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달걀 4000만개 쏟아진다…생산정보는 ‘비공개’
정부가 23일 급등한 달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달 중 달걀 4000만개를 수입한다고 밝혔다. 당초 2500만개를 수입하기로 한데서 1500만개를 추가한 것이다. 정부는 6월 중엔 산란계 숫자가 정상 회복될 것으로 보고, 그 전까지 수입을 통해 수급 불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또 수입 달걀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수입 절차도 개선한다.
이번에 유통되는 수입 달걀은 전량 미국산으로 ‘미국산 식품용란 수입위생조건’에 따른 수입 검역조건과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식약처)’에 따른 수입 위생요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수출국의 위생검사를 통과한 달걀이다. 과거 최소 3개월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적 없고, 생산농장 반경 10㎞ 내 수출 전 2개월간 뉴캐슬병(닭에 발생하는 전염병의 일종)도 없어야 한다. 또한 생산농장은 수출국 정부가 관리하는 가금발전계획(NPIP)에 참여해야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신선란 공매입찰을 통해 수입업체를 선정하고, 업체는 위 조건에 충족하는 농장의 달걀을 가져온다. 대부분 항공편으로 들어오는데, 국내 규정에 맞게 난각에 산란일과 사육방식을 구분한 번호를 새기고, 포장 작업을 거쳐 시중에 유통한다. 이때 국내산에는 생산자고유번호가 추가로 들어가는 반면 수입산은 5자리 숫자가 전부다.
이 때문에 수입산은 현지 농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산 달걀은 생산·유통 과정에 산란일자 표기, 세척달걀 10℃ 이하 유통, 연 2회 이상 안전성 검사 등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한다. 하지만 수입 달걀은 수출국의 생산기반시설이나 위생관리 수준, 안전성 검사 등과 관련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양계업계 한 종사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달걀의 경우 어느 지역 농장에서 누가 생산한지 알 수 있도록 고유번호가 부여되는데 해외 농장 정보는 알 길이 없다”며 “산란일도 수입업체가 현지에서 확인 후 들여와 국내 포장업체가 새기는 거라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관계자는 “2016~7년에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도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수입 달걀을 들여왔는데 당시에는 해외 농장 방문 등 현지 실사에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농장 방문이 어려웠던 것으로 아는데 수입 절차는 오히려 그때보다 간소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T 측은 “2017년 당시 현지 방문해 충분히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거친 농장을 위주로 수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배송된 후에도 검역과 식품검사 등 통관 전 충분한 사전조치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덥고 습한 ‘태국산’도 유통기한은 국내산과 동일
수출국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달걀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지난 2월에는 태국산 달걀 100만개가 국내에 들어오기도 했다. 이 수입 업체는 과거 AI 발생으로 달걀 부족현상이 일어났을 때도 태국산 달걀을 들여온 적이 있다. 태국에서 배로 달걀을 가져올 경우 운송기간만 20일이 소요된다. 국내와 다른 고온다습한 기후 조건 등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그러나 유통기한은 국내산과 동일한 45일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 국내의 달걀 유통기한은 법적 기준이 없다. 일반적인 달걀 유통기한은 상온에서 보관·유통하는 경우 산란일로부터 30일, 냉장 보관·유통하는 경우 40∼45일이다. 세척달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냉장유통을 의무화하고 유통기한을 45일로 권장하고 있다. aT 측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수입 달걀은 대부분 미국산으로 보면 된다”면서도 “수급 상황에 따라 타 국가에서도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aT가 제공하는 가격정보에 따르면 중품 특란 기준 가격은 한 판(30알)에 평균 7380원(4월 27일 기준)이다. AI 확산으로 인해 설 연휴 직후 최고가를 찍은 후 하락 추세이나 여전히 평년(5397원) 대비 2000원 가량 비싸다. 역대 최고치인 2월 15일 가격(7821원)과도 큰 차이가 없다. 연초부터 수입 달걀 물량을 시중에 풀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산 달걀 가격은 떨어질 줄 모른다.
달걀 가격 안정화 시점은 “추석 이후에나”
수입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달걀을 국내에 들여오는 원가가 한 판에 만원 정돈데, 이를 aT가 받아 4450원에 도매업체에 푼다”며 “소비자가격은 주로 5000원대 수준인데 국내산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달걀 가격이 안정화되는 시점을 올 추석께로 내다본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살처분 후 이제 막 입추에 들어간 병아리가 산란계로 성장해 달걀을 생산하기까지 최소 4~5개월이 걸린다”며 “AI 발생 때마다 수입 달걀을 빨리 들여오는데 급급하기에 앞서 농가의 수익보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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