의 이야기를 되새겨 보자. 파월 의장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나오고 정부가 재정정책을 동원하면서 2% 물가 상승과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목표 달성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믿을 이유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연준은 고용시장이 완전고용 상태에 부합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올봄에 물가가 오르더라도 우리는 인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그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미국 연방 정부와 연준은 각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조처를 필사적으로 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가 급등한 것과 관련해 “금리상승이 눈길을 끄나, 문제가 있는 움직임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급등한 성장주는 문제이지만 금리 수준 이상으로 실적이 상승하는 성장주는 단지 성장주란 이유로 저울질을 달리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성장주 가치주란 잣대가 실적 앞에서 무의미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모든 성장주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도 옥석은 구분하여야 하며 소위 말하는 경기 민감주나 가치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3월 10일(현지시각)으로 미 하원은 이날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부양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엔 성인 1인당 최대 14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방 실업수당 추가 지원, 코로나19 검사 및 백신 프로그램 지원, 학교 대면 수업 재개 지원 등도 포함돼 있다. 10일 미국 뉴욕증시가 미국의 물가 지표 선방, 신규 부양책 타결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46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04%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미국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상황이 오히려 연출되고 있고, 일부 대현 기술주의 약세가 상대적으로 부진해 보일 뿐이다. 누군가는 크게 보면 우리는 과거 확장의 시대로 금리 인상 구간을 약 40년간 살아왔고, 이후 수축의 시대로 금리 인하 구간을 약 40년 동안 살아왔다고 한다. 1940년부터 1980년까지는 인플레이션 시기로 금리 인상 구간이었다.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약 40년 동안 기술 발전에 따른 수요대비 공급확대로 디플레이션 시기로 금리 인하시기를 살았다고 한다. 포괄적 흐름의 시기를 그렇게 구분하면서 이제 미래를 이야기해보자.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연준은 일시적 물가 상승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에 위안을 얻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금리 상승으로 실물경제까지 충격을 받으면 연준은 장기 국채를 매입해 자금을 시장에 주입할 것이다. 유가가 일시적으로 올라왔다고 물가가 지속 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미국에는 여전히 1000만명의 실업자가 있다. 지금 누가 이 상황에서 임금 상승에 의한 지속가능한 물가 상승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일시적인 채권시장의 수급 불안정으로 채권 금리가 급등한 것이라면 진성 인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본다.
사람에 따라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물가가 2% 내외로 적당히 오르고 경기와 일자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최상의 경로다. 둘째, 글로벌 일본화다. 셋째, 일부에서 우려하는 197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로의 회귀다. 임금도 뛰고, 물가도 뛰고, 금리도 뛰고, 부채 폭탄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위협이 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을 보더라도 세 번째 가능성은 커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경제는 어떤가? 국내 시장의 특징은 제조업종의 대기업이 투자 대신 저축을 늘리며 은행이 금고에 쌓인 돈을 가계에 듬뿍 빌려줬다는 점이다. 가계는 이렇게 빌린 돈을 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투자한 자산 가격이 오르며 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돈의 총량이 커지는 신용 창출 효과가 극대화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둘 다 있다. 우선 이자 마진이 커지는 건 좋다. 은행은 언제든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수시 입출금식 예금을 주로 굴리는데, 이런 예금은 시장금리가 오른다고 같이 상승하지 않는다. 반면 장기 시장금리가 오르면 예를 들어 10년 만기 국채와 연동해 매달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인상분을 바로 반영한다. 대출 금리(수입)는 빨리 오르고 예금 금리(비용)는 제자리이니 은행은 이익을 본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올라서 돈 못 갚는 사람이 많아지면 손실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2-3년 부동산과 주식을 가지고 있었나 없었나에 따라 부의 축적 수준이 달랐다. 앞으로도 그럴까? 단순하게 금리 인상으로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남보다 한 발짝 앞서 내다보며 위험을 인지하고 투자 포인트를 찾아 미리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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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의 물가 수준을 보면 인플레이션 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 물가가 뛰면 투자 매력이 낮아져 증시 같은 자산시장의 버블이 꺼질 수 있으니 투자자들이 미리부터 물가의 선행 지표인 장기 시장금리를 보며 불안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2. 단순하게 금리 인상으로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남보다 한 발짝 앞서 내다보며 위험을 인지하고 투자 포인트를 찾아 미리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미국 장기채 가격의 급등과 인플레이션 논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미국 국채 금리와 주식시장이 밀고 당기기 중이다. 장기 시장금리(채권 수익률)가 너무 빨리 뛰는 것을 시장이 걱정하는 양상이다. 