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탄소전쟁 ①] EU ‘탄소국경세’ 도입…사실상 추가 관세 韓 철강업체 고심
기후 문제로 촉발된 탈 탄소 과제들
개도국 성장 가로 막는 관세 장벽 논란
글로벌 철강업계 재편시 성장 가능성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다급해졌다. 탄소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선진국이 수입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면 우리 입장에선 사실상 수출 장벽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녹색 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수출 감소에 따른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탄소국경세 본격 도입…국내 철강 업체 긴장
EU 바깥에서 생산한 해당 품목에 대해선 탄소배출량에 따라 수입업자가 인증서를 사도록 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과세를 시작해 2026년에는 모든 품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한국 철‧철강업체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한국 업체들이 철‧철강‧비철금속 등 품목의 EU 수출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산업계에 미칠 타격을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철·철강의 EU 수출액은 15억2300만 달러, 수출물량은 221만3680톤으로 집계됐다. 비철로 분류되는 알루미늄 수출액은 1억8600만 달러, 수출물량 5만2658톤에 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같은 수출 물량을 고려할 때 한국산 철강제품을 수입하는 EU 업체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연간 최대 33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 업체가 이 금액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EU 업체가 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수출량을 줄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업체로 넘어오게 된다.

미국도 탈탄소 움직임…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지적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철강·알루미늄·시멘트·천연가스·석유·석탄 등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 부문을 우선 규제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언론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최대 160억 달러(약 18조원)에 이르는 세수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장벽이 높아지는 효과와 같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국제적 공통 과제인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탄소)는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각국에서는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정책을 펼치며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 생산을 줄이게 하거나 비용 부담을 늘린 것이다. 탄소국경세도 탄소배출량에 따라 더 많은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이와 비슷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지적도 있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과거 부담하지 않았던 탄소국경세를 내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맞추려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에 신경쓰지 않고 산업화에 성공한 선진국들이 탄소국경세를 매기는 것은 진입 장벽을 높여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압박과 탈탄소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유럽과 미국의 또 다른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화력발전 비중이 큰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으로 평가되는데 유럽과 미국이 동시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중국의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21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탄소 국경을 시행한다면 중국과 멕시코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EU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을 본격 추진했던 2019년부터 중국은 “일방적 조치”라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韓, 탄소배출권 거래제 강조…또다른 성장 기회 가능성도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15일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철강산업에 대해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과 관련해 연구 용역을 거쳐 상세히 분석하고 ‘그린철강위원회’를 통해 민관 합동으로 최선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만약 한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EU로부터 인정되면, 한국 철강사들이 유럽 수출에서 우위를 점해 오히려 수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친환경 정책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철강업종에 어려움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재무 여력이 풍부한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LG전자, 증정용 홈플러스 상품권 ‘신세계’로 바꿨다
2‘서울 7호선’ 따라 부동산 뜬다...청약통장 31만개 흡수
3한국 상륙한 ‘오초’ 데킬라, 와인처럼 빈티지와 테루아를 논하다
4SK에코플랜트·성균관대 손잡은 하이테크솔루션학과 석사 과정에 눈길
5삼일절 연휴에 23만명 일본 여행 떠나...1년새 10% ↑
6 공군 "포천 전투기 오폭 부대 전대장·대대장 보직해임"
7테슬라, 하루만에 시총 190조 증발...‘트럼프 효과’ 모두 반납
8'노후 문제? 그게 뭐지'…'이것' 月 200만원, 5만명이나 챙겼다
9청년재단 중앙청년지원센터, 2024년 청년센터 실태조사 결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