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안정 위해 차등가격제 도입 추진…낙농업계 반발
음용유·가공유 등 마시는 용도 따라 가격 다르게 결정
농식품부 “낙농가 소득 증대되고 자급률도 높아질 것”
생산자 단체 “유업체 이권 보장 위해 낙농가 희생 강요”
정부가 우윳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원유(原乳)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낙농업계 측은 일방적 제도 개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최근 낙농산업발전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과 중장기 원유거래 방식 개선,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제 개편 등을 제안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낙농업계는 지난 20년간 유제품 소비가 46.7% 증가했지만, 수입이 272.7% 폭증하면서 국산 원유 생산량이 10.7% 줄고, 자급률도 29.2%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꺼낸 배경에는 ‘생산비 연동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산비가 오르면 가격도 함께 오르는 생산비 연동제가 시장 수요 변화에 상관없이 원윳값을 끌어올린다고 지적해왔다.
우윳값 상승에는 ‘원유 쿼터제’도 한몫했다. 원유 쿼터제는 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유업체가 전량 사들여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량이 쿼터에 미치지 못해도 원윳값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낙농산업발전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현행 원유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로 인해 원유가격이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높게 결정돼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마시는 용도인 음용유와 치즈·아이스크림·분유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가공유로 구분해 원유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유업체가 마시는 원유인 음용유를 현재 가격 수준인 리터(L)당 1100원에 구매하고, 치즈 등 수입품이 많은 가공유는 L당 200원을 인하한 900원 수준에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차등가격제가 적용되면 낙농가 소득도 현행 가구당 평균 1억6187만원에서 1억6358만원으로 증가하고, 자급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자(MMB)와 유업체가 직거래하되 유업체가 원유 구매계획을 사전 신고하고, 낙농진흥회가 전년 원유 사용실적, 수요 변화, 자급률 등을 고려해 승인하고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원유를 거래하는 개편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은 “낙농산업 특성상 발생하는 계절 편차 12만1000t에 대해 음용유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시장 수요 변동 시 물량 조정이 필요하다”며 “제도개선을 통해 원유구매 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생산자 단체는 차등 가격제를 “일방적인 제도 개선”이라고 반발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정부가 이사회 의사결정구조 개편으로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화해 연동제 개편,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등을 추진하면 원유 재생산 기반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이어 “유업체의 이권을 보장하기 위해 낙농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진정으로 낙농산업을 위한다면 이해당사자의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고, 실무협의를 거쳐 4차 회의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광렬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회장은 “가공유에 800~900원을 적용하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생산이 늘어날 수 없어, 실질적으로 쿼터 삭감과 생산 감축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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