시장 금리 상승이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상화로 미래의 물가가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크게 상승했던 미국 주요 테크 기업의 주가가 시장금리 상승으로 하락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 투자 수익률이 낮아진다. 예를 들어 주식, 채권 투자로 받는 배당이나 이자가 투자금의 연 5%인데 물가가 연 10% 오르면 실제 수익률은 –5%가 된다. 물가 상승기에는 금융자산이 아니라 금, 부동산처럼 공급이 제한돼 있어서 물가가 오를 때 가격이 같이 오르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올해 들어 한껏 오른 국내 성장주를 산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인플레이션이 임박한 시기의 이야기일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3월 들어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임박했다면서 주식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매우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면서 어떤 피난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월가가 인플레이션 복귀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상당히 두려운 발언이다. 저성장, 저물가라는 국제 경제의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가 덮쳤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낮추고 중앙정부는 예산을 푸는 등 정책 수단이 총동원됐다. 이제 정반대로 최근 백신 개발, 유가 상승과 경기 회복 기대감이 고조되며 올해 경제의 화두가 인플레이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문득 잊고 있던 인플레이션의 역사 현장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도 요즘 정말 물가가 오를 것 같아서 장기 시장금리가 먼저 뛰기 시작한 건지 묻고 싶어진다. 1970년대 물가가 급등했을 때와 지금이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당시 미국 중앙은행은 가혹할 정도로 정책금리를 끌어올려 경제를 정상화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리는 언제나 중앙은행의 중요 목표다.
2018년 가장 어두웠던 분기를 회상하며
그해는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당시 통상 금리 인상 속도는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서와 점도표(dot plot)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FOMC 참가자의 금리전망치의 중앙값으로 그 변화를 감지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특정 시기까지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 제시하는 것이다. FOMC는 회의 후 성명서와 함께, 점도표를 제시하고 기자 회견을 하기도 하는데 성명서만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이 금리를 당시 4번으로 인상하는 것으로 확신하게 된 것은 3월 금리 전망 중앙값이 2.215%였으나 이후 6월 2.375%로 제시하면서부터였다. 당시 2019년 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도 상향 조정된바, 3월 2.875%였으나 2019년 말 금리 중앙값은 3.125%로 조정되었다. 이후, 그해 9월, 11월 성명서는 이를 재차 확인했다. 과거와 달리 그해는 점도표가 정확하게 금리 인상 횟수를 정확히 추정했다. 그해 겨울은 주식 시장에서 아주 어두웠던 분기로 기억된다. 그 와중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문제가 도사렸다.
당시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선제안내)가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중앙은행이 미래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는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중 하나다. 그 효과는 신뢰성 확보에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당 기간 미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이용하여 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신호를 경제주체에 전달하여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했다. 연준은 고용률 등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고 금리 지속 기간 정보까지 제공했다.
물론 당시 포워드 가이던스는 민간이 맹목적으로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향후 금리를 판단하는 문제점을 노출한다는 날 선 비판도 마주했다. 경제 여건이 변하면 금리를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하나 시장의 과잉반응, 신뢰성 훼손 등을 우려하여 정책 대응이 지연될 소지는 충분히 있었다. 월가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은행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정책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를 쓰지 말도록 촉구했다. 금리 움직임은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에 본질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것인데, 포워드가이던스는 마치 금리 방향과 수준이 미리 정해진 것처럼 비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8년 당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후 시장은 연준의 12월 포워드 가이던스 변경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상당수 연준 멤버들은 중립(neutral)금리 수준을 3%로 제시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로 경제를 너무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게 하는 금리 수준이다. 미 금리가 중립 수준에 도달하면 연준은 물가 급등이나 경기 둔화에 따라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나 당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중립 금리를 상회할 것이라는 설도 상당수 있었다. 파월 의장은 2018년 10월 “기준(정책) 금리가 여전히 중립금리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발언해 향후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당시 FOMC는 미 경제가 건전한 취업률(48년 최저)과 낮은 실업률, 건실한 소비와 2% 상당 물가 상승으로 견조함을 보인다는 입장이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기업투자가 약하고 주택시장은 주춤한 것으로 인식했다. 물론 세간에는 제로 금리 시기와 달리 금리 정책 정상화로 선명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앞섰다. 그해 미 CNN은 9년간 장기 성장한 미국 주식시장에서 4분기를 2011년 이후 주식시장에서 가장 어두운 분기로 보도했다. 당시 관점에서 1928년 이후 S&P 기준으로 4분기에 10% 이상 주가 하락 횟수는 10번이었는데 2018년 12.14일 기준 11% 하락한 상황에서 변동성이 일상화된 것으로 보도했다.
