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유통단계엔 '통행세'가 있다?]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택배 사이에 존재하는 롯데상사 역할 묘해
[롯데그룹 유통단계엔 '통행세'가 있다?]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택배 사이에 존재하는 롯데상사 역할 묘해
매출 70%가 롯데쇼핑 등 관계사에서 나와… ‘계열사 끼워넣기’ 지적도 #1. ‘고객 거주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으로 택배 배송이 불가합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1일 네이버쇼핑을 통해 쌀과 휴지 등 생필품을 주문했다. 그러나 하루 뒤 롯데상사로부터 쌀 주문을 취소하라는 문자통보를 받았다. 대체 배송 방법이나, 배송 대기 등 다른 선택지 없는 일방적인 주문 취소 요구에 항의했지만, 롯데상사 측에서는 롯데택배에서 배송불가 지역으로 통보받았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설명만 내놨다. 배송을 맡은 롯데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난 2월 23일부터 해당 지역을 배송불가 지역으로 설정했는데도 사전 안내가 없었던 이유 역시 롯데상사에는 권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쇼핑을 통해 주문을 받은 곳은 롯데하이마트이기 때문에 주문과 관련해 조정할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다.
#2. “쌀 한 포대 팔아봐야 500원 남습니다.”
유한킴벌리 직영몰에 주문했던 휴지는 롯데택배를 통해 정상적으로 배송된 것을 확인한 A씨는 롯데상사에 항의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해당상품의 판매 구조에서 이윤이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주문 취소가 불가피한 점을 설명했다. 해당 상품은 네이버쇼핑을 통해 롯데하이마트에 입점한 롯데상사가 지역농협에 주문을 전달해 롯데택배를 통해 배송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통신판매중개를 맡은 롯데하이마트와 상품의 확보를 맡은 지역농협, 배송을 맡은 롯데택배와 달리 중간에 끼어들어간 롯데상사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항의하자 담당자는 이윤이 적은 상품이라는 점을 어필했다. ‘유통 명가 롯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온라인쇼핑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신세계·쿠팡 등은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반면, 롯데그룹은 계열사간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등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그룹의 모태’인 유통사업의 경쟁력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온라인사업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제품의 주문부터 재고 확보, 배송까지 각 단계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자체 배송과 직매입을 통해 시장을 흔들어놓은 쿠팡 덕분에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는 경쟁이 어려운 탓이다. 예전처럼 상품의 기획과 재고 확보, 배송, 주문 관리 등을 서로 다른 회사가 담당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최종 배송까지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품의 입고, 재고관리, 분류, 배송 등 상품이 고객에게 도착하는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풀필먼트센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2020년 기준 국내 풀필먼트 시장 규모를 약 1조8800억원, 2022년에는 2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을 강화 중인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 네이버는 유통 공룡 이마트와 동맹을 맺었다. 지난 3월 9일 네이버와 이마트는 2500억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기로 하고 조만간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지분 교환으로 피를 섞으면, 양사의 협업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이마트가 운영 중인 SSG닷컴을 활용한 배송시스템 도입으로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더구나 네이버는 지난 2020년 10월에도 CJ그룹 계열사와의 지분교환을 단행한 바 있어 CJ대한통운과의 협업도 구상하고 있다.
이렇게 그룹 내에 온라인 플랫폼과 유통 및 배송업체가 없는 회사들이 어떻게든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 속에서 롯데그룹은 다른 곳보다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룹 계열사 내에 이미 다양한 유통채널과 배송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 환경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룹 계열사가 담당하는 상품은 배송이 불가능한 반면,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타사 상품은 정상적으로 배송되는 등 오히려 ‘남보다 못한 친척’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롯데택배는 지난 2020년 6월에도 배송을 두고 거짓말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19를 핑계로 배송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적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택배 파업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그룹 계열사 간의 소통이 이처럼 원활하지 않은 이유로는 지배구조가 꼽힌다. 최근 수년간 롯데그룹의 핵심 관심사는 유통사업이 아닌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었다는 지적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은 최대한 유통 단계를 줄이려 노력하는 동안 롯데그룹에서는 아직도 계열사가 끼어들어 유통 구조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 중에서 롯데그룹처럼 중간에 계열사를 끼워 넣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다. 이마트는 자체 구매 조직에서 곡물의 수급을 담당하고 있다. 쿠팡은 구매는 물론 자체 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배송까지 담당한다. 롯데하이마트나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등 유통채널과 지역농협 사이에 롯데상사가 끼어드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롯데상사는 과거에도 통행세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는 곳이다. 주로 그룹 내의 농·축·수산물 및 식품 원료, 생활용품 등의 공급업체와 그룹 내 유통채널 사이에서 공급계약을 맺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관계사 매출이 롯데상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상장사기 때문에 아직 롯데상사의 2020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연 매출 5457억원 가운데 76%에 이르는 4159억원이 롯데그룹내 계열사들과 거래에서 발생했다. 롯데상사의 주요주주는 그룹 지배구자 상단에 위치한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등으로 각각 지분 41.37%, 34.64%를 들고 있다.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회사들이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가 유통사간의 거래에 끼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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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1일 네이버쇼핑을 통해 쌀과 휴지 등 생필품을 주문했다. 그러나 하루 뒤 롯데상사로부터 쌀 주문을 취소하라는 문자통보를 받았다. 대체 배송 방법이나, 배송 대기 등 다른 선택지 없는 일방적인 주문 취소 요구에 항의했지만, 롯데상사 측에서는 롯데택배에서 배송불가 지역으로 통보받았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설명만 내놨다. 배송을 맡은 롯데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난 2월 23일부터 해당 지역을 배송불가 지역으로 설정했는데도 사전 안내가 없었던 이유 역시 롯데상사에는 권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쇼핑을 통해 주문을 받은 곳은 롯데하이마트이기 때문에 주문과 관련해 조정할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다.
