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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조원 시장을 잡아라…판 커지는 희귀질환치료제 시장

한미약품 총 17건의 희귀의약품 지정 받아…국내 제약사 중 최다
GC녹십자·SK플라즈마 등 속속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김윤호 SK플라즈마 대표(왼쪽 두번째)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대표 (왼쪽 첫번째),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오른쪽 두번째), 박찬중 SK디스커버리 사장 (오른쪽 첫번째)와 투자계약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SK플라즈마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희귀질환은 환자가 적어 관련 정보가 부족해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병을 의미한다. 개척이 시급한 시장으로 꼽히고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도전장을 냈다.
 
두각을 나타낸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총 17건(6개 파이프라인, 10건 적응증)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기록을 갖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최다 건수다.  
 
가장 최근엔 FDA로부터 바이오신약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HM15211)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희귀의약품 지정은 FDA가 희귀·난치성 질병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치료제 개발 및 허가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세금 감면’, ‘허가신청 비용 면제’, ‘동일계열 제품 중 처음으로 시판허가 승인 시 7년간 독점권’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 6월 임성기재단을 공식 출범한 것도 희귀질환 극복과 관련이 깊다. 고(故) 임성기 회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만든 이 재단은 희귀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GC녹십자도 희귀질환 분야 개척에 힘쓰고 있다. GC녹십자는 7월 27일, 미국 미럼 파마슈티컬스(Mirum Pharmaceuticals)와 소아 희귀간질환 신약인 ‘마라릭시뱃(Maralixibat)’의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GC녹십자는 ‘Maralixibat’에 대한 국내 독점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7월 20일에는 미국 스페라젠(Speragen)과 희귀난치성질환인 ‘SSADHD(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의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양사는 SSADH 단백질을 활용한 효소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이 질환의 최초 치료제 개발이 목표다.  
 
GC녹십자는 ‘헌터라제’ 등을 통해 검증받은 효소 치료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제제 개발부터 임상 바이오마커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헌터라제는 GC녹십자가 2012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희귀질환 치료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헌터라제는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탄생한 치료제로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들어졌다. 우수한 제품성을 인정받아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12개국에 공급되고 있다. 최근 품목허가 승인을 통해 중국과 일본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시장을 새 먹거리 사업으로 삼은 곳도 있다. 혈액제제 전문기업 SK플라즈마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자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최근 발표했다. 유상증자에는 SK플라즈마의 모회사인 SK디스커버리, 티움바이오와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참여한다. SK플라즈마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희귀난치성 질환에서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한 티움바이오와 공동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많은 기업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건 이 시장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희귀난치성 질환은 5000∼80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대부분 정확한 치료법이나 공식 허가된 치료제가 많지 않다.
 
그만큼 개발이 필요한 치료제가 많다는 얘기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희귀의약품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1449억 달러(약 176조원)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오는 2024년까지 연평균 9% 성장해 2230억 달러(약 262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시장의 관심은 신약 허가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총 23개의 성분이 신약으로 허가받았는데, 이 중 희귀질환약이 8개로 나타났다. 전체 허가 신약 3개 중 1개는 희귀질환약인 셈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은 환자들은 있는데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기업들은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환자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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