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더나 백신 첫 출하...이재용 리더십 빛났다
28일 모더나 백신 국내 공급 시작, 조기 공급 배경엔 이재용 부회장 글로벌 리더십
글로벌 네트워크 통해 모더나 측과 생산 방안 논의… 삼성 계열사 TF구성해 기간 단축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초도물량이 28일 국내에 처음 출하된다. 이번 백신 확보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물밑경영’ 리더십도 주목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앞에서 '모더나 백신 출하식'을 열고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을 시작했다. 이 백신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한 첫 물량으로 국내 공급분인 243만5000회분 중 일부로 알려졌다. 4분기 신규 접종과 2차 접종, 고위험군 대상 추가접종(부스터 샷) 등에 폭넓게 쓰일 계획이다. 출하된 백신은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유통을 맡은 GC녹십자의 충북 오창 물류센터로 옮겨진 뒤, 전국 각지로 배송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세계 백신 수급난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프로세스 혁신과 계열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 소요 기간을 단축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며 “mRNA 백신의 완제뿐만 아니라 원료의약품 생산라인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 할 예정이며, 다양한 방식의 백신 및 차세대 치료제 공급에도 투자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 (mRNA) 기반 코로나 백신의 완제의약품 공정을 맡는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국내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모더나 백신 생산물량이 국내에도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한 8월 중순은 코로나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단기적 공급부족 사태가 빚어져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당시 청와대도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의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도 많다”고 가석방 사유로 백신 문제를 언급하는 등 이 부회장의 ‘백신 역할론’이 부각됐다.
그러면서 정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백신 특사’로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가장 먼저 모더나 백신 생산 계획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 등을 소개받았다. 8월에는 모더나 측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생산 및 인허가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월부터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시생산 이후 본 생산까지 진행하면서 초기 출하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 초도물량을 국내에 공급하기 위해 꾸준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면서 결국 백신 출하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백신 생산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기존 백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산되는 mRNA 백신 생산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 생산을 위한 설비, 품질 평가 및 관리 등 기본적인 틀은 갖췄지만 백신 인허가 및 안정적인 생산 체계 구축 등 여러 난관을 넘어야 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최고경영진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직접 구성해 그룹 역량을 집중시켰다. 삼성 전 계열사의 관련 기술 및 경험을 집중해 빠르게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부회장과 TF 구성원들은 주말이나 추석 연휴에도 수시로 콘퍼런스콜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삼성 특유의 '스피드 경영'의 힘을 바이오 분에서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은 생산 초기 낮았던 수율(전체 생산품 중 합격 비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및 관계사는 까다로운 이물질 검사 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 속도가 빨라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은 정부와 협업해 인허가와 관련된 절차를 단축했다. 이에 따라 당초 연말로 예상됐던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이 두 달가량 앞당겨질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확보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 오랜 기간 교류해온 화이자의 사외이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리 정부 관계자와 화이자 고위임원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화상회의가 열렸고 이를 계기로 백신 확보 논의가 급진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준비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 신화' 창출로 이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히면서 바이오 경영진과 임직원에게 책임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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