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 하룻밤 새 76만원 껑충”…명품들 ‘배짱 장사’ 언제까지
1일부터 핸드백·코스메틱 케이스 등 6~36% 기습 인상
에르메스·루이비통 등 줄줄이 인상…프라다는 보름 새 2번
"소비자 보호는 뒷전" 지적에 사회공헌 활동도 ‘제로’
동전지갑 298만원, 체인 폰 홀더 284만원, 미니백 326만원. 올해만 세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샤넬의 새로운 인상 제품과 그 가격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습 인상’을 하는 탓에 ‘샤넬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까지 생겼다. 샤넬 측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누리꾼들은 “고객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며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1일 주요 핸드백과 코스메틱 케이스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6~36% 기습 인상했다. 지난 2월에 이어 7월 자사 대표 제품인 클래식백과 보이백 가격 인상을 단행한지 2개월 만이다.
이번에 가격이 인상된 주요 제품은 ‘코코핸들’이다. 탑핸들 장식의 플랩백으로 돈이 있어도 못 살만큼 구하기가 어렵고 물량도 적어 가방계의 ‘유니콘’으로 불리는 제품 중 하나다. 코코핸들 스몰 사이즈의 가격은 508만원에서 560만원으로 10.2%, 미듐 사이즈 가격은 550만원에서 610만원으로 10.9% 올랐다.
가격 인상폭이 가장 큰 것은 ‘클래식 코스메틱 케이스 체인 폰 홀더’로 208만7000원에서 284만원으로 36.1%나 올랐다. 화장품과 핸드폰을 수납할 수 있는 작은 가방이다. 이외에도 ‘스몰체인 코스메틱 케이스’가 236만5000원에서 298만원으로 26% 인상됐고, ‘체인플랩 동전지갑’이 222만6000원에서 298만이 돼 33.8% 올랐다.
올해 네번째 가격인상…피해 본 소비자도 속출
사실 샤넬의 이번 가격 인상은 올해 세 번째가 아닌 네 번째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7월 샤넬은 일부 제품의 가격을 8~14%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샤넬은 대표 핸드백인 ‘클래식’ 스몰 사이즈를 785만원에서 893만원 13.8% 올렸고, 미듐 사이즈는 864만원에서 971만원으로 12.4% 인상했다. 올해 2월에도 ‘트렌디 CC백’ 가격이 631만원에서 668만원으로 5.9% 상승했다. 1월에는 ‘19 플랩백’의 소재와 디자인을 변경해 629만원이었던 가방 가격을 643만원으로 조정했다.
1월, 2월, 7월, 9월에 거쳐 샤넬이 주요 인기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어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회원 49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명품 카페 ‘시크먼트’에는 샤넬의 이번 가격인상에 대한 게시글이 80개에 달한다. 게시글에는 “두 달 전에 인상했는데 또 올리는 건 좀 심한거 아니냐”며 “불매운동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명품 중고 판매도 활발히 이뤄지는 시크먼트에는 가격 인상 소식에 샤넬백 판매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인상된 코코핸들이나 동전지갑 판매글이 눈에 많이 띄었다. 샤넬의 기습 인상에 피해를 본 소비자도 있었다. 시크먼트의 한 회원은 “이번 주말에 샤넬 제품 직거래 예약했는데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갑자기 어제 예약파기를 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잇따른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샤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아침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은 계속되고 있다. 폭발적인 인기에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지경이 되자 시크먼트나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여전히 넘쳐난다.
이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시크먼트의 한 회원은 “이번 가격 인상 소식에 백화점 판매가보다 더 올려 파는 사람이 많다”면서 “웃돈 주고 살 바에 안 사고 만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한 회원은 “며칠 전 판매자에게 구매 문의를 했었던 가방이 가격 인상 소식 이후 더 비싼 가격에 재판매되고 있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에루샤 올리자 프라다 디올도 ‘줄인상’…‘값’질 비판
샤넬 외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가 줄을 잇고 있다. 3대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 중 하나인 ‘에르메스’와 ‘루이비통’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에르메스는 올해 1월 대표 인기 가방 중 하나인 ‘켈리백’을 포함한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5% 올렸다. 루이비통도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 1월 가격을 올렸고, 이후 5~12%씩 네 차례나 더 가격을 인상했다.
3대 명품 에루샤의 가격이 줄 인상되자 나머지 명품 브랜드도 이를 따라가고 있는 추세다. 프라다는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보름 사이 가격 인상을 2번 단행했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프라다는 지난 8월 11일 ‘버킷백’으로 유명한 인기 제품 ‘프라다 듀엣 나일론 숄더백’ 가격을 기존 156만원에서 164만원으로 5.1% 올렸다. 앞서 프라다는 7월 말 사피아노 숄더백 가격을 179만원에서 189만원으로 5.6% 인상했다. 이 제품들은 지난 5월 이미 가격이 오른 바 있어 사실상 두 달여 만에 3번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크리스찬 디올’ 역시 지난 7월부터 일부 제품을 약 5~13%까지 인상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명품 가격에 브랜드의 ‘갑질 영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구매 욕구를 자극 받아 아침부터 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에만 치중하고 소비자 보호 등의 기본적인 책임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발생한 샤넬코리아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8월 5일 샤넬 코리아의 화장품 멤버십 고객 정보가 보관돼 있던 일부 데이터베이스에 외부 해킹 공격이 발생해 고객의 개인정보가 일부 유출됐다. 당시 샤넬코리아 측은 해당 사실을 유출 하루 뒤인 6일에 확인했고, 이틀이 지난 7일에야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지를 올려 소비자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매년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명품 브랜드가 사회공헌 활동에는 힘쓰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3대 명품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지난해 합산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섰지만 기부금은 에르메스와 샤넬의 기부금은 각각 3억원, 6억원에 그쳤다. 프라다코리아는 2020년 매출이 2714억원, 영업이익은 174억을 기록하며 각각 2019년보다 4.7%, 45.8% 늘었지만 사회공헌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과) 교수는 “명품의 가격 인상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명품을 계속 찾는 한 공급자는 비용이 들어가는 사회공헌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명품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명품 브랜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벌어들인 것만큼 소비자에게 다시 돌려주기도 하면서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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