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음원시장 1위 멜론, SKT 부당지원으로 성장했다” 제재
로엔, 멜론 양수 후 SKT와의 수수료율 대폭 낮아져 “52억 이득 봤다”
“대기업 자금력 동원해 거래질서 저해” vs “비정상적 이익 없었다”
SK텔레콤이 자회사였던 과거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가 운영했던 음원 서비스 멜론(Melon)에 휴대폰 결제 수수료를 깎아주는 등 부당지원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SK텔레콤은 공정위 결정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 검토에 들어갔다.
SKT, 로엔에 멜론 양도 후 수수료율 5.5%→1.1% 인하
공정위는 SK텔레콤이 직접 운영하던 온라인 음원 서비스 멜론을 2009년 영업 부진을 겪고 있던 자회사 로엔에 양도하면서 로엔이 음원 서비스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2009년 멜론 운영사가 된 로엔은 SK텔레콤과 휴대폰 결제 청구수납 대행 계약을 맺었다. SK텔레콤 이용자가 휴대폰 소액결제를 통해 음원을 사면 이를 SK텔레콤이 휴대폰 요금 청구 시 합산해 수납해 주고 음원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로엔에만 낮았던 이 휴대폰 결제 청구수납대행 서비스 수수료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09년 로엔에 대한 청구수납대행 수수료율을 건당 5.5%로 적용했다. 다른 음원 사업자(5.5∼8.0%)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0년과 2011년에는 1.1%로 대폭 낮췄다. 멜론을 로엔에 양도한 후 벌어진 일이었다.
수수료율이 5.5%에서 1.1%로 낮아지면서 로엔은 SK텔레콤에 납부했어야 할 수수료 52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로엔은 수수료로 지급했어야 할 비용을 영업 등에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했고, 1위 사업자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지원 후 2위 경쟁자와 점유율 35%포인트까지 벌어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기간대여제 상품을 포함한 전체 점유율은 같은 기간 계속 1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멜론과 2위 사업자와의 격차가 2009년 17%포인트에서 2010년 26%포인트로, 2011년에는 35%포인트까지 확대된 것이다. SK텔레콤은 2012년 멜론이 업계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하자 수수료율을 다시 5.5%로 인상했다.
공정위는 “이런 지원행위는 로엔의 경쟁여건을 개선‧강화하는데 기여해 초기 온라인 음원 서비스 시장의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쳤고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SK텔레콤은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확보한 SK텔레콤 내부 자료에는 ‘SK텔레콤이 전략적으로 로엔의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지원’,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리스크에 노출’, ‘공정위의 발견 가능성 및 법적 리스크가 대단히 높음’, ‘스핀오프(Spin-off) 후 연착륙(Soft-landing)을 위해 우호적인 수수료율 적용’,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국내 No.1 종합음악사업자로의 지위 조기 완성’ 등이 적혀 있었다.
공정위는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중요하고, 마케팅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 해당 부당지원은 로엔이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조 제7호를 적용해 SK텔레콤에 시정 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 위반 기간이 짧고 수수료율을 원래 수준으로 올린 점, 그리고 부당지원행위로 시장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과징금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신용희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앞으로 SK텔레콤이 자회사에 동일한 유형의 부당지원 행위를 하게 되면 시정 명령 불이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발이나 과징금 가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재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 선점 효과가 중요한 초기 온라인 (모바일)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 대기업집단이 자금력을 이용해 계열사를 지원,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한 위법행위를 확인·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SKT “정상적 거래였다 법적 대응 여부 검토”
SK텔레콤 측은 “SK텔레콤이 받을 돈(청구대행수수료)을 덜 받고, 줄 돈(DCF수수료)을 덜 줬던 것으로 어느 일방에 유리하다거나 어느 일방을 지원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로엔은 2009년 이전부터 음원 시장 1위 사업자로서 당사와의 거래를 통해 시장 순위가 상승한 바 없다”며 “당사와 로엔은 정산을 통해 비정상적인 경제상 이익을 얻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SK텔레콤 제재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2월, 공정위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부당지원해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을 어긴 행위에 과징금 총 63억9600만원과 함께 시정 명령을 내렸다. SK텔레콤이 대리점을 통해 이동 통신 및 초고속인터넷 상품과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 상품을 결합, 위탁 판매하는 과정에서 2016년부터 4년간 SK브로드밴드가 지급해야 할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 판매수수료 중 일부인 199억9200만원을 대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지난 4월 공정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공정위 시정 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SK브로드밴드 부당지원을 두고 법정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또다시 SK텔레콤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제재를 내리면서 양측의 대립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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