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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카드사만 유리한 카드캐시백?…‘탁상정책’에 ‘소비 쥐어짜기’ 시끌

월 최대 ‘10만원’ 받으려면 100만원 쓰던 사람이 ‘203만원’ 써야 가능
‘배보다 배꼽’ 불만이 카드사들로 향해…카드사 “손해 감수하는데 억울”
전문가들 “정책 명확하지 않고 일관성 떨어져 혜택 왜곡될 수도”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카드캐시백' 정책을 마련했으나 복잡하고 '소비 쥐어짜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카드사들에 대한 불만으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이에 카드사들은 적자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상생소비지원금 이른바 ‘카드캐시백’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카드사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카드 사용액은 늘어나겠지만 수수료 수익은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선정한 카드캐시백 사용처 대부분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카드사 입장에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구조라는 것.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카드캐시백 정책 자체가 지나치게 복잡해 소비자와 카드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기 어려운 탁상 정책으로 결론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용처 대부분 수수료 구간 낮아…수익 기대 못해”

지난 1일 시작된 ‘카드 캐시백’은 2분기 카드 사용액보다 3% 이상 더 쓰면, 해당 증가분의 10%를 되돌려주는 구조다. 예를 들어 4~6월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인 소비자가 10월 153만원을 사용하면 100만원의 3%에 해당하는 3만원을 제외한 50만원의 10%인 5만원을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10월부터 11월까지 두달간 진행되며 1인당 최대 월 10만원까지 현금성 충전금으로 환급돼, 기간 내 최대 2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캐시백은 지급 즉시 사용 가능하며 카드 결제 시 먼저 차감된다. 사용 기간은 내년 6월 30일까지로 기한 내에 사용되지 않으면 소멸된다.  
 
다만 사용처엔 제한이 있다. 백화점·대형마트·대형 온라인몰·명품전문매장·유흥업소 등에서 결제한 금액과 차량 구입비 등은 카드 사용액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교 대상이 되는 4~6월 월평균 카드 사용액을 계산할 때에도 제외한 액수로 한정된다.
 
문제는 카드캐시백이 시작되자 조건과 사용처 구분이 복잡해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다, 2분기 대비 소비를 늘리는 경우에 한해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비 쥐어짜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여론의 불만은 카드캐시백 정책을 대행하는 카드사들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결국 카드사만 이득 보는 구조” “카드사만 좋은 일 하게 됐다”는 등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수익은 카드사용액이 아닌 카드 수수료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수수료 구간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드캐시백은 사용처 제한이 있어서 수수료가 높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쇼핑몰 등에선 사실상 소비 증가가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현재 전체 가맹점의 96%가 0.8∼1.6% 수준의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고, 업계에선 ‘1.5%’ 정도가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를 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미 수수료로는 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07년 4.5%였던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은 1.97~2.04%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인하된 바 있다.
 

시스템 구축비·인건비 등 각사 부담…“수익 아닌 공익적 취지”

 
사실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긴급재난지원금(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지난해의 경우 당시 사용처가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으로 제한돼 결제 금액 증대에 따른 카드사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았고 오히려 카드사들은 80억원 가량 손해를 봤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8월 중 지급된 재난지원금 관련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영업수익(가맹점수수료)은 973억7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자비용, 판매·관리비용, 인프라 구축 비용 등에 사용한 재난지원금 관련 카드사 영업비용은 1053억9000만원에 달해 결국 카드사들이 80억원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 국민에게 14조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됐고 이 중 10조원 가량이 카드를 통해 지급되면서 일각에선 ‘재난지원금으로 카드사들만 이득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실상은 달랐던 것이다.
 
최근 시행된 카드캐시백의 사용처 업종 범위가 지난해 재난지원금 대비 상대적으로 넓어져 카드실적 증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으나, 수수료가 늘어 순익 증대로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때보단 사용처가 넓어지긴 했으나 수수료가 높은 가맹점은 대부분 없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위주이며,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긴 하나 그 역시 자영업자 대리점이 많다”며 “결국 수수료 구간이 낮은 곳들이 대다수여서 카드사 입장에선 이득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캐시백 업무를 대행하면서 정부로부터 대행수수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라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이나 해당 인력에 드는 비용 등을 각 카드사가 자체 부담하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모두 고려한다면 당연히 손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분기 대비 소비 증가액을 따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는 것도 아니어서 카드캐시백으로 인한 카드사 수익은 이전 대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떼돈을 벌기 위해 정부 사업 대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한계에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고자 하는 공적 취지에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소외…“복잡하고 우연적 요소 탓에 왜곡 가능성”

 
전문가들은 카드캐시백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월별 캐시백 한도 최대 10만원을 환급 받으려면 월 100만원을 쓰던 사람이 ‘203만원’을 써야 하는 셈이 되면서 결국 저소득층에겐 ‘배보다 배꼽이 큰’ 지원책이자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큰 고소득층에 제한된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교수(경제학부)는 “‘카드’라는 결제수단은 업종·지역·시기를 타겟팅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한 소비 진작책으로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카드캐시백’ 정책은 간단하고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연적 요소가 개입된다는 것이 단점인데, 개인 사정으로 2분기에 돈을 많이 쓴 사람은 이번에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고 당시 돈을 적게 쓴 사람은 유리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오히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 지원금을 카드에 충전식으로 나눠주고 사용처만 지정하는 것이 명확할 것”이라며 “이후 종합소득세를 걷을 때 해당 부분을 소득으로 인정해 일부를 환수하면, 고소득층의 경우 세율이 높아서 환수가 될 것이고 저소득층은 환수가 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선지원·후선별 식 효과와 더불어 당장 돈의 흐름을 골목상권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카드캐시백 정책에 예산 7000억원을 잡고, 7조원의 소비 창출을 노리고 있다. 월 1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갑을 열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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