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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감] 앞에선 부패방지 약속 뒤에선 리베이트 작당질

최근 5년간 불법 리베이트 60%, ISO 인증 제약사가 저질러
적발돼도 ISO 인증 획득하고 갱신까지 해 실효성에 의문
김원이 의원 “법적 분쟁 시 유리한 근거로 활용 의도 다분”
“ISO 인증 홍보는 소비자 기만행위, 신뢰성 제고 강구해야”

 
 
녹십자 사옥 [중앙포토]
 
국내 제약사들이 부패방지 인증을 받고도 부패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여 년 동안 사회악으로 지탄을 받았음에도 리베이트(rebate) 관행이 국내 제약업계에 여전히 뿌리 깊음을 짐작하게 한다. 
 

부패방지 인증받고 리베이트 적발돼도 갱신엔 영향 없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식약처가 제약업계 리베이트로 적발한 사례는 총 35건이다. 이 가운데 22건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37001’ 인증을 받은 제약사가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간 식약처에 적발된 리베이트 관련 업체들은 국제약품, 녹십자, 동아에스티, 명인제약, 삼진제약, 신풍제약, 알보젠코리아, 유유제약, 유한양행, 엠지, 일동제약, 종근당, 제일약품, 코오롱제약, 한국파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휴온스, HK이노엔, JW중외제약 등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의 화두가 되면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인증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부패방지 인증을 받은 제약사가 리베이트로 적발되면서 해당 인증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리베이트 적발 시 의약품 보험약가를 인하하는 ‘약가 연동제’를 비롯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와 받은 의사 등을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리베이트 1회 적발 때 보험 적용을 정지하고 2회 적발 때 리베이트 의약품을 보험급여목록에서 삭제하는 ‘투아웃제’ 등이다.  
 
이러한 노력에 불구하고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심지어 부패방지 인증을 받고도 리베이트를 저지른 제약사는 최근 5년간 적발 사례(35건) 가운데 60%(22건)에 달했다.  
 
김원이 의원실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2018년 7월 판매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받은 그 달에 ISO 인증을 받았다. 동아에스티는 두 달 뒤인 2018년 9월에 또 과징금과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고, 2020년 2월에도 적발당했다. 그런데도 지난 5월 ISO 인증 갱신을 받았다.
 
2018년 5월 ISO 인증을 받은 일동제약은 지난해 9월 판매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았지만 지난 6월 ISO 인증 갱신에 성공했다.  
 
ISO 인증을 각각 2019년 1월, 4월에 받은 제일약품과 삼진제약은 채 1년이 되지 않은 같은 해 9월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다. 같은 달 똑같은 처분을 받은 한국파마도 같은 해 12월 ISO 인증을 획득했다. 유한양행·GC녹십자 등도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ISO 인증을 받았다. 리베이트로 인한 당국의 처분이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인증에는 전혀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김원이 의원실 재편집]
 

“법적 근거 위해 인증 받아…복지부 현황파악조차 안 해”

ISO37001은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KCCA) 등 민간의 제3자 기구가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현장실사 등을 통해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인증하는 지표다. 완료까지 통상 6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점에서 쉽게 인증 받을 수 있는 지표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55개 제약사가 ISO 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ISO 인증을 부패방지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관련 재판에서 인증 사실을 자사에 유리한 근거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 홈페이지에는 ISO37001 인증이 법 위반과 관련된 비용과 벌칙을 최소화하는데 그 필요성이 있다고 공지돼있다. 또한 각종 입찰 참여 시 적격성 근거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김원이 의원은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나 담합 등 불법행위로 적발되거나 관련된 법적 분쟁 시 자사에 유리한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ISO 인증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리베이트 적발에도 불구, ISO 인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보건복지부는 업계의 자율참여라는 이유로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등 관계부처는 ESG 경영의 지표가 되는 인증제도와 ISO의 신뢰성 제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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