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호 에이치앤와이텍 대표 “10년 공들인 공기제균기, 코로나 계기로 빛 보기 시작했죠”
[인터뷰] 최형호 에이치앤와이텍 대표
필터 필요 없는 공기제균기 ‘바이러스제로’ 개발
세균·바이러스 제거 효과, 국내외 기관에서 검증
박카스 박스 크기의 아크릴 상자에 담배 연기가 가득 차있다. 상자 안엔 공기정화장치가 들어있다. 그런데 장치엔 오염된 공기를 흡입할 팬도, 니코틴을 걸러낼 필터도 없다. 그런데도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자마자 희뿌연 연기가 요동친다. 약 1분 30초 뒤엔 연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2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에이치앤와이텍(H&T TECH)’ 사무실에서 만난 최형호 대표는 팬도, 필터도 없는 이 방식이 “차세대 공기청정기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기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필터를 단 공기청정기는 주변 공기를 일단 빨아들여야 하는데, 이때 적잖은 전력을 소모한다.
그러나 전기를 아끼는 정도로 ‘차세대’란 말을 붙이긴 어렵다. 최 대표가 말하는 차세대 기술의 핵심은 유해 미생물을 없애는 거다. 박테리아·곰팡이부터 인플루엔자·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단백질로 이뤄진 미생물이라면 무엇이든 없앨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제거 과정이 사람 몸에 무해해야 한다. 최 대표가 만든 ‘바이러스제로’는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효과성·안전성 검증을 받았다.
바탕 기술(‘슈퍼 플라스마 이온(SPi)’)은 10년 전에 나왔는데.
실내 세균·바이러스까지 신경 써야 한단 인식이 이전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만 그 전년보다 11.2% 커졌다. 우리는 지난 2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공기제균기(Air Sterilizer)’ 제조회사 등록을 마쳤다. ‘공기청정기(Air Purifier)’가 아닌 제균기론 우리 회사가 한국에서 처음인 걸로 안다.
어떻게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함께 없앨 수 있나.
공기 중의 수분(H2O)에 강한 전압의 전기를 가하면 다량의 양이온(H+)과 음이온(O2-)이 나온다. 이것들이 미세먼지에 들러붙어 바닥에 떨어진다. 마스크 필터가 정전기 원리로 미세먼지를 거르는 것과 같다. 또 양이온과 음이온이 반응하면 ‘하이드로페록신(HOO-)’이란 입자가 생긴다. 이게 바이러스의 분자구조를 깨뜨린다.
과거 공기청정기의 음이온 기능이 우리 몸에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오존(O3)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 있다. 이 제품은 다른가?
시중에 있는 값싼 플라스마 발생기가 음이온을 만들어낼 때 오존을 부산물로 내뿜는다. 이 제품은 누전도 잘 돼 문제가 많았다. 우리 제품은 ‘HOO-’ 입자가 미생물과 반응하면 부산물로 물 분자만 만들어낸다. 실제로 제품을 써보면 방 안 공기가 조금 습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또 과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단전하는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대기업이 아닌지라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힘들었겠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국내·외 검증기관에서 효과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특히 보건위생 분야에서 세계 구급 연구소인 일본 기타사토(北里) 환경과학·메디컬센터에서 인플루엔자바이러스 A형(H1N1), 코로나바이러스(SARS), 항생제 내성 병원감염균(MRSA) 등의 제거 효과를 검증했다.
전기료는 얼마나 아낄 수 있나.
소비전력이 10와트(W)다. 필터식 공기청정기의 20%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하루 24시간씩 한 달 내내 돌려도 1040원이다(가정용 기준).
성과는 어떤가.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의왕스마트시티에 짓기 시작한 지식산업센터 건물의 공조시스템에 우리 제품이 들어가기로 했다. 또 대구의 5성급 호텔인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도 지난 8월 참가인원 5000명 규모 행사에 우리 제품을 가져다 썼다.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 앞으론 자동차 판매회사를 거점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현지 딜러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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