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토목·플랜트 구조조정에 안전문제 우려도
대우건설 노조, 비대위 출정식서 KDB 배임의혹 제기
“토목·플랜트 부문 직원들이 회사 매각 후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2일 열린 ‘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노조는 지난달부터 급물살을 탄 자사 매각입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전부터 행사 장소인 을지트윈타워(대우건설 사옥) 앞에는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뤘다.
지난달부터 급물살을 탄 대우건설 매각 이슈는 건설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이는 단지 2조원이 오가는 ‘빅딜’이어서만은 아니다. 이번 매각 입찰은 ‘굴지의’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한국건설역사를 써온 대표 종합건설사의 앞날이 판가름 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비대위를 출범한 노조뿐 아니라 업계 일각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대우건설 매각 과정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인수 주체부터 불투명한 매각 프로세스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인수기업, 해외사업·플랜트 축소하나
지금의 대우건설을 만든 공신은 국내외 대형 토목공사다. 흔히 대형 건설사를 떠올릴 때 ‘산업 역군’, ‘모래바람’을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76년 해외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며 시작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총 500여개에 달한다. 국내에선 8.2㎞구간에 달하는 거가대교 등 랜드마크급 공사를 수주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내부에선 매각 이후 토목·플랜트 부문이 대거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강력한 인수후보인 중흥건설도 주택·건축 분야 외에 업력이 약하다. 게다가 최근 불경기로 인해 토목과 플랜트 업황이 악화되면서 기존 인수후보가 해당 분야 투자를 줄이거나 인력을 감축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미 대우건설 해외부문 조직은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됐던 시절 금호건설과도 마찰을 빗었다.
심상철 위원장은 “당장 높은 입찰가를 쓴 인수기업이 당연히 그 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텐데 그렇다면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은 토목 플랜트 쪽에서 구조조정을 하게 되지 않겠냐는 내부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입찰 기업들이 결국 대우건설 주택사업의 브랜드를 보고 배팅했다고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자체 이름값이 프리미엄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성공시키며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주요지역 정비사업 시장에서도 수주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 받는다.
안전조직 설립 막은 KDB인베스트먼트, 배임 논란
산업은행 자회사이자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한 KDB인베스트먼트는 예정에 없던 인수가격 조정을 밀어붙일 정도로 이번 매각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불황임에도 올해 1분기 2294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할 정도로 대우건설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추진했던 안전혁신위원회 설립 내용을 담은 자체 안전혁신안의 예산은 대폭 축소됐다.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을 앞두고 돈 들어갈 일을 만들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안전혁신안이 나온 배경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 관리감독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고용부는 지난 10년간 현장에서 연평균 5건 이상 재해가 발생한 대우건설에 4억5360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에선 KDB인베스트먼트의 방해로 사업본부가 요청한 인력충원이 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안전사고가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4월 사망자를 낳은 장위10구역 철거현장에도 건축직 기술자가 배치되지 않았다. 결국 매각 이후 ‘인력 가뭄’이 계속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 인수가격을 다시 받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경쟁사보다 5000억원 높은 2조3000억원을 입찰가로 써낸 중흥건설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심상철 위원장은 “중흥건설 정창선 회장이 격노했고 본인이 직접 매각 작업을 주도하겠다는 말이 나오면서 갑자기 재입찰에 들어갔다고 들었다”면서 “그렇다면 당연히 특정업체에 특혜매각을 하는 것이므로 배임 행위”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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