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에 주유소 전화만 불티…공급은 여전히 안개 속
주유소들 “요소수 재고 없어, 그냥 돌아가는 고객 많아”
요소수 가격,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10배 치솟아
정부, 산업용 차량용 전환 및 수입처 다변화 등 고려 중
"지난달 20일 전에 들어온 재고분은 품절됐고 언제 다시 들어올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4일 오전 [이코노미스트]가 만난 강민철(이하 가명)씨는 "요소수를 지금 구입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경기도 성남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요소수 부족 현상이 국내 산업 전반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요소수는 트럭 등 디젤차에 의무 장착하는 ‘배출가스저감장치(SCR)’에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을 멈추는 화물차가 늘어나 물류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석탄 부족 등의 이유로 요소 수출에 제한을 걸면서 공급이 언제쯤 원활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이코노미스트]가 직접 방문하거나 유선을 통해 문의한 주유소 총 6곳에서는 요소수를 살 수 없었다. ‘요소수’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일부 지점은 아예 ‘요소수 없음’이라는 글자가 적힌 프린트를 주유소 앞에 붙여놓기도 했다.
성남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성민씨는 요소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요소수를 찾는 화물차 고객들이 많은데 빈손으로 돌려보내야 할 때가 많아 안타깝다"며 "만약 물량이 들어온다 해도, 원래 10리터(ℓ) 기준 만원 초중반대에서 약 4000원 오른 가격에 판매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서울 중구에서 주유소를 운영 중인 박진우씨 역시 "요소수를 찾는 전화를 하루에도 30~40통은 받는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도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문구만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요소수가 급하게 필요할 경우 해외 직구(직접 구매)하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며 "주유소마다 발품을 팔아야 재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소수 품귀 현상에 승용차보다 더 자주 요소수를 넣어야 하는 화물차들이 대거 멈춰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디젤 승용차는 요소수 10ℓ면 5000~2만㎞까지 달릴 수 있지만, 배기량이 큰 디젤 화물차는 같은 양으로 1000~2000㎞ 정도만 달릴 수 있다.
실제 화물차의 요소수 공급난은 이미 현실화 된 분위기다. 급한 대로 중고 거래로 눈길을 돌리는 차주들도 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요소수’를 검색하면 ℓ당 1000원 안팎이었던 요소수 가격은 현재 ℓ당 1만원까지 치솟았다. 10ℓ 제품의 경우 8만~10만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산 요소 수입 의존해오다 수출 규제에 직격탄
요소수는 디젤 엔진 차량의 매연 저감을 위해 필요하다. 디젤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롯데정밀화학·KG케미칼 등이 원료인 요소에 정제수를 일정 비율 섞는 방식으로 요소수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중 60% 가량에 요소수가 들어가는 SCR이 장착됐으며, 해당 차량에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주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요소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은 요소의 9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를 생산해왔으나 석탄 최대 수입국인 호주와의 갈등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자국 내 석탄 물량이 부족해 요소 생산에 한계가 오자, 중국은 지난달 15일 요소에 대해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했다. 사실상 요소 수출을 금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로 국내에 들어오는 요소 양이 대폭 줄었고, 이에 따라 재고분까지 바닥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품귀현상 장기화 조짐, 대책 마련은 '글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국내 요소 수급 대응 상황을 점검하는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요 물량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수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고,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요소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업계와 논의 중"이라며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물가안정법에 근거해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 행위 금지에 대한 고시를 다음주 중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당장 수입처 다변화가 쉽지 않은 데다, 차량용보다 불순물이 많은 산업용 요소는 순도가 낮아 차량용으로 곧바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수입처 다변화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얼마나 걸릴지 정확하게 답하기 어려우나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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