당시 달러 인덱스는 안전자산 심리 강화로 18개월 최고를 기록했고, 세계 경제 둔화 우려를 반영하여 유가 등 원자재가격은 하락하는 상황으로 미국 경제만 호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달러 인덱스는 6개국 통화인 유로(57.6%), 일본 엔(13.6%), 영국 파운드(11.9%), 캐나다 달러(9.1%), 스웨덴 크로네(4.2%), 스위스 프랑(3.6%)에 대한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최근 공급 요인에 의해 상승한 유가의 안정이 경제의 기초를 반영한 것인지 되물어 볼 충분한 이유가 있겠다. 미국은 이후 오히려 경기둔화를 우려해 금리를 인하하였고 코로나 19 와중에 일시적 주가 하락을 경험한 시기를 제외하고 전염병 대유행 속에서 과잉 공급된 유동성과 주요 테크 기업의 높은 실적으로 주식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미국의 자산 인플레이션을 살펴보자.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가계의 실질소득은 2009년에서 2018년까지 10년간 5% 상승에 그쳤으며, 현금의 가치는 23%, 금리는 1/5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대도시 주택가격은 50% 상승하였다.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아마존 주식은 40여 배, 애플 주가는 20여 배 상승했다.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계의 자산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장래의 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의 실물경제를 보면서 우리가 당장 인플레이션이 코앞에 닥쳤다고 할 수 있을까? 2018년 같은 주가 하락이 이번에도 재현될 것인가? 현재의 물가 수준을 보면 인플레이션 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 물가가 뛰면 투자 매력이 낮아져 증시 같은 자산시장의 버블이 꺼질 수 있으니 투자자들이 미리부터 물가의 선행 지표인 장기 시장금리를 보며 불안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 상황 등을 감안하였을 때 실물 경제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말하기엔 너무 이른 상황이다. 물론 현재의 시장금리 변화가 정말 물가 상승 전망을 반영한 것이든 아니든, 어쨌든 중요한 것은 물가의 움직임이다. 물가가 치솟을 거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몇 가지 살펴보자.
코로나19 국면을 겪으며 시중에 풀린 돈이 ‘진짜’로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은 위기가 닥치자 단기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끌어내리고, 장기 시장금리도 같이 낮추기 위해 금융기관이 보유한 만기가 긴 국채는 사들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위기가 터지자 중앙정부가 재정정책을 필두로 직접 예산으로 시중에 돈을 뿌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르게 이번엔 ‘진짜’ 인플레이션이 올 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혹자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일부러 방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인데, 코로나로 급감한 일자리가 다시 정상화하기 전까지 정책금리 인상 같은 정책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2000년대 일본의 정책 실패도 중요한 교훈을 안겨준다. 당시 일본은 경기와 물가가 반짝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섣불리 정책금리를 올렸다가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했다고 평가된다. 물가가 오르면 정부 재정이 자동으로 건전해 보이는 효과도 있다.
물가가 오르면 명목 가격을 반영한 국내총생산(GDP)도 당연히 커진다. 그럼 정부의 재정 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도 분모가 커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물가 급등을 예상하는 마지막 이유는 세계 경제의 환경 변화다.
지금까지의 낮은 물가는 중국과 동구권의 저렴한 노동자가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며 각종 재화의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도 동구권도 고령화가 진행되며 일할 사람이 줄고 그만큼 노동자의 협상력은 올라가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지금처럼 실업자와 유휴 설비가 많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말하는 것은 상당히 섣부르다.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이 돈 풀고, 중앙정부도 같이 돈 풀었지만 인플레이션의 ‘인’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노동인구 감소도 잘 생각해보면 물가 하락 요인에 가깝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돈 벌어서 소비할 사람이 감소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소비가 줄면 기업도 투자와 채용을 줄인다. 결국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진짜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저성장과 저물가로 대표되는 일본식 불황이라는 주장도 등장한다.
다시 되돌아 보아야 할 것들
월가에서는 금리가 상승할 때는 가치주와 실적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반면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성장주는 팔 때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말에는 금리가 1.7%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밸류에이션이 낮은 ‘가치주’는 현금흐름의 무게중심이 가까운 시점에 있다. 빨리 이득을 내서 투자금 회수도 빠르다.
