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과세 기준 2억 더 올렸다…오락가락 후유증은 국민 몫
‘9억→11억’ 종부세법 기재위 통과
정률에서 정액으로, 결국 원점 논의
‘공시가 상위 2%’ 안은 폐기하기로
‘입맛대로’ 정책에 “정책 신뢰 훼손”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이 현행 공시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여당이 추진했던 공시가격 ‘상위 2%’ 종부세 방안은 전격 폐기됐다. 현행 조세 체계에 없는 정률(%) 기준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원안인 정액 기준으로 되돌아 온 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는 정책 신뢰를 훼손하고 시장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적 인원 21명 가운데 찬성 16인, 반대 3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추가공제액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로써 기존 공제액 6억원을 더해 과세 기준은 11억원으로 조정했다. 단, 6억원씩 공제받는 부부 공동명의 등 관련 부과기준은 그대로 적용해 공동명의 종부세 혜택은 사라진다.
애초 민주당은 당론으로 공시가 기준 상위 2%에 종부세를 적용하고, 반올림으로 억 단위를 만들어 세부 기준선을 결정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올해 기준 상위 2%에 해당하는 공시가격은 10억6800만원 수준으로 지금보다 과세 표준이 상승한다. 이에 일부 1주택자 세금이 감면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야권에서 “사사오입 개헌”이라며 비난했고, 전문가들도 조세평등주의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현실화율 격차가 커 ‘반올림’ 규정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2017년 이후 상위 2% 주택 공시가격은 매년 1억~2억원 인상되는데 공제액이 3년간 유지될 경우 상위 3~4% 주택 보유자도 종부세가 과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종부세법은 2018년 이후 사실상 매년 개정됐지만, 세율·공제액 기준으로 상대적 비중인 ‘%’를 사용하는 주요 국가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도 ‘상위 2%안’을 고수했지만, 불과 2시간도 되지 않아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조세소위에서는 1가구 1주택자의 과세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이는 정액 기준안을 채택했다. 이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해소하고자 했지만, 국민의힘이 반발하는 입법을 강행 강행 처리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부동산 정책이 돌연 폐지되는 등 철회와 강행이 제멋대로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당이 검토 과정 없이 내놓은 정책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시장이 떠안아야 했다.
지난해 7월 국회 기재위는 소득세법·법인세법·종부세법 개정안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이들 법안은 다주택자·법인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인상하고 보유 기간 1년 미만 주택의 양도세율을 70%까지 높이는 게 골자다.
그 결과 전세 매물은 줄고 전셋값이 치솟았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483만원으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4억9922만원)보다 약 1억3562만원 올랐다. 월세 거래도 대폭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41.8%, 2020년 41.7%였던 월세 비중은 올해 44.5%까지 증가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을 입맛대로 주물렀다. 지난달 도입 당시부터 위헌 논란이 일었던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화’를 전면 백지화됐다. 임대사업자에게 양도세를 배제해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법안도 지난 6월 의원총회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주요 부동산 정책이 뒤집히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예측 가능성이 없어지면서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전문가 지적까지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은 “정책은 지속성, 예측 가능성이 담보 돼야만 국민이 신뢰를 가지고 따르는데 지금처럼 오락가락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더라도 시장이 따르지 않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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