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취임 3년, LG가 변했다①] 선택‧집중‧결단 '3色 리더십', 시총 55조 증가
구광모 취임 후 모바일 접고 신사업에 4조 투자
전장·배터리 수익성 가시화…'구광모 호' 4년차, 빨라진 혁신
혁신은 과감해졌고, 결단은 빨라졌다. 취임 3주년을 맞은 구광모 LG 회장이 이끈 LG의 변화다.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40대’ 총수에 올랐던 구 회장은 보수적이었던 LG를 뿌리부터 바꿨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고 전장과 로봇, AI에 투자하며 기업 전반에 걸친 체질개선을 지휘했다.
기업 외형 역시 급성장했다. 2018년 구 회장 취임일 당시 93조6000억원이던 LG그룹 시가총액은 6월 16일 기준 148조8275억원으로 3년 만에 55조 넘게 불어났다.
'돈 안 되는' 10개 사업 정리, 성장 사업엔 4조 이상 투자
보수적인 의사 결정을 보였던 LG는 구 회장 취임 이후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는 32건의 M&A(매각 포함)와 18건의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4건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구 회장 취임 후 LG가 매각하거나 철수한 사업만 10개에 달한다. 2019년 2월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수처리 사업을 매각했다.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OLED(2019년 4월),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2019년 12월), LG화학 편광판 사업(2020년 6월) 등도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또 MRO 사업(2019년)과 ㈜LG가 보유한 LG CNS 지분 35%(2020년)를 매각하면서 내부거래 이슈도 해소했다.
올해는 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지난 4월 구 회장은 LG전자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휴대폰 사업(MC사업부)을 철수키로 하고 5월 말 생산을 중단했다. 26년간 이어온 사업을 접는 뼈아픈 결정이었지만 LG는 휴대폰 사업 철수가 신사업 투자를 위한 미래 성장전략임을 강조했다.
LG는 사업 정비를 통해 얻은 자금을 미래와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지난 3년간 M&A와 지분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에 공개된 금액으로만 4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특히 구 회장 취임 이후 LG M&A 역사상 처음으로 ‘조 단위’ 투자가 이뤄졌다.
LG의 핵심 사업과 성장 동력 역시 변화했다. 가전·디스플레이가 핵심이던 LG는 배터리와 전장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한 달 후인 2018년 8월 LG전자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1조4392억원이다. ZKW는 고휘도 LED(발광다이오드) 주간주행 램프, 레이저 헤드램프와 같은 차세대 광원을 탑재한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사 역시 LG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캐시카우가 ‘전장’ 사업임을 보여준다. LG전자는 오는 7월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약 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의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VS사업부), 파워트레인(마그나 JV), 램프(ZKW)를 3대 축으로 전장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에는 스위스 소프트웨어 업체 룩소프트와 손잡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JV ‘알루토’도 출범한 바 있다.
이로써 LG전자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함께 텔레매틱스,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장치, 엔지니어링,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모두 개발하게 됐다. 완성차업체에 모든 부품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완성된 셈이다.
전장 분야의 성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전자의 올 1분기 텔레매틱스와 AVN(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각각 24.8%와 10.8%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자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 역시 ‘전장’ 역량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LG전자 VS(전장)사업부와 LG이노텍 전장부품 사업 매출을 합한 LG의 전장 관련 매출은 2018년 5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원으로 32%가 증가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전장 부품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P(플라스틱)-OLED 패널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 차량용 OLED 패널 시장 점유율 92.3%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LG이노텍은 올 1분기 전장부품 분야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차량용 통신 및 카메라 모듈, 정밀모터 및 센서, 배터리제어 시스템(BMS) 등 전장 부품 분야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장·배터리에 미래 걸었다...수익성 가시화
LG의 또 다른 성장축인 ‘배터리’ 역시 경쟁력 우위를 선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만 150조원에 달한다. 연간 배터리 생산 가능 규모는 120GWh(전기차 약 165만대) 수준으로, 이미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까지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함으로써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갈 계획이다.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구조를 달성했다. 매출은 2018년 6조5200억원에서 2020년 12조3600억원으로 90% 증가했고, 2019년과 2020년 각각 4500억원과 3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역대 분기 최대인 매출 4조2540억원과 영업이익 3412억원을 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IPO를 통한 자금 확보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미 2019년 GM과 각각 1조원씩을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 주에 총 3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어 2025년까지 미국 테니시주에 GM과 합작한 35GWh 규모의 제2공장을 설립하는 등 향후 미국에만 6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투입한다.
그룹의 성장 사업뿐 아니라 가전, 통신, 화학 등 LG의 주력 사업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LG그룹 8개 상장사의 매출은 2018년 대비 약 9조원이 증가한 154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7조 원대를 회복했다.
AI·자율주행 등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
구 회장은 AI와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사업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이 취임 이후 첫 현장 방문지로 택한 곳 역시 LG 미래기술의 메카인 ‘LG사이언스파크’였다. 구 회장은 당시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 중인 성장 사업과 미래 사업 분야의 융·복합 R&D 현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첫 현장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AI·로봇·바이오 등의 분야를 뒷받침할 R&D 활동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그룹 차원의 AI 연구 전담 조직인 ‘AI 연구원’을 설립했다. LG그룹의 AI 역량을 한데 모아, 그룹 내 난제들을 해결하는 AI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인재 확보와 ‘상위 1%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초거대 AI’를 개발했다. 현재까지 AI 분야의 중량급 우수 인재 100여명을 영입했고, 올해 말 150여명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2018년 미국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미래 성장의 씨앗을 발굴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LG 주요 계열사들이 4억2500만 달러(약 5000여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미래 역량 강화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만 9곳의 AI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밖에도 ‘라이드셀’, VR콘텐츠 개발 전문 기업 ‘어메이즈VR’ 등 AI, 가상현실(AR/VR), 모빌리티, 바이오, 스마트홈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AI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후발 주자에 속하는 LG는 독자적인 AI 기술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지속해 융·복합 시대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LG는 LG전자를 주축으로 AI 분야에서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AI 생태계를 확장해 간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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