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부터 왼손잡이까지”…디자인에 보편성 가치를 담다
성정기 작가 ‘생각을 만드는 디자인’展 DDP서 열려
만져볼 수 있는 체험존 마련…폐기물 발생 최소화
차별없는 보편성에 초점…제품디자인 최고 가치
“진정한 디자인이란 차별 없는 보편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시장 한편에 작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존이 마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생각한다면 겁부터 나겠지만 이 또한 전시의 일부다. 이 전시회를 연 주인공은 자신을 ‘생각디자인(thinking design)’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바로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글로벌 디자인 회사 IDEO의 콘셉트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성정기 작가의 이야기다.
성정기 작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큰 가치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만드는 디자인’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는 ‘제품디자인’이라는 주제 특성을 살려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동시에 전시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폐기물을 최대한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졌던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전시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크게 두 섹션으로 나뉘는 이 전시회는 한쪽에 완제품이 전시돼있고, 반대편에는 제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시행착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범제품, 스케치, 브레인스토밍을 해놓은 종이까지 고스란히 놓여져 있다. 관람객은 완성된 제품 한 번, 제작 과정 한 번 번갈아 보며 작가가 처음에 어떤 영감을 받았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다.
제품디자인 통해 ‘생각’ 대량생산…보편성 가치 담다
성 작가가 자신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일상의 작은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공동체와 보편성의 가치를 작품에 투영한다고 성 작가는 설명한다. 성 작가의 가치관은 이번 전시회의 작품 하나하나에 녹아 들어있다. 전시회의 작품은 모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물건이 활용됐다.
특히 작품 ‘Wind’는 드라이기를 이용해 만들어진 제품으로 환경보호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성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우리는 매일 아침 지구를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되도록이면 차가운 바람을 이용해 머리를 말려 지구가 조금이나마 시원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드라이기의 바람 온도가 뜨거울수록 드라이기 표면이 검은색으로 변하도록 만들어 지구가 병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성 작가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꼽은 ‘People’에서도 그의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언뜻 보면 평범한 샴푸통처럼 보이지만 만져보면 샴푸통 표면이 모두 다른 질감으로 디자인돼있다. 성 작가가 실제 경험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이 작품은 시각장애인도 샴푸와 린스, 트리트먼트 등 그 종류를 구분할 수 있도록 질감을 서로 달리해 샴푸통에 ‘보편성’을 담았다.
성 작가는 “이 작품은 실제로 호텔에서 투숙할 때 눈을 감고 샤워를 하다가 실수로 린스로 머리를 감았던 경험을 하면서 만들게 됐다”며 “보편성의 가치를 디자인으로 표현해 차별 없는 세상의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두 작품 외에도 성 작가는 쓰레기를 버릴 수 없도록 입구가 막힌 쓰레기통이나,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아이스크림 스쿱 등을 만들어 일상 속 아이템에 의미를 담아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생각디자인’ 추구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전시회를 연 이유도 성 작가의 가치관과 연결된다. 성 작가는 “관람객들이 이 전시회를 보며 공동체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팬데믹 상황 속일수록 모두가 함께 안전하고 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사람과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제품디자인에 있어서도 무조건 차별화된 특별한 아이디어만을 향유하기보다는 보편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경돈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생각을 만드는 디자인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생각의 씨앗을 심어 그 내면으로부터 생각이 자라나게 하고 결국 그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일련의 성장과정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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