#2. “쌀 한 포대 팔아봐야 500원 남습니다.”
유한킴벌리 직영몰에 주문했던 휴지는 롯데택배를 통해 정상적으로 배송된 것을 확인한 A씨는 롯데상사에 항의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해당상품의 판매 구조에서 이윤이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주문 취소가 불가피한 점을 설명했다. 해당 상품은 네이버쇼핑을 통해 롯데하이마트에 입점한 롯데상사가 지역농협에 주문을 전달해 롯데택배를 통해 배송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통신판매중개를 맡은 롯데하이마트와 상품의 확보를 맡은 지역농협, 배송을 맡은 롯데택배와 달리 중간에 끼어들어간 롯데상사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항의하자 담당자는 이윤이 적은 상품이라는 점을 어필했다.
‘남보다 못한 친척’ 롯데 계열사간 ‘불통(不通)’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온라인사업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제품의 주문부터 재고 확보, 배송까지 각 단계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자체 배송과 직매입을 통해 시장을 흔들어놓은 쿠팡 덕분에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는 경쟁이 어려운 탓이다. 예전처럼 상품의 기획과 재고 확보, 배송, 주문 관리 등을 서로 다른 회사가 담당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최종 배송까지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품의 입고, 재고관리, 분류, 배송 등 상품이 고객에게 도착하는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풀필먼트센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2020년 기준 국내 풀필먼트 시장 규모를 약 1조8800억원, 2022년에는 2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을 강화 중인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 네이버는 유통 공룡 이마트와 동맹을 맺었다. 지난 3월 9일 네이버와 이마트는 2500억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기로 하고 조만간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지분 교환으로 피를 섞으면, 양사의 협업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이마트가 운영 중인 SSG닷컴을 활용한 배송시스템 도입으로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더구나 네이버는 지난 2020년 10월에도 CJ그룹 계열사와의 지분교환을 단행한 바 있어 CJ대한통운과의 협업도 구상하고 있다.
이렇게 그룹 내에 온라인 플랫폼과 유통 및 배송업체가 없는 회사들이 어떻게든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 속에서 롯데그룹은 다른 곳보다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룹 계열사 내에 이미 다양한 유통채널과 배송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 환경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룹 계열사가 담당하는 상품은 배송이 불가능한 반면,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타사 상품은 정상적으로 배송되는 등 오히려 ‘남보다 못한 친척’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롯데택배는 지난 2020년 6월에도 배송을 두고 거짓말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19를 핑계로 배송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적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택배 파업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그룹 계열사 간의 소통이 이처럼 원활하지 않은 이유로는 지배구조가 꼽힌다. 최근 수년간 롯데그룹의 핵심 관심사는 유통사업이 아닌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었다는 지적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은 최대한 유통 단계를 줄이려 노력하는 동안 롯데그룹에서는 아직도 계열사가 끼어들어 유통 구조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 중에서 롯데그룹처럼 중간에 계열사를 끼워 넣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다. 이마트는 자체 구매 조직에서 곡물의 수급을 담당하고 있다. 쿠팡은 구매는 물론 자체 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배송까지 담당한다. 롯데하이마트나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등 유통채널과 지역농협 사이에 롯데상사가 끼어드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배구조 상단의 롯데지주·호텔롯데가 대주주
비상장사기 때문에 아직 롯데상사의 2020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연 매출 5457억원 가운데 76%에 이르는 4159억원이 롯데그룹내 계열사들과 거래에서 발생했다. 롯데상사의 주요주주는 그룹 지배구자 상단에 위치한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등으로 각각 지분 41.37%, 34.64%를 들고 있다.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회사들이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가 유통사간의 거래에 끼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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