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에 관심을 [이종우 증시 맥짚기]
긴축강화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 하락
대형주 실적 호재 재료는 이미 주가반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23년말까지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다고 얘기했다. 동시에 올해와 내년 경제 전망도 내놓았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물가 전망이다. 올해 전망치가 3.4%로 연준이 그 동안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는 주장에서 한 보 후퇴해 3%대 상승을 공식화했다. 공급 병목현상이 존재하고 그 요인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오랜만에 연준이 시장과 생각을 맞춰가는 것 같다.
연준의 발표가 있은 후 두 개의 의문이 제기됐다. 하나는 과연 2023년까지 금리를 두 번밖에 안올리겠냐는 의문이다. 2년 반동안 금리를 두 번 인상한다는 계획이지만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연말 4.2%에 그쳤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7%로 높아졌다. 내년에도 3.3% 성장이 예상된다. 작년에 신종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성장이 둔화됐던 걸 감안해도 예년보다 높은 성장이 2년간 계속되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도 올해 3.4%를 전망하고 있다. 실업률은 내년에 3.8%까지 떨어져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할 걸로 보고 있다. 경제가 이렇게 빠르게 회복될 거라고 전망하면서 금리는 2023년에 인상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다. 경제 변수와 금리 사이에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공식화로 실적 장세가 더 뚜렷해질 전망
연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상황이 유동적이 됐다. 성장이 빠르거나 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을 경우 연준은 언제든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금리 인상을 현실로 받아들인 이상 연준이 정책을 펴는데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연준의 정책 변경이 금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다.
만기가 1, 2년인 단기금리와 10년 이상인 장기금리는 움직이는 동력이 다르다.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변화에 반응하지만, 장기금리는 성장과 인플레 등 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큰 이벤트가 벌어질 때 둘이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한다. 2013~2014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13년 5월 테이퍼링 언급이 나온 직후 2.0%에서 상승을 시작해 3개월만에 3.0%가 됐다. 이후 박스권 내에 머물다 테이퍼링 시작과 함께 하락해 2.3%가 됐다. 반면 단기 금리인 미국의 2년물 국채수익률은 0.25%에서 1차로 0.5%까지 상승했다가 테이퍼링 시행과 함께 1.0%로 올랐다. 둘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건데 당분간 국내외 시장 금리도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움직임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성장과 금리에 따라 주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정리한 게 이른바 ‘주식시장의 사계절’이다. 금리가 오르내리고, 경기가 좋고 나쁨에 따라 네 개 국면으로 나눠 각 국면마다 주가 움직임을 본 것이다. 처음에는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금융장세가 펼쳐진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다. 직전 하락으로 주가가 낮은 상태여서 경기 회복이 미미한 것에 비하면 주가가 크게 오른다. 이 국면이 지나면 경기 회복이 뚜렷해져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멈추지만 주가가 상승한다. 기업 이익이 주가를 끌고 가는 실적장세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실적장세가 끝나면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역금융장세, 마지막에는 경기와 실적 둔화로 주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역실적장세가 펼쳐진다.
연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유동성에 의해 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끝났다. 앞으로 실적장세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주가 상승 속도는 현저히 느려질 것이다. 금융장세 때 이익증가의 상당 부분이 선반영돼 어지간히 실적이 좋지 않고는 주가가 반응할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금융장세 때에는 두 달 만에 주가가 1000포인트나 오를 정도로 화려한 장세가 펼쳐졌지만, 올해는 6개월만에 겨우 1월의 고점을 넘을 정도로 상승이 약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고치 같이 저항선을 넘을 때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를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모멘텀 약화를 이겨내야 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0% 가까이 늘어난 이익이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3분기에는 30%, 4분기는 15%로 증가율이 둔화될 걸로 보인다. 경제 변수는 더하다. 미국의 소비 증가율이 2개월 연속 전망치를 밑도는 등 이미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와 기업실적의 절대 수치가 높아도 증가율이란 모멘텀이 약해질 경우 주식시장에 힘이 빠지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할 때 기업종목 내용 꼼꼼히 따져야
수급도 개선되어야 한다. 지난해 4분기에는 개인투자자가 하루에 2조원 넘는 돈을 시장에 집어넣을 정도로 명확한 매수 주체가 있었다. 지금은 기관이나 외국인이 1000억원치를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그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일 정도로 시장의 기반이 취약해졌다. 6개월 동 큰 상승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변화인데, 매수 주체가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주가가 계속 지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선진국 주식시장 상승도 필요하다. 국내외 시장이 가끔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큰 틀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은 후에도 속도가 붙지 않는데 우리 주식시장만 올라갈 수는 없다.
주도주도 필요하다. 5월까지는 경기 민감주 등 일부 새로운 종목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런 움직임조차 없다. 매일 매일 다른 종목이 순환매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어제 오른 주식이 오늘 떨어지는 형태여서 코스피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주도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시장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대형주는 실적이 괜찮을 거란 전망이 오래 전부터 있어서 어지간한 재료가 모두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반면 중소형주는 기업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실적 중에서 주가에 반영될 부분이 많이 있다. 시장에 상당히 많은 유동성이 있는 만큼 좋은 중소형주가 나오면 주가가 단기에 급등할 수 있다. 이는 매수세를 계속 중소형주에 묶어 놓는 역할을 한다.
시장의 방향성이 위쪽으로 찍혔지만 상승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몇 달이 지나고 보면 주가가 조금 올라있지만 단기간에는 변동 폭이 아주 작아 주가 상승을 체감하기 힘들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흥분할 때가 아니다. 아직은 어제의 상승이 오늘의 상승을 담보할 정도로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코스피 보다 개별 종목의 내용을 꼼꼼히 따지는 대응이 더 필요한 상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