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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90%+α…홍남기의 ‘고무줄’ 재난지원금 기준

“선거도 50.1% 당선 49.9%는 떨어진다”던 홍남기
“판단이 모호하면 가능한 지원 검토”로 말 바꾸기
건보료 납부액 기준 모호하단 지적 무시 혼란 자초
소득 진작 효과 있지만, 국가 부채 증가 우려도

 
 
국민의 약 90%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절차가 시작됐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재래시장의 한 가게에 붙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포스터. [연합뉴스]
 
전 국민의 90% 이상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을 받게 됐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이의신청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지급 대상자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선별 지원이냐 전 국민 지원이냐를 두고 논란을 키웠던 정부가 계속해 입장을 바꾼 끝에 사실상 전 국민 지원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기준을 정하는 문제로 대립했었다. 민주당은 전 국민 지원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주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소득 하위 80%까지만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가 7월에는 다시 88%까지 지원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을 넘지 않는 1인 가구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그런데 한 달 뒤 1인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을 5800만원으로 올려 잡으면서 전 국민의 90%가 지원금을 받도록 했다.  
 
문제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 가운데 이의신청을 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료(건보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가르다 보니 지역가입자 가운데 소득이나 재산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겼고, 소득이 적은데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접수된 국민지원금 이의신청은 9일 오전 기준 4만3044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지난 홍남기 부총리는 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경계선에 걸린 분들이 소득이나 가족 인정 여부 때문에 이의제기하고 있다”며 “판단이 모호하면 가능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지 판단하기 ‘모호한’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하면서 전 국민의 90% 이상이 재난지원금을 받게 된 셈이다.
 
이 같은 발언은 홍 부총리가 지난 7월 방송에 출연해 ‘경계의 문제’를 지적한 것과도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80%로 정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 선거도 (득표율) 50.1%는 당선되고 49.9%는 당선이 안 되지 않느냐. 이는 어차피 우리 사회, 경제 사회에 존재하는 경계의 문제라고 인식하셔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바 있다.
 

건보료 기준 재난지원금 혼란 반복  

일각에서는 예고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기준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대립한 끝에 ‘전 국민 지급’으로 결론 났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건보료 기준으로는 하위 70%를 정확하게 선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힘을 얻은 결과다. 그런데 올해도 건보료를 기준으로 삼았고 똑같은 논란이 반복된 끝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70%에서 90%+α가 된 것이다.
 
다만 재난지원금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소득 보전 효과가 있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부채를 늘려 지원금을 풀면서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년 동안 124조원 불어난 약 847조원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의 44%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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