반면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는 현금흐름의 중심이 먼 미래에 있음으로 듀레이션(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다. 향후 큰 이득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이득을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채권과 마찬가지로 금리 상승기에는 듀레이션이 짧은 가치주의 가격이 덜 하락하고, 듀레이션이 긴 성장주는 더 많이 하락한다. 금리와 성장주간에 그런 상관관계가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겠다. 미국시간으로 3월 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30포인트(0.1%) 상승한 3만1832.74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64.66포인트(3.69%) 폭등한 13,073.82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은 2019년 11월 이후 약 넉 달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는 약 4.3% 폭등하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가격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성장주의 대표주 테슬라는 주당 900달러대에서 500달러대로 급락했으나 이날은 약 20% 상승했다. 시장은 미 국채금리 동향과 신규 부양책 등을 주시했다.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그동안 금리 상승 부담에 하락했던 기술주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장중 1.6%를 넘었던 데서 이날 1.5%대 중반으로 내렸다.
이쯤에서 중요한 것은 채권시장의 수급 아닐까? 금리 움직임의 상당 부분이 이미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는 추가적인 채권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금리가 안정된다면 2018년 같은 정책 금리 인상이 없다면 주가의 큰 하락 폭은 조금은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즈음에서 파월의 이야기를 되새겨 보자. 파월 의장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나오고 정부가 재정정책을 동원하면서 2% 물가 상승과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목표 달성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믿을 이유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연준은 고용시장이 완전고용 상태에 부합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올봄에 물가가 오르더라도 우리는 인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그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미국 연방 정부와 연준은 각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조처를 필사적으로 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가 급등한 것과 관련해 “금리상승이 눈길을 끄나, 문제가 있는 움직임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급등한 성장주는 문제이지만 금리 수준 이상으로 실적이 상승하는 성장주는 단지 성장주란 이유로 저울질을 달리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성장주 가치주란 잣대가 실적 앞에서 무의미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모든 성장주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도 옥석은 구분하여야 하며 소위 말하는 경기 민감주나 가치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3월 10일(현지시각)으로 미 하원은 이날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부양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엔 성인 1인당 최대 14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방 실업수당 추가 지원, 코로나19 검사 및 백신 프로그램 지원, 학교 대면 수업 재개 지원 등도 포함돼 있다. 10일 미국 뉴욕증시가 미국의 물가 지표 선방, 신규 부양책 타결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46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04%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미국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상황이 오히려 연출되고 있고, 일부 대현 기술주의 약세가 상대적으로 부진해 보일 뿐이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연준은 일시적 물가 상승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에 위안을 얻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금리 상승으로 실물경제까지 충격을 받으면 연준은 장기 국채를 매입해 자금을 시장에 주입할 것이다. 유가가 일시적으로 올라왔다고 물가가 지속 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미국에는 여전히 1000만명의 실업자가 있다. 지금 누가 이 상황에서 임금 상승에 의한 지속가능한 물가 상승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일시적인 채권시장의 수급 불안정으로 채권 금리가 급등한 것이라면 진성 인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본다.
사람에 따라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물가가 2% 내외로 적당히 오르고 경기와 일자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최상의 경로다. 둘째, 글로벌 일본화다. 셋째, 일부에서 우려하는 197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로의 회귀다. 임금도 뛰고, 물가도 뛰고, 금리도 뛰고, 부채 폭탄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위협이 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을 보더라도 세 번째 가능성은 커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경제는 어떤가? 국내 시장의 특징은 제조업종의 대기업이 투자 대신 저축을 늘리며 은행이 금고에 쌓인 돈을 가계에 듬뿍 빌려줬다는 점이다. 가계는 이렇게 빌린 돈을 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투자한 자산 가격이 오르며 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돈의 총량이 커지는 신용 창출 효과가 극대화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둘 다 있다. 우선 이자 마진이 커지는 건 좋다. 은행은 언제든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수시 입출금식 예금을 주로 굴리는데, 이런 예금은 시장금리가 오른다고 같이 상승하지 않는다. 반면 장기 시장금리가 오르면 예를 들어 10년 만기 국채와 연동해 매달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인상분을 바로 반영한다. 대출 금리(수입)는 빨리 오르고 예금 금리(비용)는 제자리이니 은행은 이익을 본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올라서 돈 못 갚는 사람이 많아지면 손실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2-3년 부동산과 주식을 가지고 있었나 없었나에 따라 부의 축적 수준이 달랐다. 앞으로도 그럴까? 단순하게 금리 인상으로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남보다 한 발짝 앞서 내다보며 위험을 인지하고 투자 포인트를 찾아 미리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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