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는 정부통제→국민자율로 방역 전환하는 것”
이재갑 한림대 교수 “안전하게 살아갈 방안 찾는 것 중요”
일선 방역 담당자 “병상 확보, 인력 충원 계획 없어” 지적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 보상안 빠져 있다” 비판도 제기
정은경 청장 “자율·책임 하에 방역수칙 준수 생활화” 강조
정부가 11월부터 시행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단계적 일상회복)’ 이행 계획 초안을 25일 공개한 가운데, 의료와 방역 등에선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를 열고, 의학계·지자체·시민단체 등 각계 참석자들과 토론하고 온라인을 통해 국민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 개최에 앞서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다음달 1일부터 음식점·카페를 비롯해 노래방·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하고 사적모임도 10명까지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노래방·목욕탕·헬스장 등 고위험시설엔 접종증명·음성확인제(일명 ‘백신 패스’)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란 단어를 꺼냈을 때 상당히 긴장했다. 일상회복이라고 해도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하게 살아갈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체계와 방역체계에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확진자 증가에 대비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에 대한 언급만 했을 뿐 얼마만큼의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계획에는 역학대응의 중요성은 얘기했지만 인력 충원 등의 내용은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공감했다. 정 청장은 “1000만 명에 이르는 미접종자에게 코로나19는 여전히 치명적이며 (단계적 일상회복 후) 의료체계에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정 청장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안정적이고 단계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대응체계를 보강하고 재택치료를 확대하면서 의료자원 이용도 효율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역학조사와 진단체계는 접종력 등 위험도를 고려해 효율적으로 조정하겠다”고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상회복으로 방역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일상회복은 정부가 통제하던 방역을 국민 스스로 관리하는 방역으로 전환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사무총장은 제도적 지원도 요청했다. 그는 “단순히 인원이나 시간 제한 조정만 발표해선 안 된다”며 “환기 시설에 대한 점검, 환기시설 구비 지원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업종별로 시설 관리 수준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하며 “업종별 기준을 만들고 개별 사업자의 자율규제 강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손실 보상안이 단계적 이행계획에 포함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확진자 억제에만 주목해 민생경제를 해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로 인한 생업시설(다중이용시설)이 (다시) 영업제한 될 수 있는데, 이때 경제적 지원을 동반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청회 말미 방역 책임자인 정 청장은 국민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 청장은 “거리두기를 완화하더라도 자율과 책임 하에 방역수칙을 철처히 준수해야 한다”며 “마스크 착용, 손씻기, 실내 환기, 아플 때 검사받기 등 개인 방역수칙을 습관화 생활화해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접종도 당부했다. 그는 “특히 중증화와 사망 위험이 높은 60대 이상 고령층은 꼭 예방 접종을 맞아달라”며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적이며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소상히 설명드리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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