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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한국은 조사해 압박하고 외국은 법 만들어 겨냥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라⑦]
미국,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 마련, 행정명령 발동
KDI “외국 규제법, 한국에 그대로 적용 적절치 않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9월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엘엘씨 등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가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선봉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 등 스마트 기기 제조사에 경쟁 운영체제(OS)를 쓰지 말라고 갑질한 구글에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룹 지주사격인 케이큐브홀딩스의 자료를 허위, 누락해 보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카카오에 대한 조사에도 돌입했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에 대해 국적을 가리지 않는 전 방위적인 압박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기업을 향한 제재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 세계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플랫폼 규제 주창자들 등용 독과점 개선 조치

미국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해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미 하원은 이미 2019년부터 빅테크 기업 4곳(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이하 ‘GAFA’)의 시장 지배력에 대해 조사를 해왔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16개월 이상 벌인 조사 결과를 근거로 지난 6월 ▶플랫폼의 자사 제품 우대, 차별적 취급 등 금지법 ▶잠재적 경쟁자 인수합병 규제법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제품 판매 제한법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데이터 권익 보호법으로 구성된 반독점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패키지 법안에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 반독점국(DOJ) 등 경쟁당국 예산 확충도 포함됐다.  
 
바이든 행정부도 거들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화를 비판하고 기업분할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팀 우(Tim Wu)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를 백악관 기술·경쟁정책 특보로 임명했다. 이어 미국의 공정위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 논문을 통해 경쟁법 집행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해온 리나 칸(Lina Khan)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를, 또 다른 미국 경쟁당국인 법무부 반독점국(DOJ) 수장에는 빅테크 기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조나단 캔터(JonathanKanter) 변호사를 각각 지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업 간 경쟁을 확대하고 독과점 관행을 단속하는 ‘미국 경제 경쟁 촉진’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폐해에 대한 시정을 줄곧 주장해온 3인방을 경쟁정책 요직에 앉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경제에서의 경쟁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의 핵심은 미국 산업 전반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데 있다. 이 행정명령으로 경쟁당국(FTC, DOJ)뿐만 아니라 10여 개 이상 부처들에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72개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의 경쟁정책 및 플랫폼 독점규제 입법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경쟁 촉진 행정명령 발표와 반독점법 패키지 법안 발의는 향후 미국 반독점 정책의 방향성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규제 강화의 범위가 예상보다 광범위하면서도 기존 경쟁정책의 틀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은 국가별 시장상황에 따라 방향이 다소 다르다. 프랑스와 영국은 과세를 통한 규제 입법을, 독일은 경쟁촉진을 위한 독점규제 입법에 각각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빅테크 기업 등 대규모 온라인플랫폼 규제 입법 동향’을 살펴보면 프랑스는 대규모 온라인플랫폼 기업 등에 일명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규제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서비스세 과세 대상 기업은 기업 소재지에 상관없이 두 가지 기준을 초과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제공한 디지털 서비스의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한화 약 1조350억원)를 초과하고, 프랑스 내 매출액이 2500만 유로(한화 약 345억원)를 초과했을 때 해당한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은 프랑스에서 창출한 서비스 수익의 3%를 내야 한다.  
 
영국 상황도 비슷하다. SNS, 인터넷 검색,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 가운데 디지털 서비스 수익 총액이 5억 파운드(한화 약 8000억원)가 넘고, 영국 내 수익이 2500만 파운드(한화 약 400억원)를 초과할 경우 과세 대상이 된다. 영국 내 디지털 서비스 수익 총액에서 2500만 파운드를 공제하는 2%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KDI “국내는 다자경쟁 중, 규제 기준 더 명확하게”

전문가들은 플랫폼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GAFA와 비교해 시장 지위가 공고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은 월간 활성 사용자 수 기준 검색엔진 시장에서 88%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네이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2% 수준이다.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 중 GAFA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7월 기준 15%에 이르지만, 네이버·카카오는 5%에 불과하다.
 
전국 택시 기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하며 시장이 사실상 독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법인택시 회사 주차장에 운행 나갈 카카오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 법안 도입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다수의 플랫폼이 경쟁 중이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지도·내비게이션 분야에서 네이버지도·카카오맵·티맵 등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선 네이버·쿠팡·신세계(이베이코리아) 등이 점유율을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공정위가 제정한 온라인플랫폼법의 규율 대상 범위를 더욱 좁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온라인플랫폼법의 규율 대상은 ‘매출액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액이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이다. ▶미국 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 5000만 명 이상 ▶연간 순매출 또는 시가총액 6000억 달러(약 700조원) 이상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규제 대상 플랫폼처럼 판단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KDI는 “(공정위는) 플랫폼 반독점 규제에 있어 미국보다 다소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취한다”며 “우리나라 상황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다르므로 현시점에서 미국과 같은 강력한 반독점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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