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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인사이트] 로톡vs변협, 강남언니vs의협…웃는 네이버

네이버는 ‘실시간 경매’ 고집 vs 플랫폼은 '정가제'로 공략
일선 변호사‧의사 “플랫폼 사라지면 진짜 사무장들만 판칠 것”

 
 
서울 서초구 법조타운에 있는 한 빌딩 게시판. 법률 사무소 명패가 빼곡히 걸려 있다. [중앙포토]
 
변호사·의사 등 직역단체와 플랫폼 업체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법률 광고 플랫폼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와 다투는 중이다. 변협이 로톡을 불법으로 보고 규제하자, 로톡은 지난 10일 변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반격에 나섰다.  
 
미용·의료 광고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다투는 중이다. 의협은 지난해 회원들에게 강남언니를 ‘불법 알선 앱’으로 규정짓고 해당 업체와 계약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렇게 갈등이 불거질수록 조용히 웃는 곳이 있다. 네이버다. 
 
2014년 로톡, 2015년엔 강남언니가 나오면서 관련 서비스 온라인 광고 시장 파이를 나눠야 했던 터다. 더구나 법률과 미용성형은 온라인 광고 중에서도 단가가 높은 축에 든다. 이번 다툼으로 해당 플랫폼에 상처가 생기면, 네이버로선 이번 사태가 ‘손 안 대고 코 푸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변호사·의사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다른 광고 플랫폼 없이 네이버에만 기댔던 때를 좋게 기억하지 않는 분위기다. 경력이 적거나 로펌·병원을 나와 개업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들로선 감당키 어려울 만큼 높은 광고 단가 때문이다.
 

네이버 검색창 광고…클릭당 '이혼' 6만9000원, '가슴성형' 4만원

 
우선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부터 알아보자. 네이버 검색창에 ‘이혼’이라는 단어를 입력한 뒤 검색하면 첫 화면 맨 위부터 로펌 광고가 홈페이지 주소와 함께 뜬다. ‘파워링크’란 이름을 달고 10개 업체의 홈페이지 주소가 줄이어 나온다. 모두 검색 광고다. 광고 다음에야 블로그·카페 글, 지식IN, 그리고 관련 뉴스 등 검색 내용이 뒤따른다.
 
파워링크 안에 들려면 광고비를 내야 한다. 그런데 광고비가 검색어마다 다르다. 네이버가 검색어별로 파워링크 자리를 경매하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광고비를 내건 광고주가 파워링크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식이다. 또 이런 경매 입찰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데, 더 많은 광고비를 내건 광고주가 나오면 언제든 노출되는 순서가 달라진다.
 
광고비는 ‘클릭당 비용(CPC)’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사용자가 해당 광고주의 홈페이지 주소를 한번 클릭할 때마다 광고주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번 클릭으로 네이버가 가져가는 광고비는 얼마나 될까.
 
마케팅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변호사’ 검색어의 광고 가격은 2만원이었다. 가장 검색량이 많다는 ‘이혼’ 검색어는 6만9460원에 달했다. 
 
미용성형 분야도 만만찮다. ‘성형외과’는 1만원, ‘쌍꺼풀성형’은 1만4870원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검색량이 많은 ‘가슴성형’은 4만40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가격대로 한 달간 집행하자면 적어도 1000만원은 든다”고 말했다.  
 
반면 로톡은 경매가 아닌 정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총 72개 상담 분야 중 의뢰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이혼’ ‘상속’ ‘건설·부동산’ 등 7개 분야는 월 50만원, 나머지 65개 분야는 월 25만원을 받는다. 분야를 많이 선택한다고 해서 검색 결과 상단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아니다. 로톡 관계자는 “검색 결과 노출은 랜덤(무작위)하게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특정인이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방법은 있다. 사용자 상담에 성실히 답변하거나 평점이 높을 때다. 로톡은 이런 변호사들을 묶어 검색 상단에 노출한다. 이런 노출 방식은 미용·의료 광고 플랫폼인 강남언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덕분에 로톡·강남언니 회원들은 광고비를 크게 아꼈다. 지난 2015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2019년 서울 서초구에서 법률사무소를 연 A 변호사가 그렇다. A변호사가 현재 로톡에 내는 광고비는 부가세를 합쳐 110만원. 다른 플랫폼은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매달 로톡을 통해 2~3개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로톡에 따르면, 광고비를 월 100만원 미만으로 집행하는 변호사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54.3%). 월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으로 쓰는 비율도 33.3%에 달한다.  
 

네이버 “표준단가 방식 받아들이기 어려워”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표준단가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감에 출석한 한 대표. [중앙포토]
 
그런 A 씨에게 변협의 엄포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변협은 지난 5월 3일 로톡을 ‘새로운 형태의 사무장 로펌’이라고 규정하며 탈퇴하지 않는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징계는 오는 8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로톡은 헌법소원에 이어 변협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뚜렷한 활로는 없는 상태다. 징계권을 변협이 쥐고 있어서다.
 
변협이 언급한 사무장은 사실상 브로커를 뜻한다. 보통 전직 경찰이나 공무원, 보험사 직원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가져다주고, 수임료의 30% 남짓을 수수료로 챙긴다. 수완 좋은 사무장은 아예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변호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물론 변호사법상 불법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사무소를 차리거나 사건을 중개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변협은 로톡이 커질수록 변호사들이 로톡에 종속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로톡이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위해 경쟁을 부추기고, 등록 변호사는 결국 수임료를 더 낮출 수밖에 없게 된다는 논리다. 변협이 로톡을 ‘새로운 형태의 사무장 로펌’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A변호사는 변협이 대형 로펌의 시각만을 대변한다고 비판한다. A씨는 “로톡을 없앤다고 대안이 있느냐”며 “네이버 광고비를 감당 못 하는 젊은 변호사들은 결국 진짜 사무장에게 손 벌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도 광고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표준단가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당시 이종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의 “표준단가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의향이 없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한 대표는 또 “네이버의 초기 검색광고 모델은 고정단가 방식이었다”며 “하지만 최상위 위치를 사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아져 경매 방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의 경매 방식이 사용자들이 더 원하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A변호사 말에 따르면, 다수의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한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서비스를 내놓을 때 경쟁상대로 삼았던 건 네이버”라며 “왜 직역단체와 다투는 상황이 됐는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온라인 광고 플랫폼이 줄이어 사업을 접으면, 영세한 변호사·의사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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