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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후 MRO 관리나선 대한항공, 아시아나 새 날개 ‘A350’ 운명은

2025년까지 30대 도입 목표였지만… 내년까지 도입 잠정 중단
통합 후 엔진 정비 어려워… 계약 취소 가능성도

 
 
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주력기종으로 점찍은 A350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나리오가 제기된 이후 아시아나는 A350 도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기단의 MRO(유지보수) 사업을 맡기 시작하며 대한항공에서 MRO가 불가능한 A350 시리즈의 도입 계획이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진다.
 
17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 회사는 차세대 주력 기종으로 점찍은 A350 시리즈의 도입을 잠정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올해 들여올 계획인 A350 기재는 없고, 내년에도 신규도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연도별 세부 도입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2025년까지 30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앞서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13대의 A350-900 기종을 도입했다. 하지만 202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A350 기종 도입은 멈춰 선 상태다. 특히 아시아나는 당초 지난해부터 A350-1000 기종 도입을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현재까지 A350-1000은 단 한 대도 인도되지 않았다.
 
A350 기재 도입이 지연되는 원인은 글로벌 항공업황 악화에 따른 것이란 게 아시아나항공 측의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A350 도입 지연과 관련해 “코로나19 때문에 운항을 못하는 상황에서 기재 도입에 따른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며 “30대 도입 계획 자체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의 A350 기재 도입 지연이 대한항공과의 통합 진행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항공 MRO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항공업계에 미친 악영향은 지난해부터 지속돼 왔는데, 아시아나는 작년에도 3대의 A350을 도입했다”며 “올해부터 시작된 아시아나의 A350 도입 지연은 대한항공과의 통합 추진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이런 추정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A350 도입 일정 변경은 코로나 장기화 등 국내외 이슈를 감안한 당사 자체 판단으로 결정된 사항으로, 대한항공의 인수합병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과 A350의 도입 지연을 연관짓는 이유는 MRO 사업이 항공통합 최대 이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간 MRO 사업과 관련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RO 사업을 분리‧통합해 통합법인이 출범한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기도 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MRO 사업을 회사 내부조직으로 운영할 예정임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며 “중장기적으로 엔진정비, 부품정비 등의 고효율·고부가가치 사업분야 정비능력을 개발하고, 시설을 확충해 해외 유출 물량을 국내 자체정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의 MRO 사업이 내부조직으로 운영될 경우 현실적으로 국내 자체정비로 가져올 수 있는 MRO 물량은 피인수대상인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의 기재들이다. 대한항공이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PW4090엔진 22대에 대한 정비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런 기조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B777기(9기)에 탑재된 엔진(18개)과 예비용으로 보유한 4개의 엔진의 정비를 5년 동안 대한항공의 정비사업부가 맡는 다는 게 해당 계약의 골자다.
 
지난 5월 12일(수) 오후 서울시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PW4090엔진 정비계약 체결식 행사가 열렸다. 이수근 대한항공 operation 부문 부사장(왼쪽)과 진종섭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오른쪽)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한항공]
엔진정비는 항공MRO의 다양한 분야 중 가장 핵심으로 손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항공사들이 들인 총 정비비는 2조7621억원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1조4518억원이 엔진정비 비용이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2008년 주력기종으로 낙점한 A350이다. 대한항공이 정비능력을 키워 A350의 엔진을 정비할 수 있다면 문제가 적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A350에는 롤스로이스 엔진만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엔진은 반드시 롤스로이스의 정비고, 혹은 롤스로이스의 인증을 받은 정비고에서만 정비를 행할 수 있어 자체 MRO를 수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대한항공이 차세대 기단을 A350이 아닌 B787 라인업으로 꾸리고 있는 것도 A350의 엔진 정비를 자체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업계에선 바라본다.  
 
현재 대한항공은 플랫앤휘트니(PW)의 PW4000-94 시리즈, PW4000-100 시리즈, PW4000-112 시리즈, PW1500G 시리즈와 제네럴일렉트릭(GE)의 GE90 시리즈, CFM인터내셔널(GE-사프란 합작사)의 CFM56-7 시리즈, 엔진얼라이언스(GE-PW 합작사)의 GP7200 시리즈 등의 정비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롤스로이스 엔진에 대한 정비 능력은 갖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A350 도입을 잠정 중단한 상태인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진행에 따라 향후 A350 인도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 MRO 업계 관계자는 “통합 후 대한항공의 판단에 따라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남은 A350 주문을 취소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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