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앤소울2’로 민심 잃은 엔씨소프트…리니지식 BM의 미래는?
엔씨, 리니지M·리니지2M 흥행으로 지난해 매출 2조원 돌파
리니지 이외 IP에 리니지식 BM 적용하자, 유저들 반발
“이제는 리니지식 BM 대체할 새로운 BM 발굴해야”
엔씨소프트가 과도한 과금 유도로 인해 연일 유저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신규 출시 게임에 연이어 리니지식 비즈니스모델(BM)을 적용한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엔씨 사태’로 인해 그동안 리니지식 BM을 따라 했던 게임사들의 과금 설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을 한다.
엔씨는 국내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리니지’로 유명한 게임사다. 리니지는 ‘혈맹’과 ‘자유로운 PK’, ‘공성전’ 등으로 상장되는 게임이다. 아울러 리니지는 높은 과금 수준으로도 유명하다. 리니지의 대표 아이템인 ‘집행검’은 ‘집판검(집을 팔아야 살 수 있다는 의미)’으로 불릴 정도다.
리니지M·리니지2M으로 모바일시장 장악한 엔씨
엔씨가 리니지식 BM으로 본격적으로 유저들의 질타를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리니지의 BM은 철저히 페이투윈(Pay to Win)을 지향한다. 즉 돈을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다. 극한의 PK를 지향하는 리니지 IP 특성 때문에 많은 유저가 ‘현질’로 ‘강함’을 추구한다. 현금을 많이 써서 아이템 강화 등을 해야 캐릭터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리니지M ‘핵과금러’(게임 내 고액 결제자)들은 현금 50억원 이상을 게임에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저들은 리니지식 BM에 질타를 가했지만, 엔씨는 높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2016년 9836억원이던 엔씨의 연매출은 리니지M 출시 이후 2017년 1조7587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상승했다. 지난해에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흥행에 힘입어 연매출 2조4162억원을 기록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자, 많은 게임사가 리니지식 BM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리니지식 BM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변신’, ‘인형’, ‘아인하사드’ 등과 유사한 BM들을 다른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딘’ 역시 리니지식 BM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
사실 엔씨가 리니지 IP 게임에만 리니지식 BM을 적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격렬한 유저들의 질타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엔씨는 리니지식 BM을 다른 IP에도 적용하는 ‘우’를 범했다.
엔씨는 지난 5월 출시한 ‘트릭스터M’과 최근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2’에 리니지식 BM을 적용했다. 게임 내 명칭이나 시스템은 조금씩 다르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리니지식 BM이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해당 게임들의 원작이 과도한 과금과는 거리가 먼 게임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원작의 추억을 다시 한번 느끼고자 접속했던 MZ세대들의 분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엔씨가 일종의 ‘선을 넘은’ 셈이다. 리니지 IP 게임의 경우 ‘리니지니까’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원래부터 고과금으로 유명했던 게임인 만큼 리니지 IP 게임이 높은 과금을 요구해도 유저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
계속되는 리니지식 과금 적용에 완전히 돌아선 유저들
다만 게임사들이 리니지식 BM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저들의 질타에도 불구, 여전히 리니지M은 7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엄청난 공격을 받았던 블소2 역시 매출 4위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엔씨 사태’를 계기로 리니지식 BM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리니지식 BM을 따라 했던 게임사들의 과금 설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리니지식 BM이 그동안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일종의 ‘표준’을 제시한 것은 맞으나, 해당 과금 시스템에 유저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관측이다. 이제는 높은 과금 없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BM 발굴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이번 엔씨의 ‘불소2’ 항의 사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누적된 불만, 대외 커뮤니케이션 불통이라는 적폐가 일거에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만 해도 ‘리니지M’ 문양 사태와 롤백, 유저의 지불 금액에 대한 환불 요구와 묵살,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지연, 트릭스터M에 대한 실망과 불매운동 등이 있었다. 엔씨의 위기는 거의 임계치, 위험수위에 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엔씨는 기업으로서의 리스크 관리와 사회적 관계 유지, 유저와의 신뢰 회복에 실패했다고 보인다”며 “현재 경영진의 쇄신이 현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오비맥주, 대리점에 '연대보증' 강요...공정위, 시정명령 부과
2카이스트 교수부터 금융사 모델까지...'지드래곤' 하나금융그룹 새 모델로
3 尹, 14일 헌재 정식변론 출석 안 해..."신변안전 우려"
4북한군 포로 “참전 아닌 훈련인줄”...원하면 한국행 가능할까
5 국정원 "북한군 생포 확인...우크라와 정보 지속 공유"
6"러 파병 북한군, 포로되느니 죽음을"…동료 숨져도 '오직 전진'
7트럼프 취임식에 15억 낸 현대차..."트럼프·정의선 회동 추진"
8설 차례상 비용 얼마 들까..."마트 40만원·시장 30만원"
9브랜드가 디지털옥외광고에 열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