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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움츠릴 때 공격적 출점 ‘깜짝 실적’…정지선 ‘뚝심경영’ 통했다

현대백화점,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36% 증가
매출 6832억원으로 52% 신장하며 ‘어닝서프라이즈’
“백화점‧면세점 등 신규매장 출점이 실적 견인”

 
 
7일 오후 서울 광희동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제품에 달러로 표기된 가격표만 아니면 여느 백화점 매장과 다르지 않았다. 넓은 매장을 지키는 점원 수가 손님 수보다 많아보였다.  
 
건물 6층부터 13층까지 이어진 면세점에는 300여 개가 넘는 브랜드가 들어섰다. 그러나 손님이 드문드문 보이는 곳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12층뿐이었다. 국내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 매장의 점원은 “주말에도 비슷한 분위기”라며 “손님이 많진 않지만 중국인 고객이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3% 증가했다고 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832억원으로 52% 신장했다. 당기순이익은 558억원으로 133.8%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가 부진한 상황에서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과 면세점 등 신규매장 출점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동대문 두타몰에 시내 면세점을 오픈했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던 두타 면세점 자리를 인수한 것. 현대백화점은 2019년 11월 시내면세점 입찰 당시 유일하게 인수전에 참여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사업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보따리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던 때였다. 
 

‘면세 빅3’ 포기한 자리에 들어가 코로나 사태에 오픈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면세 빅3(롯데·신라·신세계)’마저 뛰어들지 않을 때 현대백화점이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보유했지만 단일 점포인 탓에 운영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대백화점은 동대문점을 확보해 원가 경쟁력과 구매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무역센터점의 적자 폭이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손실 위험도 적지 않았다. 동대문-명동 상권을 중심으로 20~30대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한다는 계획 역시 인근에 면세점을 보유한 호텔신라와 신세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2월 개점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우여곡절 끝에 단독 입찰에 성공했지만 오픈 시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2월.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연이어 진출하며 면세사업을 확장했다. 현대백화점이 입점한 1터미널 DF7(패션·기타) 구역은 원래 신세계면세점이 있던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 구역은 현대를 포함해 롯데·신라·신세계 등 4개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곳”이라며 “현대백화점은 후발주자로서 인천공항 진출을 위해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 면세사업을 확대하는 현대백화점을 두고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 속에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협력업체 등의 피해를 고려해 개점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예정대로 개점했다”며 “어려운 시점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신규 점포를 확보하면서 기존보다 매입단가를 낮추고, 교섭력을 끌어올려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신규 점포 3곳에서 순매출 370억원 기록

 

면세점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데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도 신규 출점을 계속하는 등 공격 경영을 멈추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한 49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0억원으로 122.3%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면세점 두 곳 외에도 대전점(6월)과 스페이스원(11월) 등 프리미엄아웃렛 2개 점포를 추가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은 올 2월에는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개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1분기 순매출액 중 7.4% 가량에 해당하는 370억원을 이 세 곳의 신규 점포에서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에 개점한 더현대 서울.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특히 더현대 서울이 개점 한달 동안 올린 매출만 1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현대백화점이 밝힌 연 매출액 목표(6300억원)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업계가 2010년대 초반부터 신규 출점은커녕 점포 수를 지속적으로 줄인 것과 달리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이 오픈 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1조 매출’을 달성한데 이어 여의도점까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더현대 서울이 자리한 여의도는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해 업계 사이에서 ‘유통 무덤’으로 불리던 입지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두고 ‘더현대 서울 효과’라고 할 만큼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지만 여의도점이 들어선 파크원이 2016년 입점 공고를 낼 때만 하더라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시 신세계가 라이벌로 거론됐지만 비슷한 시기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임차운영사업자 입찰에서 신세계프라퍼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파크원 입찰을 포기했다.
 

코엑스몰 입찰 포기하고 들어간 여의도 파크원 ‘대박’

 
현대백화점 역시 애경그룹 등과 함께 코엑스몰 쟁탈전에 뛰어들었지만 막판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파크원에 단독 입찰한 덕분에 더현대 서울은 임차기간 최대 20년으로 장기 계약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연 임차료 역시 300억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더현대 서울은 12m 높이의 인공폭포와 3300㎡(1000평) 규모의 정원 등 전체 영업면적의 절반 가량을 휴게공간으로 꾸며 화제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이 임차료에 대한 부담이 적은 만큼 내부 인테리어에 힘을 줬다”며 “인테리어로 차별화한 덕분에 이를 구경하기 위한 내점객이 늘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현대백화점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하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엔 상대적으로 힘을 뺀 모습이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유통업계의 촉각은 모두 온라인 시장에 곤두섰다. 이때문에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롯데온과 쓱닷컴을 필두로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에서 직원이 신선식품 등을 새벽배송 전용 배송 박스에 담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반면 현대백화점은 자체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긴 했지만 그밖에 온라인 몰에 대한 확대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투홈 외에 더현대닷컴·더한섬닷컴·H몰 등의 계열사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온라인몰의 외형 확장보다는 차별화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위기에도 기조에 따라 움직이는 정지선 회장의 ‘뚝심경영’이 오히려 코로나19와 같은 큰 위기에 빛을 발했다”며 “이커머스 시장 역시 과열 양상에 합류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 방식을 고수하며 M&A 등을 통해 차별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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