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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5년 만에 미국 출장…반도체·바이오 이슈 해결 카드 내놓나

“여러 미국 파트너 만날 것”…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 관련 말 아껴
“보스턴에 갈 것 같다”…모더나 최고 경영진과 회동할 것으로 예측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북미 출장을 위해 출국했다. 5년 만의 미국 출장이자, 올해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첫 해외 방문 일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반도체’와 ‘백신’ 등 국가 안보문제로 떠오른 주요 산업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 부지 선정을 최종 조율하고 빅테크 관련 고객사를 만나 각종 반도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한 모더나 본사가 있는 보스턴을 방문하겠다고 직접 언급하며 모더나와의 협력 관계 강화를 암시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전세기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파운드리 투자 결정과 관련해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 결정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또 만나기로 한 미국 반도체 파트너사는 어디인지 등의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한 뒤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는 첨단 반도체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테일러시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는 가운데 오스틴시와 애리조나주의 굿이어·퀸크리크, 뉴욕시 제네시 카운티 등도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또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모더나사 측과 만나느냐는 질문에 “(모더나 본사 소재) 보스턴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 삼성전자]

20조원 파운드리 부지 선정 결정 날 듯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해외 현장경영에 나서자, ‘이재용 역할론’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8월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하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상황, 글로벌 경제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앞다퉈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에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민감한 정보를 제외한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추가 정보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 부지 선정 역시 미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이 직접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작업을 마무리해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이번 출장 기간에 반도체·빅테크 기업 최고 경영진을 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사업을 점찍은 만큼 이번 출장에서 반도체만큼 중요한 의제는 바이오다. 
 
삼성전자는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투자를 확대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리보핵산 (mRNA) 기반 코로나 백신 공정을 맡는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백신 특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모더나 백신 생산 계획을 직접 챙기고 모더나 측 최고 경영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백신 생산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도 모더나 본사가 있는 보스턴을 방문해 최고 경영진들과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현장 경영 시작…‘뉴 삼성’ 속도 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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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이번 북미 출장으로 ‘뉴 삼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사면 이후 ‘뉴 삼성’이라는 새로운 경영 가치를 제시하며 광폭 행보를 보인 바 있다.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과 기술 초격차 강화에 집중해왔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출소 이후 한 달 뒤부터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석방 한 달 뒤인 3월 말 유럽과 캐나다 출장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5월 중국, 6월 일본, 7월 인도, 8월 유럽을 둘러봤다. 같은 해 11월 베트남을 방문한 데 이어 12월엔 인도를 재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적극 활용했다. 이 부회장은 방문지역에서 AI, 자동차 전장 분야의 비즈니스 파트너와 세계적인 석학 등을 만나 면담을 하고 인재 영입에 나섰다. 2019년에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며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이후에는 11일 만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 5년 만에 나선 것은 대내외 경영 환경을 해결하고 투자 우위를 점하려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라며 “삼성의 총수 부재 리스크가 해결되면서 위기 때마다 압도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 업체를 따돌려 온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에 다시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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